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아…… 안 돼!
마음속의 악마가 마음씨 여린 천사를 때려눕히고 우세를 점했다, 그리고 난 어렵사리 거절의 말을 내뱉었다.
콘서트 VIP 좌석을 위해, 나는 큰 결단을 한번 해야만 한다. 나는 소녀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하고 매니저 님이 미리 준비해 둔 2인분의 식사를 식탁 위에 올렸다.
도시락 속의 망고 쉬림프 샐러드는 마치 갓 땅속에서 튀어나온 듯 신선해 보였다. 통통한 흰색의 새우 살이 그 속에 섞여 전체적인 색감을 조화롭게 만들었다. 물론 이 또한 맛과 향을 고루 갖춘 미식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제는…… 그 옆에 호화롭고 매혹적인 치킨 덮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처참한 시각적 대비는 나의 마음을 더욱 약하게 만들었고, 결국 밥을 먹으면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없애고자 노력했다.
[후지타 카나]에휴……
[player]혹시 내가 불편하게 했어? 먼저 거실로 가 있을까?
[후지타 카나]당연히 아니지. 맛있는 치킨 덮밥을 못 먹는 것만으로도 카나는 이미 괴로운걸. 이런 밥을 먹는데 PLAYER까지 안 보이면, 음식이 안 넘어갈 거야.
[player]이제 콘서트가 끝나고 너한테 어떤 선물을 줘야 할지 알 것 같은걸. 닭다리 튀김 꽃다발, 꼭 네 이름까지 달아서.
[후지타 카나]하하, 나는 괜찮은데 매니저 언니가 분명 안 된다고 할 거야. 에휴…… 먹고 싶은 걸 먹으려면 삼 개월 뒤에 있는 콘서트가 끝나야만 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괴로워졌어.
소녀는 부드럽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그리고 손에 들려 있던 포크로 그릇을 휘적거렸지만,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지는 않았다.
카나가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니, 결국 내 마음속의 “천사”가 슬그머니 일어서서 다시 지팡이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녀의 기분을 가라앉혀야 했던 나는, 손쉽게 그의 마법진 속으로 떨어졌다.
[player]카나, 괜찮으면 여기 있는 치킨도 한번 먹어 봐.
[후지타 카나]에에? 정말?!
[player]응, 하지만 칼로리가 걱정되니까 조금만 먹어. 그리고 오후에 트레이너 선생님한테 말해서 추가 트레이닝을 해달라고 할거야……
[후지타 카나]문제없어. 한입만이라도 먹을 수만 있다면 추가 트레이닝 쯤이야 하루종일 해도 상관없어! ……우움. 고마워, PLAYER. 역시 상상했던 대로 맛있어!
카나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치 언제 속상했냐는 듯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어서 그녀는 곧바로 젓가락을 들고 치킨을 먹기 시작했다. 금세 양 볼이 빵빵해진 카나는 행복해 하며 만족스러운 소리를 내었다.
[player]잠깐, 카나, 그건 내가 쓰던 젓가락……
[후지타 카나]에엣?
소녀의 얼굴은 귓불까지 빨개지더니 쥐고 있던 젓가락을 금세 내 손에 들려주었다. 그리고 방금 전의 샐러드 도시락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방금 전까지 버림받고 있던 채소들이 마치 진귀한 음식으로 변한 듯했고, 그것이 그녀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다.
카나의 행동은 캣챗에서 보았던 귀여운 다람쥐 영상 모음집을 떠올리게 했다. 내심 기쁨과 약간의 자부심이 차올랐다. 이렇게 생생한 그녀의 모습을,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니.
다만…… 나는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만져보았다. 보아하니 영향을 받은 건 카나 혼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점심 식사 후 잠깐의 휴식을 갖던 중, 운동 시간을 알리는 알람 소리가 울렸다. 보통 이 시간이면 매니저 님이 모셔 온 트레이너 선생님이 이미 와 있었겠지만, 오늘은 특수한 상황이 벌어졌다.
[후지타 카나]트레이너 선생님이…… 휴가를 냈다고?
[player]응, 방금 메시지를 받았어. 집안에 일이 생겨서 오늘 수업을 못하게 됐다네.
[후지타 카나]분명 하늘이 내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특별히 하루의 휴식을 주신 거야. 오후엔 아예 이치히메 쪽에 찾아가서 마작이나 할까? 최근엔 매일 훈련만 하느라 남풍국 안 한지도 오래됐는걸.
하지만 카나가 벌써부터 오후의 여유를 즐길 생각에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난 체중계를 꺼내들어 냉혹하게 그녀의 환상을 깨 버릴 수밖에 없었다.
[후지타 카나]PLAYER, 갑자기 그런 무서운 물건은 왜 꺼내는 거야!
[player]네가 목표 체중에 도달할 때까지는 절대 쉬도록 할 수 없어.
[후지타 카나]흠흠, 그냥 농담했을 뿐이야. 제대로 운동할 거라구. 체중계는 집어넣어…… 그렇게 강하게 나올 거라면, 차라리 네가 카나의 트레이너를 해!
[후지타 카나]에엣?
[후지타 카나]왜 그렇게 놀라? 우리 집에 며칠 동안 와서 감독을 했었으니까 트레이너 선생님이 가르친 동작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리고 전에 매니저 언니가 녹화해 둔 트레이닝 영상들도 있으니까, 네가 해도 문제없어.
나의 본능적인 거절 심리는 카나에 의해 차단되었다. 그녀의 설명을 듣다보니 나도 점점 이 방법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적어도 현재로써 이 방법이 시간 절약과 다이어트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계획으로 보였다.
Character:
categoryStory:
choi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