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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구야히메를 믿어 본다

카구야히메를 믿어 본다 [player]내 생각엔…… 어쩌면 카구야히메가 한 말이 가장 진실에 가까울지도 몰라. [이치히메]주, 주인은 이치히메 편이 아니었냥? 어째서냥! [player]미안, 이치히메. 나는 마이의 외할아버지께서 굉장히 엄격한 성격이셨다고 들었거든. 축제를 거부하는 이유가 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가. [카구야히메]우히히! 인간, 가르치는 맛이 있구나. [이치히메]냥…… [내레이션]방향성을 잡은 나는, 마이와 함께 천월 신사로 돌아왔다. 날이 이미 어두워진 뒤였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혹시 마이랑 같이 신을 봐 줄 수 있나요? 마이는 어째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어요. [player]그건 괜찮지만, 나 같은 외부인한테 신을 보여 줘도 괜찮은 거야? [아이하라 마이]주인님은 계속 마이를 도와 주셨잖아요. 마이에게 있어 주인님은…… 외부인이 아니에요. [내레이션]마이는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마이는 고개를 숙이고선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있는 듯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난 마이에게 있어 신뢰를 받고, 또 의지하고 싶은 사람이 된 모양이다. [player]알았어. [아이하라 마이]정말인가요? 정말 좋아요, 주인님. [내레이션]내가 동의를 하자, 그녀는 고개를 들곤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레이션]나는 마이의 안내로 신사 내전의 수행실로 들어섰다. 이곳은 천월 신사에서 가장 오래된 장소이며, 대외적으로는 개방하고 있지 않는다고 했다. [내레이션]마이는 불을 켜지 않았다. 아니, 자세히 보니 이곳엔 불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높이 솟아 있는 내주가 지붕의 대들보까지 뻗어 있었다. 이곳은 신사 안에 있는 다른 건축물들과 달리, 여전히 예스러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player]천월 신사에는…… 유구한 역사가 있구나. [아이하라 마이]이곳도 지금껏 여러 번 보수를 했겠지만, 그래도 아직 역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요. [내레이션]마이는 가장 안쪽의 족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이하라 마이]여기 있다, 이게 바로 무녀의 방울이에요. 천월 신사에서 대를 이어 전승해 온 신체이지요. [내레이션]마이는 상자에서 색깔이 있는 끈이 달린 방울을 꺼내 들었다. 창밖의 달빛이 무녀의 방울을 비추자, 그것은 금빛 광채를 뽐내었다. [내레이션]어쩌면 방이 예스럽기 때문일까, 나는 장엄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마치 천월 신사 역대 무녀들의 의지가, 신사의 계승자인 아이하라 마이를 수호하고 있는 듯했다. [아이하라 마이]아…… 마이, 생각났어요…… [내레이션]마이는 고요한 수행실에서 잠시 멍을 때리다, 곧이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아이하라 마이]마이가 어릴 적에, 외할머니께서 이 종으로 무녀의 춤을 선보이신 적이 있었어요. 바로 이 수행실에서요! [내레이션]마치 기억을 더듬어가듯, 그녀가 수행실 중앙을 바라보자 손에 들려 있던 신체도 덩달아 움직이며 청아한 음색을 뽐내기 시작했다. [아이하라 마이]외할아버지께서는 마이를 안고 이곳에 앉아 외할머니의 공연을 보셨어요…… 매우 기쁘고, 행복해 보이셨죠. [내레이션]나는 그 말을 듣곤 놀라고 말았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사실은 이치히메의 말이…… [player]결국 마이의 외할아버지께선, 먼저 떠나간 할머니가 생각나서 축제를 거절했던 건가? [아이하라 마이]네! 이치히메 님과 카구야히메 님의 말도 틀리지 않았어요. 외할아버지께선 외할머니 생각도 나고, 또 신도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래서 큰 축제를 여는 걸 거절하신 거였어요. [아이하라 마이]왠지, 할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내레이션]눈앞의 마이는 진상을 깨닫자 기쁜 나머지 무녀의 방울을 흔들었다. 고요했던 달빛은 샘물처럼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따라 흘러 내렸다. [내레이션]나는 다시 그 방울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방금 내가 느꼈던 장엄한 느낌과는 다르게, 신체의 금빛은 가족의 따뜻함 또한 느끼게 해 주었다. [아이하라 마이]"떠드는 아이여~ 어서 조용히 하렴~ 북새통이여~ 아하아아~" [내레이션]마이는 날 위해 무녀의 춤을 한 대목 선보여 주었다. 축제가 아닌, 오직 나 한 명만을 위한 공연이었다. [아이하라 마이]"떠드는 아이여~ 가족의 품에 안기거라~ 북새통이여~ 아하아아~" [내레이션]그것은, 떠나간 사람의 사랑이 다시 살아난 듯한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