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괜찮은 생각 같아. 하지만…… 설마 내가 운동하다가 숨 차서 헐떡이는 걸 보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
[후지타 카나]크흠, 그럴 리가. 운동은 곧 건강! 난 단지 이런 건강한 라이프를 너랑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럼 바로 시작할까?
내 마음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카나는 다급히 예전에 저장해 둔 영상을 찾았고, 심지어 매트까지 적극적으로 깔아 주었다. 내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교묘한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았다.
어차피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이미 늦었다. 카나의 무한한 기대 속에, 나는 몸을 일으켜 영상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따라하기 1분, 아직은 괜찮다…… 그리고 5분 뒤, 조금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10분 뒤, 몸에 땀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온몸이 물에 잠긴 것만 같다.
영상 속에 등장한 대부분의 동작들은 보기엔 쉬워 보였지만, 막상 직접 해보니 상당히 어려웠다. 나처럼 이런 걸 처음 접해 보는 초보자들에겐 거의 지구 멸망급 재난에 가까웠다.
손발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하는 게 느껴지고, 무거운 호흡 소리가 점차 영상의 BGM을 뒤덮었다. 카나의 앞만 아니었다면 난 아마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리고 휴식 타임이 주어지자, 난 곧바로 소파를 향해 몸을 던졌다. 단 1초도 더 서 있고 싶지 않았다.
[player]후우…… 후우…… 후우……
[후지타 카나]괜찮아? 먼저 물 좀 마실래? 여기 물 준비해놨어.
[player]괜찮아…… 후우…… 조금 쉬면 나아질 거야. 후우……. 이렇게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도 움직일 수 있다니, 카나의 체력은 대단하네.
[후지타 카나]하하, 익숙한 말인걸. 전에 미야도 그런 말을 했어.
[player]미야도 매니저님의 다이어트 계획에 걸려들었어?
[후지타 카나]아냐, 예전에 W.I.N이 막 데뷔했을 때였어. 모두 같이 새로운 안무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미야하고 아카네가 힘들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을 때 난 계속 음악에 맞춰 춤을 췄었거든, 그래서 그렇게 말했던 거야.
[후지타 카나]"겜순이가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체력을 갖고 있는 거야?"라고 말했었지. 큭큭.
[후지타 카나]대표님의 기준이 높아서 그때는 12시간씩 매일 연습했었어…… 지금 생각하니 조금 그립네.
[player]무대 위에서의 몇 분을 위해, 아이돌은 뒤에서 엄청난 희생을 해야만 하지.
[player]바로 지금처럼, 매니저 님이 다이어트를 하라고 했지만 카나는 사실 뚱뚱하지 않아. 오히려 날씬하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한입도 더 먹을 수 없잖아. 이렇게 생각해 보면, 아이돌이란 것도 정말 고생하는 직업인 것 같아.
[후지타 카나]하하, 너한테 칭찬을 듣는 건 기쁘지만 네 말엔 마냥 동의할 수 없겠는걸.
카나는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기며 미지근한 물을 들고선 내 옆에 앉았다. 그녀는 그렇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후의 햇살이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며 구석구석 여름의 느낌을 전달하고 있었다, 마치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을 메꾸려는 듯이.
[후지타 카나]아이돌이 사람들한테 사랑받는 건,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원하는 모양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야.
[후지타 카나]모두 아이돌처럼 화려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해. 그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돌의 뒤를 쫓게 되고, 또 그들을 신앙처럼 여기게 되는 거지.
[후지타 카나]자화자찬하는 느낌이지만…… 난 운이 좋아서 타인의 삶에서 한줄기 빛이 되어 줄 수 있었으니까, 그들을 실망시키는 행동을 하면 안 되겠지?
어쩌면 카나가 처음 아이돌이 되고자 했던 건, 그저 화려한 무대에 서고자 하는 간단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꿈은 더 이상 무대에 국한되지 않게 되었다.
팬들이 그녀를 사랑하듯, 카나 역시 그들의 사랑에 적극적으로 보답하고 있는 것이다.
[player]카나, 네 팬들은 정말 행복할 거야.
[후지타 카나]헤헤, 그럼 축하해. 너도 그중 한 명이잖아……
[player]하하, 그럼… 휴식 시간도 끝났으니까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후지타 카나]후…! 따듯했던 장면을 이렇게 한번에 부숴 버리다니, PLAYER, 너무 짓궂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팬을 아끼는 카나는 내가 일어서려는 것을 제지하고 홀로 매트 위에 섰다.
모든 팬들을 위해 노력하는 그녀는, 평소보다 더욱 진지하고 더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다음날
[player]매…… 매니저님! 어째서 여기에!? 공연이 끝나기까지 아직 이틀이나 남지 않았나요?!
[매니저]다른 사람을 시켜서 미야를 케어하라고 했어요, 급히 돌아온 건 다이어트의 진척을 확인하기 위해서죠. 카나, 멍 때리지 말고 어서 체중계에 올라가 봐.
[후지타 카나]……도살장에 끌려가는 느낌인걸.
카나가 표정으로 아무리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어도, 매니저 님의 강한 요구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디지털 체중계의 숫자가 오락가락 요동치다 이내 한 숫자에서 멈춰 섰다.
[매니저]합격이군, 정말 의외야. 그럼 기록을 해 볼까. 오늘의 체중은……
[후지타 카나]후후. 매니저 언니, PLAYER, 알면 됐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크게 말할 필요는 없다구요.
[매니저]못말려 정말. 아무튼…… PLAYER 씨, 요 며칠 고생했어요. 약속대로 VIP석 티켓을 준비해 드릴 테니까, 콘서트 때 뵙도록 해요.
[player]네네!
역시, 카나의 팬이 되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야!
Character:
categoryStory: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