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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分で選ぶ。

[player]그건……
타닥 타닥. 고민을 이어가던 찰나, 한 무리의 말들이 조련사의 인도에 따라 내 앞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두에 있던 백마가 눈에 들어왔다. 다리가 길게 뻗어 있고, 목을 타고 내려온 갈기 또한 밝게 빛나 보였다.
[player]결정했어, 바로 이 말로 할게요!
[스태프]안목이 뛰어나시군요. 이 녀석은 이곳에서 유일한 금빛 아할 테케 품종입니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피 같은 땀을 흘린다고 하여 '한혈마'라고도 불리죠. 그럼 바로 가서 월영을 데려오겠습니다.
좋은 말을 골랐다고 하니 왠지 안목에 자신이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의아하게도 히데키는 어딘가 걱정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player]히데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케치 히데키]…… 아니에요. 제가 도와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player]……응?
스태프가 말을 데려오고 나서야, 나는 히데키의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짙은 파란색의 눈동자는 경멸의 눈빛을 드러내며 힘과 위엄을 뿜어내고 있었다. 역시, 대단한 말들은 성격이 있어 보여서 생각보다 친해지기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의 뒤틀린 승부욕 또한 발동했다. 난 오늘 반드시 상대를 정복하여, 나의 탈것으로 만들어 보일 것이다.
[아케치 히데키]갑자기 낯선 말에게 다가가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위예요. 먼저 말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목소리에 익숙해지도록 만드세요.
말을 데려온 이후로, 히데키는 내곁에 더 가까이 다가와 묵묵히 서있었다. 그는 내게 말을 바꾸라고 하기보다는 내가 인내심 있게 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고, 옆에서 지켜보던 스태프마저 그 세심함에 감탄했다.
[아케치 히데키]맞아요. 바로 이렇게…… 이제 천천히 목을 만져 주세요. 그러면 월영이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은백]쉬쉬――
[아케치 히데키]긴장하지 마세요, 이건 기뻐하는 소리니까요. 이제 첫 관문은 통과했으니 올라타 보셔도 괜찮을 거예요. 고삐를 쥐고 중심을 잘 잡고 앉아 보세요.
[player]알았어.
월영이라는 이름의 한혈마는 아무래도 성질이 있어 보였지만, 순순히 나를 태우고 훈련장을 산책하는 모습을 보니 이 녀석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사회 생활에 찌들은 말'인 모양이었다. 히데키는 나의 안전을 우려해 계속 앞에서 고삐를 붙잡고 있었다.
여름의 햇빛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말 위에 타고 있는 나조차도 땀이 흐르는데, 앞에서 이끌고 있는 히데키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었다. 나는 레일을 따라 몇 바퀴를 돈 뒤 말에서 내리기로 결정했다. 히데키와 로비로 돌아가 시원한 바람을 쐴 준비를 하자.
[아케치 히데키]PLAYER씨는 승마에 소질이 있네요.
[player]그냥 말 타고 몇 바퀴 돌아본 것 뿐인데 뭐……
[아케치 히데키]너무 과소평가 하지 마세요. 제 눈은 꽤 정확하다구요. 은백도 PLAYER씨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괜찮다면 다음에도 같이 오실래요?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칭찬을 해 주는 대상이 높은 기준을 가진 아케치 부장이라면 더더욱 기쁠 것이다. 그렇게 내가 만족감에 빠져 있던 찰나, 갑자기 앞서가던 히데키가 돌연 발걸음을 멈췄다.
[player]히데키, 무슨 일이야?
[아케치 히데키]크흠, 아니에요. 그럼 혹시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건 어떨까요?
[player]음……
갑작스러운 제안에 아무래도 히데키가 무언가를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늦은 모양이다. 그가 마주 서 있는 방향을 바라보자, 한 기수가 말을 타고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다그닥 다그닥. 그리고 그가 우리와 부딪히기 바로 직전, 기수는 멋진 기술을 선보이며 안정적으로 우리 앞에 멈춰 섰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방의 의도가 마냥 좋게만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
[???]이 녀석은 내가 새로 들여온 허스트 온혈마라고 한다. 어제부터 훈련을 시작했지, 이변이 없다면 다음 대회에는 이 녀석과 함께 출전할 생각이다.
[아케치 히데키]너랑 잘 어울리네.
[???]넌 정말 변한 게 하나도 없군, 경기장을 떠나고 기본적인 감성마저 사라진 건가?!
잠깐…… '경기장'이라는 단어에 내 기억 한 켠에 잠들어 있던 정보가 다시 되살아났다. 외모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바로 사진 속에서 봤던 준우승자 '프로 불편러'였다.
히데키에게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레빈은 한발 더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말투에는 강한 불만이 섞여 있었다.
레빈
[레빈]승마대회에서 우승까지 했던 녀석이 패배가 두려워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다니, 정말 거기에 안주하려는 거냐?
[레빈]너 같은 녀석을 주인으로 만난 말이 불쌍하군.
말이 끝나자, 레빈은 말 머리를 돌려 떠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