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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

인정할 수밖에 없다, 쿠츠지가 내놓은 패는 확실히 구미가 당긴다. 게다가 요점도 정확히 짚었으니, 잠시 고민을 한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쿠츠지]호오? 뭘 부탁할지는 아직 얘기도 안 했는데, 이렇게 시원하게 수락한다고? [player]뭐, 내가 거절하길 바라기라도 했어? [쿠츠지]아니, 그냥 궁금해서. 혹시 내가 부도덕하거나 불법적인 일을 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 봤어? [player]……그렇네. 쿠츠지의 말을 들은 나는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 작은 접점밖에 없는 우리 사이에선 꽤나 가능성 있는 일이란 것을. [player]너희, 설마 지금까지 불법적인 일들을 계속 해 온 건 아니……겠지? [쿠츠지]형씨, '효'의 정보를 캐묻는 거야? 그건 추가 비용이 들 텐데.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건 불가능이다. 작사라면 모든 돈을 마작장에 써야하는 법. 난 입에 지퍼를 잠그는 제스처를 취하며 더 이상 캐묻지 않겠다는 뜻을 알렸다. [쿠츠지]하하, 재밌는 사람이네 형씨는. 게다가 은근히 잘 속기도 하고. [player]으…… 설마 정보를 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거짓말은 아니겠지? [쿠츠지]그럴리가, 난 뱉은 말은 지키는 편이라고. 쿠츠지가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자 내 뒷편에서 누군가가 나타났다. 어제 내게 문을 열어 주었던 여자아이였다. 그녀는 내게 검은색 신용카드를 건네 주었는데,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물건이었다. [쿠츠지]자, 임무용 경비다. [player]경비? [쿠츠지]내일 기도춘에선 매달 한 번씩 열리는 화초 경매가 있을 예정이야. 표면상으로는 꽃을 팔지만, 실제로는 꽃에 대응되는 게이샤와 함께 애프터눈 티를 즐길 기회를 파는 거지. [쿠츠지]대부분은 억만금을 주고도 만날 수 없는 존재야, 가끔은 토죠 쿠로네 본인조차도 낄 때가 있지. 이게 형씨의 일이야. 그녀의 꽃을 낙찰받아서 그 기회를 얻어 내는 것. [player]그럼 어떤 꽃을 사면 되는 거야? [쿠츠지]몰라. [player]뭐라고? [쿠츠지]애초부터 항상 랜덤 박스 형식의 이벤트였어. 꽃은 항상 게이샤 본인이 그때그때 기분 따라 고르는 거라서 정해진 바가 없지. 그러니까…… 잘 해 보라고, 형씨. 랜덤 박스라니…… 이런 나쁜 문화 같으니라고… 다 같이 보이콧해버리는 일은 없으려나. [player]너무 운에만 맡기는 거 아냐? 당신네들 정보망으로도 미리 알 방법 같은 거 없어? [쿠츠지]다른 사람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토죠 쿠로네는 불가능해. 본인만이 무슨 꽃을 골랐는지 알거든, 가장 가까운 하인조차도 모른다고. [쿠츠지]지금까지 알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내일 그녀가 경매에 참가한다는 소식 하나뿐이야. [player]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로는 당신들이 못 얻어내는 정보는 없다던데? [쿠츠지]틀린 말은 아니지. 지금 형씨가 바로 그 정보를 얻어내러 가는 거잖아? [player]알겠어. 그럼, 경매에 참가해서 토죠 쿠로네의 꽃을 낙찰받으면 되는 거지? [쿠츠지]정확히 말하자면, 경매에 가서 토죠 쿠로네의 꽃을 낙찰받은 뒤 구매자로서 약속 장소에 나가는 거지. [쿠츠지]그리고 돌아와서 형씨가 들은 소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나한테 보고해 주면 돼. [player]……궁금한 게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