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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되지 않은 바람

物語: 
雀士: 
絆レベル: 

아버지께서 오일이 잔뜩 묻어 있는 작업복 주머니에서 오토바이 열쇠를 꺼내 던지셨고, 나데시코는 열쇠를 받아냈다.
열쇠의 플라스틱 부분은 세월로 인해 닳아 벗겨지고 있었다. 나데시코의 기억 속 아버지는 이 열쇠를 도색이 된 견고한 오토바이에 수없이 꽂아가며 나데시코를 태우고 집과 학교, 수리 공장을 오가셨었다.
그리고 오늘, 이 오랜 파트너는 곧바로 치러질 부녀지간의 '결전'을 목격하고 있었다.
나데시코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안에 있던 열쇠가 찌르는 통증이 밀려 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나데시코는 오토바이 수리공이었던 아버지의 손에 키워졌다. 사방에 널브러진 금속 부품들, 공기 중에 가득 찬 오일 냄새, 수리공들의 호탕하고 큰 목소리, 이것이 나데시코에게 있어서 가장 깊은 추억이었다.
그 기억은 바람을 타고 나데시코의 어린 시절부터 열여섯 살, 고등학교 입학 첫날까지 이어진다.
여름 방학 동안 정신없이 놀았던 나데시코는 헬멧을 벗어 아버지에게 던져주곤, 힘차게 새로운 학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나데시코의 설레는 감정을 함께 해줄 친구는 커녕, 주위 여자아이들이 어딘가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나데시코의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 안의 거울 앞에 서고 나서야, 다른 또래 여학생들과 자신의 분명한 차이점을 알게 되었다.
오토바이 헬멧에 짓눌린 머리, 펑퍼짐한 운동복, 차가운 표정, 게다가 여름 햇빛에 타버린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은, 뒤에 지나가는 꽃다운 소녀들의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되었다. 16년 동안 이런 것에 무신경했던 소녀는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 이내 거울 앞에서 재빨리 몸을 돌려 큰 보폭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또래보다 늦게 찾아온 외모에 대한 관심이 이 이때부터 싹 터 강하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강한 행동파에 배우는 속도도 빠른 나데시코는, 곧바로 '다른 애들처럼 외모에 신경을 쓰겠다'라는 목표를 세웠다.
처음에는 자신감 있게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강렬한 눈매를 가리기 위해 안경을 쓰기 시작했고, 화장품을 풀세트로 구입하기도 했다. 심지어 키사라기 아야네가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의 스타일을 열심히 분석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사춘기 소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자라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열여덟이 된 나데시코의 신장이었다. 나데시코의 키는 이미 주위의 모든 여학생들은 물론, 몇몇 또래 남학생들 보다도 컸다. 심지어 학급 사진을 찍을 때조차, 사진 기사님이 나데시코를 남학생들과 같은 줄에 세워 웃음을 자아냈다.
아무런 악의가 없는 웃음인 것은 알았지만, 나데시코는 분노가 차올랐다.
나데시코는 졸업 사진을 찍고 돌아와 아버지를 도왔다. 어딘가 기분이 나빠보이는 나데시코에게 아버지는 무슨 일이 있었냐며 물었고, 나데시코는 모든 고민을 털어놓았다.
"예쁜 외모? 어쩐지 고등학교 올라가고 나서부터 태워다 주는 걸 거부한다 했더니! 그런 거였냐, 하하하!"
……나데시코는 손에 들려 있던 렌치를 꽉 움켜쥐었다.
"……매일 아빠를 도와서 이런 일만 하니까, 아야네처럼 예뻐질 수 없는 거라고!"
"오호,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단 말이지? 오토바이도 안 건드리고, 이런 일을 하지만 않으면 예뻐질 수 있을 거라고?"
"……적어도 지금보단 낫겠지."
"아니. 난 그것보다도, 너만의 진실된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
"내 진실된 모습이 뭔데?"
"그건 당연히, 네가 알아서 찾아야지!"
아버지와의 대화에서는 결국 해답을 찾을 수 없었고, 나데시코는 더욱 우울해져만 갔다.
그리고 아버지는 잠시 나데시코를 지켜보다가 오토바이 열쇠를 꺼내며, '항쟁'의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만약 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 훈련장을 순조롭게 한 바퀴 돌 수 있다면, 앞으로 작업에서 제외해 줄게."
"……좋아, 그 말 꼭 지키기야"
무언가를 발산하고자 하는 미묘한 감정에서 기인한 것인지, 나데시코는 단숨에 대답했다.
바이크 스포츠는 통상적으로 여겨지는 '여성스러움'과는 상반되었기에, 나데시코는 근 몇 년간 바이크와 관련된 요소들을 생활 속에서 배제해 왔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오토바이와 함께 자라온 나데스코는 오토바이 작동 원리에 대해서는 매우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열쇠를 꽂아 넣고 돌린다. 시동, 기어, 가속…… 오토바이가 바람을 가르며 튀어나갔다. 이내 나데시코는 타고난 균형 감각과 반응 속도를 보여 주었고, 아버지마저도 그 '능수능란'함에 감탄하고 있었다.
처음 오토바이를 몰게 된 나데시코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잡이를 꼭 잡고 눈앞의 도로에 온 신경을 집중하자 자신의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찌 된 일인지, 바닥까지 가라앉았던 무거운 가슴이 경쾌하게 떠오르며 기분이 좋아졌다.
……바람이다!
바람이 불어온다. 삼 년 만에 다시 만난 바람이 나데시코의 얼굴을 향해 격렬한 반가움을 표시했다. 억눌려 있던 삶에 대한 압박감들은 모두 무너지고, 정성껏 관리해온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며 헝클어졌다. 하지만 나데시코에게 이런 건 중요치 않았다. 곧, 마음 깊숙한 곳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았기에…….
……맞아, 왜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신경 쓰면서 이 상쾌한 느낌을 잊고 있었던 걸까? 훈련장을 이미 한 바퀴도 넘게 돌았지만 나데시코는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곳을 달리게 된 이유를 다시금 떠올린 그 순간까지.
나데시코는 오토바이를 멈추곤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앞으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하거라. 이런 차가운 기계를 만지는 작업은 앞으로 안 해도 돼."
아버지는 몸을 일으키며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곤, 그녀에게 다가가 열쇠를 받아가려 했다.
하지만 나데시코는 자신도 모르게 열쇠를 움켜잡았다. 내심 아버지에게 열쇠를 돌려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데시코는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또한 나데시코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휴대폰을 꺼내곤 사진 한 장을 나데시코의 눈앞에 스쳐가듯 보여 주었다.
"맞다, 방금 네가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사진을 찍었는데, 음…… 너는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을 모습일테니까, 이 아버지 혼자서만 두고두고 감상하마!"
아버지의 능글맞은 눈빛을 보며, 나데시코는 왠지 아버지의 전략에 넘어간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사진 나한테도 보내 줘, 지금 당장!"
하지만, 아무렴 어때, 나데시코는 이미 개의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