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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건 전문가에게

[player]……역시 관두자. 갑자기 누군가 말했던 '진리'와도 같은 말이 떠올랐다.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겨라”. 나는 나의 체력이 절대로 트레이너를 대신할 만큼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단칼에 카나의 의견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카나가 농땡이 피울 생각을 아예 할 수 없도록, 그녀가 다시 의견을 말하기 전에 나는 매니저 님께 메시지를 보내서 오후 스케줄을 어떻게 할지 물었다. [매니저]플랜 B를 발동해야겠군요. [후지타 카나]응? [매니저]근처에 소속사와 계약한 헬스장이 있어요. 저희 소속 연예인들에게 적절한 트레이닝과 프라이버시를 보장해 줄 겁니다. [매니저]제가 바로 헬스장 담당자한테 전화해 둘 테니, 30분 뒤에 카나를 데리고 그쪽으로 가세요. 주소는 제가 보내드린 대로입니다. →위치 링크 [player]문제없습니다. [player]역시 모든 매니저 님들은 자신만의 플랜 B를 가지고 있군요. 근데 이 주소는 어째서 이렇게 익숙한 걸까요? 난 카나를 데리고 헬스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진한… 운동의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이미 기구들은 다른 사람들의 차지가 되어있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힘의 한계치에 도전하거나, 멋진 몸매들 만들고 싶어 했다. 목적이 무엇이든 이들이 가진 하나의 목표는 바로 땀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고자 하는 것이었다. 매니저가 연락한 트레이너는 이미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엄격해 보이는 그는 헬스장을 둘러보는 과정은 생략하고, 바로 카나를 개인 트레이닝 룸으로 데려갔다. [player]카나, 힘내! 그리고 나는 소녀의 원망을 무시한 채 적당히 쾌적한 곳을 찾아 앉았다. 모바일 마작으로 오후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player]계획 대로라면, 카나의 트레이닝은 네 시간 정도는 지나야 끝날 테니까…… 이 틈에 빨리 승급을 해 보자! 얼마 후 [player]음…… 이 패는 퐁을 해야 하나? [헬스 트레이너]당연히 퐁이죠, 이 패를 가지고 안 지른다고요? [player]그렇다면…… 응? 잠깐, 트레이너님…… [헬스 트레이너]시간이 끝나가니까 일단 빨리 퐁 하시죠! 아, 마침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카나 씨 어디 갔는지 아시나요? [player]트레이닝 룸에 없나요? [헬스 트레이너]없어요. 물 한 모금 마시러 나왔더니, 갑자기 사라진 모양이에요. 다른 선생님들이랑도 계속 찾아봤지만 아직 못 찾았어요. [player]네?! 소식을 들은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황급히 수색 행렬에 합류했다. [헬스 트레이너]잠깐만요!! 일단 퐁부터 해요!!! 익숙한 거리, 익숙한 사람들, 익숙한 밀크티 냄새…… 한 모퉁이를 지나자, 이 헬스장이 어째서 그렇게 눈에 익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이유는 바로 그 유명한 밀크티 카페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전에 난 이곳에서 카나와 매니저님을 만났고, 그로 인해 아이돌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나는 걸음걸이를 늦추곤 다시 그때의 기쁨을 회상하며 다시 이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밀크티를 사기 위해 줄을 서던 중, 거대한 양산과 선글라스를 쓰고 괴상한 수염을 붙이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나의 시선을 느끼자, 상대방은 갑자기 제 발 저리듯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후지타 카나]흠흠, PLAYER, 우연이네…… [player]이번엔 친구랑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는 변명은 할 수 없겠지? [후지타 카나]어쩌면 카나의 발이 혼자서 다른 생각이라도 했던 걸까나? 난 그제서야 매니저 님이 왜 그렇게 자주 한숨을 쉬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난 결국 눈살을 찌푸린 채, 손을 뻗어 카나를 밀크티 행렬에서 끄집어내곤 그대로 트레이너 선생님의 앞으로 다시 데려다 놓았다. [player]이번엔 트레이닝 룸 입구에서 지키고 있을 거야, 더 이상 밀크티를 사러 갈 기회 따윈 없어. 매니저 님이 정해 두신 목표까진 아직 멀었으니까, 열심히 하도록! [후지타 카나]에휴…… 네 VIP 좌석을 위해서 카나가 희생해야 하는 게 너무 큰걸. [헬스 트레이너]카나 씨, 밀크티는 다이어트 기간엔 절대 건드려서도 안되는 음료예요. 방금 전의 일도 있고, 무료로 추가 트레이닝을 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라도 저라는 트레이너를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후지타 카나]흑흑, 그럴 필요까지야. [헬스 트레이너]하지만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만. PLAYER 씨, 그 패…… 퐁 했나요? [후지타 카나]…… 여기에도 마작 애호가가 있었다니. 하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카나의 다이어트에 더 집중해야 되는 거 아닌가? 난 부디 매니저님이 이한시로 돌아오시기 전에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랄 뿐이었다. 다음날 [player]매…… 매니저님! 어째서 여기에!? 공연이 끝나기까지 아직 이틀이나 남지 않았나요?! [매니저]다른 사람을 시켜서 미야를 케어하라고 했어요, 급히 돌아온 건 다이어트의 진척을 확인하기 위해서죠. 카나, 멍 때리지 말고 어서 체중계에 올라가 봐. [후지타 카나]……도살장에 끌려가는 느낌인걸. 카나가 표정으로 아무리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어도, 매니저 님의 강한 요구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디지털 체중계의 숫자가 오락가락 요동치다 이내 한 숫자에서 멈춰 섰다. [매니저]…… [후지타 카나]…… [player]…… [매니저]비록 "다이어트 계획 실패"라는 결말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카나의 체중이 오히려 늘어난 것은 놀랍네요. [player]하지만 트레이너 선생님께서 분명히 어제 카나한테 두 시간 추가 트레이닝을 시켜 줬을 텐데, 어떻게…… 싸늘하다. 비수가 가슴에 날아와 꽂힌 기분이었다. 그리고 카나가 나와 매니저 님 사이의 어리둥절한 눈빛에 스스로 양심에 찔렸는지 고개를 숙이고 헛기침을 했다. [후지타 카나]흠흠. 어제 추가 트레이닝으로 너무 힘들었는지, 밤에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오더라고…… 근데 마침…… 치킨집의 광고를 보게 돼 버려서…… 그래서……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이어서 매니저 님과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매니저]일찍 돌아와서 다행이네요, 그럼 지금이라도 지난 과오를 돌이킬 기회를 주도록 해야겠어요. 카나, 그럼 오늘부터는 내가 직접 트레이닝을 감독할게. 트레이너에게 훈련량을 배로 늘려달라고 할 거야,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길 바라. [후지타 카나]아앗, 매니저 언니, 안돼요! 하지만 울부짖는 건 카나 뿐만이 아닌, 바로 옆에서 억울하게 당해 버린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VIP석 티켓은, 그렇게 하룻밤의 야식으로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매니저 님께서는 나에 대해선 따로 죄를 묻지 않으셨고, 그래도 티켓은 전달해 주겠다고 약속해 주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타들어간 나의 마음은, 그렇게 약간의 시원한 바람과 함께 조금의 위안이라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