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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언제 한번 멍석말이라도 당하는 거 아냐?

[player]그러다가 언제 한번 멍석말이라도 당하는 거 아냐? 이한시는 평화로운 도시긴 하지만, 오히려 이한시이기에 '작사의 원한'을 우습게 봐서는 안될 일이었다. [쿠죠 리우]제가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것 같나요? [player]리우? 언제 온 거야? 어느새 내 곁으로 리우가 다가왔다. 그녀는 치오리의 메이드이자, 치오리와 자매처럼 끈끈한 사이이다. 힘으로 사람 다루기'한 전문 메이드 리우는 주인에게 다가오는 불경스럽거나 부적절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에게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전에 치오리에게 농담을 건넸을 때 리우의 강철 주먹을 맛 본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다. ……잠깐, 갑자기 방금 전 했던 '미친 말실수'가 떠올라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player]리우, 방금 전에 했던 위험한 발언에 대해 내가 설명할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쿠죠 리우]당.신.생.각.은.요? 쿠죠 리우는 가짜 웃음을 지으며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쿠죠 리우]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죠. 으으윽, 기다려! 다른 누군가를 시켜서 널…… 리우가 이야기를 시작하려던 바로 그 순간,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테이블에서 울려퍼진 처절한 목소리가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또 다른 작사가 치오리에게 마작으로 된통 당한 뒤 울며 뛰쳐나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뒤 말없이 시선을 돌린 나는, 대마왕의 웃음소리를 뒤로한 채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우를 간절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player]봐봐, 다른 사람들도 감정이 격해지면 험한 말을 해 버린단 말이야. 나도 말만 했지 진짜로 멍석을 준비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믿어 줘! [쿠죠 리우]쉿…… 목소리를 낮추세요. 저같이 연약한 여자가 당신을 상대로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나요? [player]'연약'하다란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할 것 같은데…… [쿠죠 리우]아, 바람 소리 때문에 잘 안 들렸는데 혹시 다시 말씀해 줄 수 있으실까요? [player]아무 말도 안 했어. [쿠죠 리우]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골치 아픈 일에 휘말렸는데, 당신이랑 상담하고 싶어요. [player]어? 내가 도움이 된다면야 얼마든지 말해봐. 전능에 가까운 리우의 입에서 '골치가 아프다'라는 말이 나왔으니, 여간 어려운 일임이 틀림없다. [쿠죠 리우]……'악당', 그것도 매우 위험한. [player]응? 악당?? 아직도 그런 게 있어??? [쿠죠 리우]어째서? 치오리 아가씨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존재가 악당에게 눈독 들여지는 건 있을 법한 일 아닌가요? [player]내 말은…… 당황하지 말고 그냥 네가 손을 쓰라는 말이야. [쿠죠 리우]아가씨의 시야가 닿는 범위 내의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 역시 메이드의 의무죠. 당연한 겁니다. 리우가 항상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데다가, 언제나 준비 태세에 돌입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나는, 그 악당들이 어떻게 '청소'되었는지에 대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player]알겠어. 근데 말투를 보아하니, 이번엔 평소랑은 다른 상황인가 봐? [쿠죠 리우]네, 때는 7일 전 저녁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차린 후 치오리 아가씨를 부르러 갔는데 기묘한 일이 일어났어요…… 리우는 그날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쿠죠 리우]아가씨,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치오리 아가씨? 치오리의 침실은 텅 비어 있었다. 리우가 다른 곳을 찾아보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발코니에서 "끼이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살펴본 리우는 발코니로 통하는 문이 열린 것을 확인했다. 그 사이로는 이미 여름의 더운 공기가 들어오고 있었다. 게다가 방금 전에 난 소리는 분명 누군가가 그네를 타는 소리였다. [쿠죠 리우]날이 이렇게나 더운데 발코니에서 그네를 타시는 건가요? 아가씨? 어라? 리우는 발코니로 주인을 부르러 갔지만 치오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오직 그네만이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던 건조한 날씨였지만, 그네를 만져 보니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네 옆에 떨어진 곰인형을 주우러 간 리우의 안색이 갑자기 변했다. [미카미 치오리]좋았어!! 완승이다!! 역시 내 홈그라운드에서 질 리가 없지! 리우…… 그때, 치오리의 목소리가 침실 밖에서, 정확히는 옆방인 작은 서재에서 들려왔다. 정신을 차린 리우는 곰인형을 급히 그네에 올려놓고선 침실에서 뛰쳐나와 치오리에게로 달려갔다. [쿠죠 리우]네, 지금 가고 있어요. [미카미 치오리]남풍전을 쳤더니 배가 고프네. 오늘은 이치히메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쿠죠 리우]후훗, 알겠어요. 오늘 저녁 식사는 미트 피자와 칠리 새우, 디저트로는 망고 크레이프가 준비되어 있어요. 부족할 것 같다면 스파게티를 만들어 드릴게요. [미카미 치오리]우와! 그 가게에서 먹었던 칠리 새우잖아! 레시피를 배워 온 거야? [쿠죠 리우]아가씨의 기억 속에 있던 맛 그대로였으면 좋겠네요. [미카미 치오리]자신감을 가져! 리우는 그 가게보다 더 맛있게 만들거야! [쿠죠 리우]아가씨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신 만큼, 분발해서 그 가게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야겠는걸요. [쿠죠 리우]정말 영광스러운 날이었죠. 아가씨께서는 그날 제가 만든 칠리 새우를 혼자서 전부 다 드셨어요. [player]그거 정말 맛있었겠는걸…… 아니,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 '악당'이잖아. [쿠죠 리우]참, 그렇죠. 어쨌든 그날 전 처음으로 그것의 존재에 대해 깨달았어요. 그 일 이후, 저는 치오리 아가씨와 함께 문을 나설 때마다 우릴 지켜보는 시선을 몇 번이나 느꼈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재빨랐던 탓에 쫓아갈 수가 없었죠. [player]엄청 성가신 녀석이네. [쿠죠 리우]제가 감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최신 특급 메이드 훈련 클래스에 등록한다고 해도, 교육을 받고 있는 시간 동안엔 치오리 아가씨의 안전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없을 거예요. [player]리우, 충분히 훌륭한 메이드야. 내가 보기엔, 넌 이미 충분할 정도로 치오리를 잘 지켜 주고 있어. 일단 상황은 알았으니까, 이제 난 뭘 하면 될까? [쿠죠 리우]저와 함께 치오리 아가씨를 지키는 거예요.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악당 녀석을 더 빨리 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player]알겠어. 근데 리우는 왜 날 고른 거야? [쿠죠 리우]제가 골랐다기 보다는, 치오리 아가씨가 '무의식적으로' 당신을 선택했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네요. [player]엥? 그게 무슨 소리야? [쿠죠 리우]치오리 아가씨께서는 남을 쉽게 신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만날 땐 겉으로는 싫은 척을 하셔도, 문제가 발생하면 무의식적으로 당신께 도움을 청하더군요…… [쿠죠 리우]아가씨께선 자신의 그런 모습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입니다만…… [쿠죠 리우]그래서 저는, 당신이라면 아가씨께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쿠죠 리우]하지만 안심하시길, 치오리 아가씨께서 외부인에게 의존하게끔 만들어 버린 것은 메이드인 저의 실책이죠. 그러니 이제 제 실수를 바로잡고 아가씨가 당신에게서 벗어나게 만들 겁니다! 마지막 말을 들은 나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player]아하하하…… 이런 일에 그렇게까지 진지해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player]그런데…… 이 악당이란 녀석, 스토킹이든, 혹은 다른 목적이 있든 빨리 잡는 편이 좋을 것 같은걸. [쿠죠 리우]쉿…… 목소리를 낮추세요. 치오리 아가씨께서는 아직 이 일에 대해 모르고 계세요. [player]정말이야? [쿠죠 리우]아가씨께서 아신다면 겁에 질려 잠도 제대로 주무시지 못 하고, 식사마저 제대로 못할지도 몰라요. 그리고 제가 아는 아가씨라면 분명 직접 악당을 잡으려고 하시겠죠. 그건 너무 위험해요. [쿠죠 리우]그러니 저희와 같이 다닐 핑계를 생각해 두세요. [player]음…… 그냥 놀자고 하면서 같이 다녀 보자. [미카미 치오리]같이 놀자고? 치오리가 왜 PLAYER 너랑 놀아야 하는 건데? [미카미 치오리]흥, 싫어, 안 놀 거야. [player]…………… 좋아. 완전히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이다. 뭐, 치오리라면 이렇게 말하는 게 정상이긴 하지. 하지만 옆에 있던 리우는 시작하기도 전에 망해 버릴 것 같은 이 보호 계획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쿠죠 리우]전에 치오리 아가씨께서도 시간이 된다면 PLAYER씨랑 같이 놀겠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미카미 치오리]하아?! 리우 바보! 치오리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쿠죠 리우]아, 기억났어요. 제가 실수했네요. 아가씨 같은 분께서 어떻게 PLAYER씨랑 같이 노시겠어요? 나는 리우를 향해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지금은 우리 둘이서 힘을 합쳐야 할 때인데! [방법이 없군]어쩔 수 없지. 치오리의 안전을 위해서 내가 더 열심히 할 수밖에. [player]치오리는 왜 나랑 같이 놀기 싫은 거야? [미카미 치오리]싫으니까 싫은 거지! 무슨 이유가 그렇게 많은건데! [미카미 치오리]근데, PLAYER 너는 왜 치오리랑 같이 놀고 싶어 하는 건데? 설마…… 같이 놀 친구가 없는 건 아니겠지? [player]당연히 아니지. 난 치오리랑 놀고 싶어서 다른 친구랑 한 약속도 전부 미뤄 뒀는걸! [미카미 치오리]……흥, 치오리가 순진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친구가 없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거겠지, 사실대로 털어놓도록 해! 치오리가 믿을만한 더 그럴듯한 이유를 말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 이걸 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