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やっぱりすぐさま後ろへ引っ込む。

생명이 위험하다, 바로 후퇴하자.
[player]끼야아……………………
엄청난 비명이 목청을 뚫고 나왔다. 나는 소라를 붙잡고 신속하게 뒤로 도망갔다. 등이 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간신히 진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 '유령'은 쫓아오지 않았고, 자리에 서서 섬뜩한 웃음소리만을 내고 있었다.
[점원]소, 손님…… 괜찮으신가요? 죄송해요, 제가 너무 놀라게 했나 봐요.
[player]잠깐, 거기서 다가오지 말아 주세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점원]흐흠, 알겠습니다. 손님분을 놀라 게 만들어 버렸네요. '깨비깨비'옷가게에 잘 오셨어요,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이치노세 소라]PLAYER?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야?
[player]소라? 너도 여기로 온 거야?
해골 점원이 몸을 돌려 나를 들여보내자, 점원의 뒤에 가려져 있었던 소라가 보였다. 소라의 손에 샘플 의상이 들려 있던 걸 보니, 아마 이제 막 입어보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점원]어라~ 두 분은 친구셨군요. 제가 준비한 서프라이즈에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이신 두 분이 설마 친구 관계이실 줄은 몰랐네요. 두 분을 만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player]그럼, 소라도 가게에 들어왔을 때 똑같은 일을 겪었다는 건가?
[점원]그렇답니다, 그때는 밤의 유령이었죠. 하지만 여기 손님분께서는 놀라지도 않으시고 굉장히 진지하게 '세상에 유령은 없다'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저한테 설명해 주셨어요.
[점원]그리고 저한테 현실 세계에 있을 법한 모습으로 분장을 하면 효과가 더 좋을 거라고 조언까지 해 주셨죠. 음…… 신기했어요. 그렇게 전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답니다!
과학을 맹신하며, 증명할 수 없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는 태도가 확실히 소라다웠다.
[이치노세 소라]여기는 나나미한테 추천받았겠지. 나나미가 '점원을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어?
[player]그게 이런 '조심'일 줄은 몰랐지……
[이치노세 소라]여기서 만나다니 잘 됐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던 참이었어…… 나나미한테 학교 패션쇼에 대해서 들었지?
[이치노세 소라]지금까지의 통계로 봤을 땐, 드라큘라나 마법사, 혹은 귀여운 강시들이 승률이 높았어. 혹시 아이디어 좀 내 줄 수 있어? 나나미 말로는 막막할 때 PLAYER 자문을 구하면 보통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던데……
[player]그렇게까지 말하면 거절할 수 없지. 좋아, 마침 나도 의상을 사려고 했던 참이니까, 서로 도와주면 되겠다.
확답을 들은 소라는 안도하며 점원의 안내를 따라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닫혀 버린 문이 나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차단했다…… 그리고는 점원의 할로윈 의상 소개를 집중해서 들었다.
[점원]이 니콜라스 시그니처 마법사 의상은 이번 시즌 최고의 인기 제품이랍니다. 한번 입어 보시겠어요?
[player]음…… 그럼 그걸로 해 볼게요.
화려한 의상에 눈이 멀어 버릴 것만 같았다. 그냥 점원의 추천을 믿기로 하고, 한 벌을 집어 들곤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이치노세 소라]PLAYER, 옷 다 골랐어? 나는 다 입었어.
피팅룸의 문을 열자, 귀엽지만 우아함을 겸비한 '드라큘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진한 브라운 색상의 머리카락은 피부를 더욱 창백해 보이게 만들었고, 아름다운 푸른색 눈동자는 바다의 색채를 느껴지게 했다. 정말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건 친해서 하는 빈말이 아니다. 옆에 있던 점원마저도 같이 기념사진을 찍고 싶은 걸 꾹 참는 모습이었다.
[player]잘 어울리네, 유년기의 드라큘라 백작이라~
[이치노세 소라]콜록, 너도 그래. 존경하는 마법사 각하.
하지만 칭찬으로 소라의 표정이 풀어지지는 않았다. 소라는 거울 앞에서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았다. 커다란 망토 위에 달린 액세서리들 때문에 조금 불편한 듯한 모습이었다.
[점원]앗, 손님. 발밑을 조심하세요.
[player]조심……
눈앞에 있던 소라가 망토를 밟고 넘어지려 하자, 나는 빠르게 손을 뻗어 소라를 잡아 주었다.
[이치노세 소라]고마워…… 이 옷은 화려하지만, 안전성은 조금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네……
[player]망토 위에 달린 액세서리들이 너무 뾰족해. 패션쇼 동안 학교에 구경 오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런 옷을 입고 돌아다니기엔 너무 위험할 거 같아.
[이치노세 소라]나도 그렇게 생각해.
소라 역시 망토의 문제를 파악한 모양이었다. 소라의 눈동자에는 내가 알아볼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것은 마치 번뇌 같기도 했고, 또…… 기쁨 같기도 했다.
이상하다…… 소라가 이 가게를 찾은 건 자기한테 어울리는 할로윈 의상을 찾기 위해서였을 텐데, 좋은 의상을 하나 버리게 되었는데도 어째서 '기쁨' 같은 감정을 표출하는 걸까?
[이치노세 소라]콜록콜록…… 그럼 다른 의상을 찾아봐야겠어, 어쩔 수…… 없네.
[점원]그럼 귀여운 강시 의상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런 타입은 액세서리가 별로 많지 않아서, 움직이기에도 비교적 편한 의상이랍니다.
[이치노세 소라]그것도 예정된 선택지 중 하나지만, 난 사실……
[player]응?
[player]응?
[이치노세 소라]아냐, 갈아입어 볼게.
난 사실? 어째서 말을 하다 말았을까,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소라는 내가 생각할 새도 없이 다시 피팅룸으로 돌아갔다.
나는 거대한 물음표를 안곤 내가 입고 왔던 옷으로 다시 갈아입었다. 그리고 점원의 또다른 추천을 거절하며 소라가 다시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의상에 대한 욕심 같은 건 없어서, 소라의 결정을 돕는 걸 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이치노세 소라]이건 어때?
피팅룸의 문이 열리자, 자그마한 꼬마 강시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이마에 붙어있는 부적이 머리카락 사이에서 그의 발걸음에 맞춰 팔랑거린다. 가서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
[player]드라큘라 의상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이것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이치노세 소라]음, 이런 신체에 무리가 가는 행동이 필요한 의상은 의사 선생님이 허락하지 않을 거야.
[player]그럼 우선 후보로 남겨 두고, 다른 의상들도 봐보자.
[점원]손님, 마법사는 어떠신가요? 방금 옆에 계신 손님도 입어보셨는데, 두 분이 같은 의상으로 황금보다 값진 사랑을 표현해 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아요.
[player]여기서 왜 사랑이 나오는 거죠!
[점원]어설픈 의견일 수도 있지만, 홀로 천 년을 살아온 마법사 X 화려한 천재 마법사의 조합이라면 분명 큰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소라는 아무 말 없이 샘플 의상을 들고는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오 분도 채 되지 않아, 피팅룸의 문이 다시 열렸다.
[player]이렇게 빨리…… 음?
피팅룸에서 나온 건, 마법사 의상이 아닌 원래의 일상복을 입은 소라였다. 그는 단호한 거절의 의사 표시로 인상을 쓰며 점원에게 의상을 돌려주었다.
[점원]손님, 이 의상에 불편한 점이 있으신가요?
[이치노세 소라]……아뇨, 의상은 좋았어요.
[점원]그럼 사이즈가 안 맞았나요?
[이치노세 소라]아니, 의상의 문제가 아니에요……
점원이 어떻게 물어보든, 이치노세 소라는 고개를 저었다. 소라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다른 가게들도 둘러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가게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소라가 고개를 돌리며 한구석을 슬쩍 바라보았다.
[점원]저기는…… 왠지 또 만나게 될 것 같네요, 손님.
[player]……?
번화가의 마지막 가게를 둘러보고 나니 하늘의 주인은 이미 뒤바뀐 상태였다. 달이 태양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고, 네온사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빛을 뽐내고 있었다.
[이치노세 소라]콜록콜록…… 내가 뭘 하는 거지, 빨리 결정해야만 하는데……
시월 말의 일교차는 이미 뚜렷했다. 나는 괜찮았지만, 소라에겐 분명 영향이 있을 것이다. 컨디션이 떨어지고, 아직 맞는 의상도 찾지 못한 현재의 상황이 소라로 하여금 초조함을 일으키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내가 보기엔 괜찮았지만 소라가 여러 가지 핑계로 거절했던 의상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렇게 많은 가게를 돌았으니, 분명 수확이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때 소라가 내비친 '기뻐하는' 듯했던 묘한 감정……
[player]……소라.
곰곰히 생각해 본 뒤, 나는 순간 대담한 추측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