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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에게 잠시 다른 곳에 가서 피해 있자고 한다

매니저님은 우리한테 그대로 기다리라고 했지만… 격분한 팬들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매니저님이 우리를 먼저 찾아내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마작장 로비에서는 이미 소식통이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단지 단골들의 정을 생각해서 당장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지 않고 있을 뿐이었다. [player]조금 난감한걸…… 진퇴양난의 순간, 등 뒤에서 뻗어온 손이 나의 손가락에 깍지를 걸어와 이유도 모른 채로 나를 끌곤 갑작스레 밖으로 달려 나갔다. [player]……자, 잠깐…… 카나? [후지타 카나]응? 두리번거리던 게 날 데리고 떠나려는 거 아니었어? [player]그런 뜻은 있었지만, 매니저님이…… [후지타 카나]매니저 언니랑 전에 같이 외부 공연을 다니는 동안 회사에서 별의별 전화가 다 걸려왔었지. 당시에 매니저 언니는 날 데리고 다니면서도 계속 업무를 처리했는데, 회사에서 온 요청을 거절할 때도 있었어.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지. "장수가 전장에서는 왕의 명령을 꼭 따르지 않아도 되는 법." [후지타 카나]음…… 나도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넌 분명 나한테 있어서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해 줄 거라고 믿어. [후지타 카나]그러니까 PLAYER, 날 데리고 여길 떠나 줄 거지? 눈앞의 소녀가 배시시 웃는다. 날 붙잡은 손은 전혀 풀어 줄 의사가 없어 보였다. 이미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한 사람에게 온전한 신뢰를 받는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 일일까. 나는 더 이상의 고민을 그만두고 카나에게 미소를 보였다. 내 마음은 이미 그녀와 함께 마작장을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player]가자, 그럼 사람이 적은 곳을 찾은 다음에 매니저님이랑 다시 연락해 보자. 그렇게 카나와 나는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사람이 적은 골목을 골라 다녔지만, 카나의 아름다운 미모는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를 가든 캣챗에 우리의 이동경로가 노출되었고, 때문에 우린 같은 곳에 오랫동안 머물 수 없었다. 그리고 이리저리 도망을 다니는 시간이 길어지자, 체력이 좋은 카나 역시 지친 모습을 보였다. [후지타 카나]하아…… 하아…… 맹세하겠어, 앞으로 외출할 땐 절대 변장 세트를 놓고 다니지 않을 거야. 뒤에서 꿍꿍이를 꾸민 사람이 누군지 걸리기만 해봐! 똑같이 쫓겨 다니는 신세로 만들어주겠어! [player]매니저님 연락이 늦으시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야. 보아하니 당분간은 우리 스스로밖에 믿을 구석이 없겠는걸. [후지타 카나]음,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player]여길 봐봐, 방금 찾아낸 건데…… 안티들한테 찍힌 '애인과의 나들이 사진'. [후지타 카나]음? 이 사진에 나온, 내 옆에서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어 주고 있는 사람…… 이거 너 아냐?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말한 '애인'은…… [player]흠흠, 그것도 나겠지. [후지타 카나]응…… 그렇다면, 이건…… [player]응? 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카나를 향해 귀를 갖다 대었다. 그러자 언제나 발랄했던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화제를 돌렸다. [후지타 카나]흠흠, 내 생각이 맞다면 이 사진은 몇 개월 전에 우리가 같이 외출했을 때 찍힌 거야. 뒤에 있는 이 가게에선 당시 W.I.N의 데뷔곡을 틀어놨던 게 기억이 나. [후지타 카나]멀지 않은 곳에 이 가게가 있는데, 한번 살펴보러 가 볼까? [player]그래, 이렇게 피해 다니기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 매니저님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두자. 카나의 기억과 현장 대비 검증을 반복한 후, 번화가의 한 운동기구 판매점이 우리를 몰래 촬영한 위치인 것을 확인했다. 이 발견은 우리를 격동하게 했다. 곧장 사장님께 소식을 물으러 갔지만 결과는 모두에게 실망으로 돌아올 뿐이었다. [사장님]아잇, 손님. 오늘 가게에 사람이 없는 건 평일이라 그래요, 아직 다들 퇴근시간 전이잖아요. [사장님]그리고 이 거리가 이한시에서 가장 번화한 곳은 아니지만, 특색 있는 곳으로 호평을 많이 받아요. 매일 오고 가는 손님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요. [사장님]오늘 오전에 왔던 손님의 특징이라면 어느정도는 대답할 수 있겠지만, 몇 개월 전 손님이라면 정말 기억이 안 나네요. [player]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후지타 카나]음…… 이제 어떡하지? [player]이제 매니저님이 와서 해결해 주시길 기다리는 수밖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카나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가려 하던 그때, 가게 사장님이 돌연 카나의 이름을 외쳤다. [사장님]카나쨩?! [후지타 카나]여기 들어오고 나서 계속 뒤만 돌아 보고 있었는데, 딱 한 마디 했다고 바로 알아채다니? [player]카나의 매력은 도저히 감출 수 없다는 게 설명됐네. [사장님]카나, 저, 전 당신의 팬이에요! 모든 앨범을 다 샀다구요, 홍보 모델로 있었던 모든 제품도 다 갖고 있구요! 후…… 좋아하던 아이돌을 만나게 되다니, 진짜 대박이네요! 어릴 때부터 카나의 노래를 들으며 커왔을 정도라구요! [player]훗…… 가게 사장은 아무리 적게 봐도 서른이 넘어 보이는데, 카나의 노래를 들으며 컸다는 건 확실히 과장인 듯 싶었다. 한눈에 봐도 그는 흥분한 나머지 어찌할 줄을 몰라 했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의 팬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카나는 밀려오는 피로를 뒤로하고 바로 특유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지타 카나]흠흠, 그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응원에 감사해요, 앞으로 더욱 노력할게요! [사장님]여기에 온 건, 연애 사진 때문이죠? 분명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예요. [player]하지만 방금…… [사장님]그건…… 확실히 당시 가게에 있던 손님의 특징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가게에는 고화질 CCTV가 있어요. 자료는 6개월 동안 보존되거든요. [사장님]카나쨩이 필요하다면 바로 자료를 가져올게요, 마음껏 보세요. [player]그럼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사장님]별 거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카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니 영광이죠! 가게 사장님의 도움으로 우린 영상 자료를 통해 빠르게 의심이 가는 인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운동복 차림에 썬캡을 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여름에 입을 스타일과는 아무래도 동떨어진 복장이었다. 게다가 망원렌즈 카메라를 든 채 점원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유리창 너머로 셔터를 누르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휴대폰으로 그 CCTV 영상을 찍어 카나와 매니저님에게 전송했다. [후지타 카나]이 사람이 바로 이번 스캔들 사건의 최초 유포자겠군. [사장님]근데 이 사람…… 어딘가 낯이 익은데. [후지타 카나]사장님, 이 사람을 아시나요? 혹시 단골인가요? [사장님]아뇨아뇨, 제가 어떻게 카나쨩에게 위해를 가하는 인간을 알고 있겠습니까! [사장님]단지…… 이 녹화 영상과 비슷한 차림을 한 사람이 그쪽이 오기 전에 가게에 들르긴 했었어요. 영화관 근처에서 누굴 만난다는 듯한 통화 내용도 들었고, 굉장히 건들거리는 말투였죠. [사장님]물건을 구매할 것 같지도 않아서 신경을 안 썼어요, 그래서 녹화 영상 속의 저 사람이라고 확실히 단정하긴 힘들겠네요. [후지타 카나]괜찮아요, 카나를 도와주려고 해 주신 것만 해도 굉장히 감사한걸요. [사장님]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띠링. 그 순간 알림음과 함께 휴대폰이 진동하며 아이돌과 팬 사이의 인사치레를 끊어냈다. 이어서 매니저님에게서 온 메시지를 열어보자 장문의 내용이 눈앞에 펼쳐졌다. [매니저] 이건 어디서 찍은 건가요? [매니저] 이 사람은 업계에서 나타난 지 얼마 안 된 신인 파파라치예요, 이대추라고 하죠. 최근 연예인 몇몇 스캔들을 연속으로 터뜨렸고, 진위 여부는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그 점이 오히려 팔로워를 늘리는 계기가 되었죠. [매니저] 캣챗을 살펴본 결과, 어떤 피드에서 그가 댓글을 남긴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자신이 번화가에 있는 영화관에서 누구를 만나기로 했다는 글이 있던데, 아마 거기서 그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매니저] 스캔들을 잠재우는 건 결국 시간 싸움이에요, 그 파파라치가 우리에게 협조해 주면 좋겠네요. 그럼 바로 영화관으로 가보죠, 이 녀석을 반드시 찾아야만 해요! 하지만 뜻밖에도, 영화관은 A, B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그래서 우린 가급적 빠르게 타깃을 찾아내기 위해 일단 매니저님과 만난 뒤, 두 팀으로 나뉘어서 수색하기로 결정했다. [player]우리가 찾는 게 저 녀석이지? [후지타 카나]쉿,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면 안 돼, 그럼 쉽게 눈치채고 말거야. 일단 같이 영화를 보러 온 것처럼 변장을 하자, 그래야 기습할 수 있어. [player]흥미진진하다고 느끼는 것 처럼 보이는걸…… [후지타 카나]흠흠, 그럴 리가. PLAYER, 그건 착각이야! 그렇게 나와 카나는 구석진 어두운 곳을 찾아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상대방의 신분을 확인한 뒤 매니저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파파라치 이대추는 어쩌면 자신의 승리를 예감한 듯이, 자신을 감추기는 커녕 대놓고 로비 중앙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약 10분 뒤, 마스크를 쓴 사람이 이대추의 맞은편에 앉아 가방에서 파일을 꺼낸 뒤 그에게 건넸다. 두 사람의 동작은 과격해 보였고, 아무래도 소통에 문제가 있는 듯했다. 어쩌면…… 저 둘은 한패가 아닐지도 모른다. [후지타 카나]음, 잘 안 들리는걸. 더 가까이 가 볼까? [player]방금 누가 쉽게 눈치챌 수도 있다고 걱정했더라? [후지타 카나]대화 내용이 궁금하지 않아? 직감이 말해 주고 있어, 이 사건에는 분명 반전이 있다고. 가십을 즐기는 카나의 심리를 알고 있던 나는, 로비를 훑어본 뒤 그녀에게 다른 구석진 곳을 찾아 도청을 해 보라며 손짓했다. 그러던 중 카나가 실수로 영화관의 홍보용 입간판을 넘어뜨렸고, 넘어지는 소리에 티격태격하던 파파라치들의 시선은 곧바로 카나를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카나를 발견하자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 ? ?]!!! [이대추]튀어!! 쓰러진 입간판에 나의 추격은 저지되었고, 당장 붙잡을 수 있는 건 한 명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