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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을 고른다

내 기억상으론, 동물원이든 아니면 Soul의 사육장이든 이런 쇠사슬 같은 클래식한 잠금 방식을 좋아하던데 말이지. [player]이쪽이 괜찮을 것 같아, 아무래도 좀 더 동물을 가둬놓을 법한걸. [힐리]나도 동감. [앵무]상관 없어, 어떤 자물쇠든 다 열 수 있으니까. 앵무는 가방에서 도구함을 꺼냈다. 그 안에는 굵고 가는 철사들부터 수많은 종류의 드라이버까지 없는 게 없었다. 앵무가 가느다란 철사 둘을 꺼내 열쇠 구멍에 넣고선 가볍게 잠깐 만지작거리자 자물쇠가 열렸다. 그리고 이어서 재빠른 동작으로 떨어지는 자물쇠를 잡아채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것도 막아냈다. [player]이런 자물쇠는 좀 난감한걸. 우리가 들어가고 나면, 경비들이 순찰하면서 문이 열린 걸 눈치 챌 수 있을 거 아냐. [앵무]그런 상황에선 두 가지 엔딩 뿐이지. 경비들이 밖에서 자물쇠를 다시 잠궈 우릴 안에 가두던가, 사람이 들어갔다는 걸 알아채고 안으로 우릴 잡으러 들어오던가. [힐리]후자면 좋겠네, 싸움에는 자신 있으니까 말이야. 안에 감금돼버리면 귀찮아지잖아. [앵무]그건 사실 괜찮아, 오기 전에 보스랑 약속했거든. 삼십 분마다 내가 메세지를 보낼 건데, 만약 두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안 나오거나 삼십 분 넘게 메세지를 보내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해 우릴 구하러 와 주기로 말이야. 그저…… [player]그저? [앵무]그렇게 되면 양측 다 피해가 막심하겠지, 힘으로 뚫고 들어오는데 피해가 없을 리가. [player]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가볍게 하지 말라고. [힐리]뒷배가 있으면 여기서 머뭇거릴 이유는 없지, 들키기 전에 최대한 두루미를 찾아보자고. [player]응, 발견되기 전에 임무를 해내기만 하면 정면 충돌은 피할 수 있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드러난 광경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대략 200 제곱미터쯤 되어 보이는 빈 방이었는데, 반대편 벽에도 문이 달렸고, 그쪽 문으로 향하는 바닥에는 어떤 흔적이 남아 있었다. 힐리는 쪼그려 앉아 흔적을 살펴보았다. [힐리]조류의 분변처럼 보이긴 하는데, 두루미의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 [player]느낌이 좋은걸, 방향을 짚어준 거나 다름 없으니까. 우리는 맞은편의 문을 향해 달려갔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쇠사슬 자물쇠였는데, 역시나 앵무의 손에 간단하게 풀려 버렸다. 하지만 다음 방에 들어서자 나타난 것은 2~300 제곱미터 정도 되는 빈 방이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라면 이곳의 앞과 우측의 벽에는 각각 문이 하나씩 있다는 건데, 두 문으로 향하는 방향의 바닥에서도 방금 보았던 분변 비슷한 것들을 찾을 수 있었다. [player]또 이거야? 게다가 한 군데도 아니고 두 군데라니, 설마 무슨 함정 같은 건 아니겠지? 앞으로 나선 힐리는 이리저리 신중히 관찰했다. [힐리]아마 함정은 아닐 거야. 한쪽의 분변 자국은 색깔이 짙은데, 건조된 정도로 보아하니 좀 더 이전에 생긴 자국 같아. 다른 쪽은 반쯤 마른 상태니까 아마 얼마 되진 않은 것 같고. [힐리]일단 내가 보기엔 양쪽 다 동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는 나도…… [앵무]시간이 없으니까, 일단 아무 데나 들어가서 확인해 보자고. 앵무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여기서 멀뚱히 서 있어봤자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할테니 말이다.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