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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작, 그것은 이한시 시민들이 가장 즐겨 하는 오락 활동이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친구들끼리 모여 탁탁 마작을 치다보면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마작, 그것은 이한시 시민들이 가장 즐겨 하는 오락 활동이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친구들끼리 모여 탁탁 마작을 치다보면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그렇기에 마작장은 언제나 이한시에서 가장 환영받는 장소이다. 이곳에서는 고령의 어르신부터 세 살 어린이까지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막 다이어트를 끝내고,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활기찬 아이돌, 후지타 카나까지도 말이다. [player]콘서트까지 겨우 2주 남았는데 마작을 하려고 외출하다니, 정말 괜찮은 거야? [후지타 카나]PLAYER, 날 만나는 게 기쁘지 않은 거야? 앞에 앉아 있는 소녀는 이번에는 기이한 변장을 하지 않았다. 칠흑의 눈동자와 주홍빛 입술. 아무렇게나 뒤로 쓸어넘긴 분홍색 장발. 눈가에는 그 나이대 특유의 발랄함이 돋보였다. 거기에 화난 표정을 짓겠다고 양쪽 볼을 부풀린 모습이 귀여움을 더했다. [player]그럴 리가. 네가 착각한거야. 콘서트 전까지는 널 더 이상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매니저님이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널 마작장에 보낼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거든. [후지타 카나]흥흥, 정말 억울해. 이번에 카나가 여기 온 건 다 너 때문인데. [player]나 때문이라고? [후지타 카나]그래. 네 캣챗을 보고 주말에 마작장에 올 줄 알았어. 그래서 특별히 VIP 티켓을 전달해 주러 온 거라구…… 짜잔, 바로 이거야! 어때, 어때? 예상 못했지? 대표님을 제외하면 네가 카나한테 직접 티켓을 전달받은 유일한 사람이라구. 난 카나에게 티켓을 건네받은 뒤, 티켓을 앞뒤로 뒤집어 가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감출 수 없을 정도로 피어난 나의 미소는 나의 기쁜 마음을 여과없이 대변하고 있었다. [player]카나, 고마워! 그래도 앞으론 전화 한 통만 주면 내가 직접 회사로 가지러 갈게, 힘들게 네가 오고 갈 필요없어. [후지타 카나]어떻게 그래? 그러면 매니저 언니한테 핑계대고 나와서 마작 칠 기회가 사라지잖아. [player]……? [후지타 카나]……흠흠, 그게 아니라…… [player]결국은 마작 하러 뛰쳐나온 거였구만! [후지타 카나]쉿── 목소리 낮춰!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지나가던 소속사 직원이 우리 대화를 듣고 매니저 언니한테 일러바치기라도 하면…… 카나는 앞으로 외출하기가 더 힘들어질 거라구. [후지타 카나]아냐, 아냐. 이런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자. 그러고 보니 우리 저번 다이어트 이후로 거의 두 달 동안 못 만났네. 카나랑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 카나는 나한테 속내를 들킨 게 부끄러웠는지, 내게 다가와선 팔을 껴안으며 좌우로 흔들어대었다. 바로 수긍을 하려고 하던 그때, 갑작스러게 울린 휴대폰 벨소리에 흐름이 끊기게 되었다. 벨소리는 카나가 메고 있던 가방으로부터 흘러나왔다. 그녀는 미안하다는 눈짓과 함께 몸을 일으켜 전화를 받았다. [후지타 카나]매니저 언니? 네, PLAYER 하고 만났어요…… 네? 일이요? ……주변엔 PLAYER밖에 없어요, 얘기해도 괜찮…… 에에?! 뭐라구요?! 카나는 매니저와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과 함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자 마작장 로비에 있던 사람들이 목소리에 이끌려 이곳을 쳐다보기 시작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키곤 그녀에게 향하는 시선들을 차단하며 죄송하다면서 손짓했다. [후지타 카나]믿을 사람이 있을까요…… 음, 저흰 지금 마작장에 있어요. 전화 끊고 위치 보내드릴게요…… 응응, 알겠어요…… 걱정 마세요, 안전엔 신경 쓰고 있으니까. [player]카나, 무슨 일이야? 내가 도울 일이라도 있어? 매니저와 대화하는 카나의 말투가 굉장히 다급해진 걸 보니, 아마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녀가 전화를 끊자, 난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후지타 카나]매니저 언니가…… 누군가 캣챗에서 내가 연애를 하고 있다면서 관련된 대화 내용 캡쳐들을 올렸대. 그리고 마치 자신이 버림이라도 받았다는 듯이 글을 썼다는 거야. 이미 인터넷에 소식이 많이 퍼져서 분위기가 안 좋다고 하고. [player]엥? 딱 봐도 가짜 같은 소식인데 믿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후지타 카나]하하, 역시 PLAYER. 우리 둘 다 똑같은 말을 했네. 모든 팬들이 너처럼 날 굳게 믿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대부분의 팬들은 이성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영향을 받는 팬들도 꽤 있으니까 말이지. [후지타 카나]그래도 회사에선 이미 최초 유포자랑 적극적으로 연락을 시도하고 있대. 그쪽에서도 좀 협조적으로 나와줘야 할 텐데…… 그리고 매니저 언니가 그 소식에 영향을 받은 팬들이 과격한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고 해서, 우리를 회사로 데려다 주겠대. [player]안전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일이지. 잠깐, 너 방금 우리……라고 했어? [후지타 카나]응, 카나가 방금 말 안 했나? 매니저 언니가 우리를 데려갈 거라고 했어. 구체적인 건 만나서 얘기해 준대. [player]……내 직감이 말해 주고 있다. 분명 회사에 인력이 모자라니까, 날 데려다가 부려먹을 속셈인 거야. [후지타 카나]훗, PLAYER, 그럼 그냥 '도망'갈 거야? 카나는 그러면서 '친절하게도' 손가락으로 출구를 가리켰다. 하지만 날 째려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티켓을 회수하겠어'라는 무언의 압박이 전해져 왔다. 분위기 파악을 잘 하는 것도 능력이라 했던가…… 난 결국 즉시 카나의 옆에 앉아 그녀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표명하기로 결정했다. [player]그럴 리가?! 난 그냥, 매니저님께서 도착하기 전에 같이 캣챗에서 정보를 수집해 보자는 거였어. 그럼 시간도 절약될 테니까 말이지. 카나는 이런 나의 해명에 매우 만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들면서 내 옆으로 붙어 앉아 캣챗을 열곤, 로그인 되어 있는 자신의 계정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player]'뭐 심은 데 뭐 난다' ……? 부계정 이름이 독특하네. [후지타 카나]지금은 그런 일에 신경 쓸 때가 아냐. 어디 보자…… #후지타카나_연애폭로 … 역시, 이미 검색어 순위에 올라갔어. 응? 실시간 피드에 있는 사진은…… 마작장?! [player]나도 보여 줘 봐! [후지타 카나]"30분이나 지났는데 입장 발표가 없네, 거의 사실인듯. 이제 합리화 하지 말고 그냥 사실을 받아들이자." [후지타 카나]"연예인 걱정이 제일 쓸데없다고는 하지만 불난 집 구경하는 건 재밌지." [후지타 카나]"그래서 후지타 카나의 연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인데? 말투를 보니까 나이가 많아 보이진 않는데… 채팅 기록 말고 다른 건 하나도 없는 거 보면 그냥 쓰레기 기사라고 생각됨." 카나는 낮은 음성으로 온라인 댓글들을 서서히 읽어 내려갔다. 대부분은 그녀에게 매우 불리한 여론이었고, 우리는 사태의 심각성을 더욱 의식하게 되었다. 카나의 위치가 노출되면 그녀를 걱정하는 팬들도 모여들겠지만, 감정이 격해져 과격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나를 팬들과 직접 만나게 하는 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