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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마작을 더 잘 치게 됐구나. 역시 천재 소녀 미카미 치오리야.

[player]마작 실력이 또 늘었네. 역시 천재 소녀 미카미 치오리야. 말이 끝나기 무섭게, 테이블에서 일어나던 치오리가 날 쳐다봤다. 치오리는 날 보자마자 '역시 너였구나'라는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미카미 치오리]그런 건 네가 짚어 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인걸. 안타깝게도 오늘은 시간이 없으니까, 이 치오리의 잔혹함은 다음번에 알려 주도록 하겠어. 리우, 가자. [쿠죠 리우]네, 치오리 아가씨. [player]……리우? 언제 내 옆으로 온 거야? 어느새 내 곁으로 리우가 다가왔다. 그녀는 치오리의 메이드이자, 치오리와 자매처럼 끈끈한 사이이다. 힘으로 사람 다루기'한 전문 메이드 리우는 주인에게 다가오는 불경스럽거나 부적절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전에 치오리에게 농담을 건넸을 때 리우의 강철 주먹을 맛 본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다행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치오리와 리우가 신사를 떠나는 걸 지켜보던 나는, 날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이치히메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치히메]……뭔가 이상하다냥. [player]뭐가 이상한데? [이치히메]아까 리우가 주인한테 할 말이 있어 보였는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냥. [player]리우가? [이치히메]주인한테 맛있는 걸 가지고 왔냐고 물어보려고 했던 게 분명하다냥. 냄새가 너무 좋다냥! [player]……그건 그냥 네가 물어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우아앗, 식당에 가면 줄게! 대낮부터 코로 냄새를 맡으면…… 손을 올리는 건 더 안 되지!!! ……고양이를 키우는 건 정말로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치히메에게 간식을 준 다음 같이 마작을 치고 나니, 날이 어두워져서야 겨우 신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상쾌한 저녁 공기를 마시며 오늘 쳤던 마작을 복기하던 와중, 나도 모르게 치오리의 집 근처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무런 규칙성이 없는 이치히메의 직감형 마작보다는 아쉽게도 관전 기회를 놓친, 전승을 거뒀다는 치오리의 마작이 분명 더 전술적이었을 것이다. 지잉—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왠일로 리우에게 전화가? [player]리우? [쿠죠 리우]PLAYER, 혹시 치오리 아가씨 못 보셨나요? [player]아까 전에 너랑 같이 나가지 않았어? [쿠죠 리우]네. 같이 신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왔죠. 그런데 제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아가씨께서 잠깐 공원에 다녀온다고 하시더니,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쿠죠 리우]혹시 당신에게 갔었나요? [player]아쉽지만 아냐. 근데 치오리네 집 근처 공원이라면…… 마침 내가 있는 곳 근처 공원이인걸. [쿠죠 리우]네? 정말인가요? 다행이에요! 그럼 같이 아가씨를 찾아 줄 수 있으신가요? 저도 금방 뒤따라갈게요! [player]물론이지. 하지만…… 일단 진정하고 치오리가 언제쯤 밖에 나갔는지 알려 줄 수 있어? [쿠죠 리우]17시 31분이에요. 아가씨께서는 30분만 놀다 오겠다고 했고요. [player]그렇게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니, 이게 바로 전업 메이드인가…… 어? 내 시계는 이제 막 18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아직 30분이 안 지났잖아? [쿠죠 리우]그건 아가씨께서 제 시야 안에 들어와 있을 때의 얘기죠. 지금 아가씨께서는 1분 내에 집으로 돌아오지 못 하는 곳에 있는 데다 핸드폰마저 가지고 나가지 않으셨으니, 전 무척이나 걱정이 된답니다. [player]너무 빡빡하네. 그나저나 30분 동안 연락이 안 될 만한 이유는 많아. 게다가 이한시의 치안은 훌륭하잖아, 지금 같은 상황은 사고나 실종의 범주로 보긴 힘들어. 조금만 더 기다려 보는 건 어때? [쿠죠 리우]뭐라구요?! 아가씨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책임질 수 있으신가요?!!! [player]……리우,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는 거 아니야? [쿠죠 리우]…… 리우는 입을 다문 뒤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리우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쿠죠 리우]아, 실례했습니다. 최근 치오리 아가씨의 주변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지라, 조금 걱정하게 되네요. [player]뭐라고? 리우는 전화로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을 내게 설명해 주었다. [쿠죠 리우]구체적으로 말하자면, 7일 전, 제가 저녁 식사 준비를 마친 후에 치오리 아가씨를 부르러 갔는데 기묘한 일이 있어났어요…… 일주일 전, 치오리의 집 [쿠죠 리우]아가씨,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치오리 아가씨? 치오리의 침실은 텅 비어 있었다. 리우가 다른 곳을 찾아보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발코니에서 "끼이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살펴본 리우는 발코니로 통하는 문이 열린 것을 확인했다. 그 사이로는 이미 여름의 더운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전에 난 소리는 분명 누군가가 그네를 타는 소리였다. [쿠죠 리우]날이 이렇게나 더운데 발코니에서 그네를 타시는 건가요? 아가씨? 어라? 리우는 발코니로 주인을 부르러 갔지만 치오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오직 그네만이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던 건조한 날씨였지만, 그네를 만져 보니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네 옆에 떨어진 곰인형을 주우러 간 리우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미카미 치오리]좋았어!! 완승이다!! 역시 내 홈그라운드에서 질 리가 없지! 리우…… 그때, 치오리의 목소리가 침실 밖에서, 정확히는 옆방인 작은 서재에서 들려왔다. 정신을 차린 리우는 곰인형을 급히 그네에 올려놓고선 침실에서 뛰쳐나와 치오리에게로 달려갔다. [쿠죠 리우]네, 지금 가고 있어요. [미카미 치오리]남풍전을 쳤더니 배가 고프네. 오늘은 이치히메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쿠죠 리우]후훗, 알겠어요. 오늘 저녁 식사는 미트 피자와 칠리 새우, 디저트로는 망고 크레이프가 준비되어 있어요. 부족할 것 같다면 스파게티를 만들어 드릴게요. [미카미 치오리]우와! 그 가게에서 먹었던 칠리 새우잖아! 레시피를 배워 온 거야? [쿠죠 리우]아가씨의 기억 속에 있던 맛 그대로였으면 좋겠네요. [미카미 치오리]자신감을 가져! 리우는 그 가게보다 더 맛있게 만들거야! [쿠죠 리우]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 만큼, 분발해서 그 가게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야겠는걸요. [쿠죠 리우]그게 처음으로 '그것'의 존재를 깨달은 날이었어요. 그 일이 일어난 후, 저는 치오리 아가씨와 함께 문을 나설 때마다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을 몇 번이나 느꼈죠. [player]치오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 [쿠죠 리우]아니요. 저는 아가씨께서 두려움에 떨지 않으셨으면 좋겠거든요. 휴, 이게 다 제 능력이 부족해서예요. 이제 최신판 특급 메이드 훈련 클래스에 등록해 감시 능력을 강화시킬 겁니다! [player]리우는 이미 충분히 잘해 주고 있는 걸. 상황은 대충 알았어, 치오리는 나가기 전에 공원으로 간다고 했지? 그럼 내가 공원부터 찾아보도록 할게. [쿠죠 리우]정말 감사드려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라 공원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주변의 마작 테이블과 놀이터를 훑어 보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치오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공원 근처로 범위를 확대해 계속해서 치오리를 찾아보았다. 30분 안에 돌아온다고 한 데다 핸드폰을 가지고 가지도 않았으니, 치오리는 분명 먼 곳으로 가진 않았을 텐데… 치오리를 찾지 못하자 나도 점점 조급해져만 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분명 나 혼자밖에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 리우가 내게 말해 주었던 그 기묘한 시선이 생각났다…… 혹시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악당일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날 쫓아올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소름이 끼친 나는, 날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도망쳤다. [player]거기 누구야! 나와! 이어서 무언가가 뛰쳐나와 내 앞을 가로질러갔다.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만…… 그런데 저 수풀 안에 눈에 익은 붉은색 머리띠가 보이는 것 같은데??? [player]……치오리? 너 거기에 있니?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흐른 후, 손 하나가 붉은색 머리띠 벗어 아래로 내렸다. [player]…………… 치오리인 게 확실해졌다!!! 치오리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가자,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치오리로 추정되는 녀석이 더 멀리 도망쳤다. [player]……치오리는 숨바꼭질을 하고 싶은 거야? 왜 안 나오는 거야? 리우가 걱정하고 있단 말이야. [???]………… [???]냐옹. 상대방은 나를 무시한 채로 더 먼 곳에서 고양이 소리를 내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치오리는 어째서 고양이 소리를 내는 뻔한 방법을 써 가면서까지 자신을 숨기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 너무 이상한데…… 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선 섣불리 움직이기 보다는, 치오리가 스스로 나오게 만들 방법을 찾아야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