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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히메를 믿어 본다

등불 수수께끼 [player]내 생각엔…… 이치히메의 말이 더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 [이치히메]주인은 역시 좋은 주인이다냥! [아이하라 마이]아…… 마이도 생각났어요. 어릴 적에 한번 신사가 굉장히 시끌벅적했던 적이 있었어요…… 마치 축제처럼요. 하지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다신 보지 못했죠…… [player]그럼 이치히메의 말이 맞겠네. 마이의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신주 할아버지께선 혹시라도 아내가 생각날까 봐 축제 여는 걸 꺼려하셨던 거야. [카구야히메]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구나. 하지만 인간들이여, 어떠한 일들은 단순히 표면만 보아서는 알 수 없는 법. 천월 신사엔 아직 그대들이 찾아야 할 많은 요소들이 숨어 있노라. 우히히. [내레이션]내가 계속 캐물으려 하자, 카구야히메는 손을 저으며 천기를 누설해선 안 된다는 듯한 손짓을 보였다. 천월 신사엔 아직 어떤 비밀들이 남아 있는 걸까…… 나중에 천천히 알게 되겠지, 지금은 마이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우선이다. [이치히메]이치히메는 마이랑 같이 축제를 여는 게 기대된다냥! [아이하라 마이]함께요? 혹시 혼천 신사도 참가하나요? [이치히메]냥? 이치히메가 방금 말하지 않았냥? 혼천 신사도 사장의 초청을 받았다냥. 멍지로가 외출한 것도 이 일 때문이다냥! 우리 같이 큰 축제를 한번 열어 보자냥! [아이하라 마이]……만일 혼천 신사도 참여하는 거라면, 천월 신사도 참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내레이션]마이가 이전에 두 신사 사이에는 깊은 연이 있다고 언급했듯, 마이는 아마 그런 이유로 인해 생각을 바꾼 듯했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마이는…… 조금은 축제를 열어 보고 싶어졌어요. [player]내 생각엔, 만약 할아버지께서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기 싫었기 때문에 축제를 거부해 온 거였다면, 지금이야말로 새로 시작하기 적절한 때인 것 같아. 마이네 외할머니께서도 축제가 다시 열리는 걸 보면, 분명 하늘에서도 기뻐하실 거야. [아이하라 마이]응…… 그럼 마이는 결정했어요. 혼천 신사와 함께 축제를 열게요! [이치히메]잘 됐다냥! 이치히메는 축제에서 솜사탕이랑 오징어 구이를 먹을 거다냥! 그리고 게임도 많이 할 거다냥! [내레이션]혼천 신사의 분위기는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아마 이처럼 다른 것에 구애받지 않는 분위기이기에, 마이의 고민을 도울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레이션]그 후 수 개월 뒤, 우린 이히치메, 멍지로와 함께, 사이토 씨의 지원을 받아 분주하게 축제를 준비했다. [내레이션]그리고 드디어 축제날 저녁이 다가왔다. 천월 신사와 혼천 신사의 합동 축제가, 지금 시작됐다. [카비]손님, 제비를 뽑아 운명을 점쳐 보세요. [손님A]와, 대길이야~ [손님B]엑…… 난 왜 흉이 나온 거지?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카비]유감스럽게도, 운명은 쉽게 바꿀 수 없답니다. [손님B]엥? 운을 트이게 할 수는 없나요? [카비]제비를 신목에 달아 보는 무의미한 발버둥도 괜찮기는 하겠죠, 비용은 이쪽에서 지불하시면 됩니다. [내레이션]나와 마이는 앞에 있는 소원패들을 지켜보다가, 멀리서 카비가 점을 치는 모습이 보였다. [아이하라 마이]천월 신사에 이 정도의 손님이 온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player]그렇지. [아이하라 마이]마이는 사실…… 이런 분위기가 좋아요. [사이토 오사무]소원패 하나만 부탁하지, 고맙군. [아이하라 마이]어…… 어서 오세요! [내레이션]축제 삼일 전부터 바빠서 그림자도 안 보이던 사이토 씨가, 갑자기 우리가 있는 곳에 나타났다. 곁에 비서가 없는 것으로 보아, 일이 아니라 단순히 놀러 온 모양이다. [아이하라 마이]저기…… 이번 축제…… 정말 감사해요! 그, 소원패는 여기 있어요! [사이토 오사무]천만에. 아이하라 아가씨가 평소에 인간관계를 잘 쌓아 두었던 덕분에, 홍보에도 도움이 됐다.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축제가 되었으니,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레이션]사이토 씨는 뭔가가 떠오른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리곤 우리를 보며 진지하게 말을 더했다. [사이토 오사무]오늘의 이 분위기는, 십오 년 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군. 나는 더 둘러볼 생각이니 이만 가 보도록 하지. [내레이션]사이토 씨는 소원패를 걸자마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나는 그의 소원패가 걸린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무겁고도 강직한 필체로 미래에 대한 염원이 쓰여 있었다. 역시 사이토 씨답다. [내레이션]방금 사이토 씨가 한 말을 떠올리자, 그가 예전부터 말하던 그 축제가 마음에 걸렸다. [player]계속해서 언급되는 걸 보면, 그해의 축제는 분명 성대했을 것이다. [아이하라 마이]사실…… 마이도 그 축제에 대한 기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매번 떠올릴 때마다 조금…… 왠지 거부감이 들곤 해요. [player]왜? [아이하라 마이]왜냐면…… 마이도 어머니 생각이 나서요. [내레이션]즐거운 축제의 분위기는 여전히 바로 옆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어쩐지 마이의 표정은 점점 확연하게 어두워져 갔다. [내레이션]마이가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헤어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마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마도 슬픈 과거를 떠올린 것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아이하라 마이]천월 신사를 이어받을 사람은 원래 마이의 어머니였어요. 하지만…… 생각도 못한 일들 때문에, 어머니께선 마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돼서 어딘가로 떠나 버리셨죠. 마이를 보러 온 적은 거의 없었어요…… [내레이션]마이는 어머니와 헤어지고 난 후 유일하게 만났던 때가, 외할머니의 장례식이었다고 말했다. [내레이션]마이가 어머니를 만났을 때, 어머니는 그저 검은 정장을 입은 커리어 우먼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어머니는 빈소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주위 그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고. 굉장히 차가워 보였다고 한다. [아이하라 마이]장례가 끝나자 어머니는 바로 떠나셨어요. 그 후로 십수 년간, 마이는 매년 보내 주시는 편지만을 받을 수 있었죠. [내레이션]나는 마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의 무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럴 땐 위로의 말조차 무의미할 것이다. [후지타 카나]예이~! 카나 등장! 늦어서 미안, 방금 전 싸인회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왔지 뭐야! [내레이션]분위기가 무거워질 무렵, 우리와 교대했던 후지타 카나가 나타났다. 카나는 사이토 오사무의 회사와 계약한 연예인으로서, 오늘 축제에서 아이돌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내레이션]카나는 싸인회에서 팬들과 만나면서도, 각 노점을 돌아다니며 임시 점원으로서 고객들과 소통도 해야 했다. [player]카나 왔구나, 괜찮아. 바쁜데도 우릴 도우러 와 줬네, 정말 고마워. [후지타 카나]헤헤. 원래 카나가 해야 할 일이긴 했지만, PLAYER한테 감사 인사까지 들으니까 더 힘이 나네! [후지타 카나]하지만…… 카나는 무거운 분위기를 감지했어. 이건 아이돌한테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야! PLAYER, 혹시 마이를 괴롭힌 거 아냐? [player]조금 진지한 얘기를 하긴 했지만, 카나를 보니까 다시 기분이 좋아졌어. 그치? [아이하라 마이]마…… 맞아요. 주인님은 마이에게 계속 다정하게 대해 주셨어요. 항상…… [팬A]어이, 저거 카나 아냐? 카나도 축제에 참가했구나! [팬B]진짜야! 카나 님, 싸인 좀 해주세요! [후지타 카나]아야야…… 보아하니 휴식은 여기까지인가 봐. 마이는 곧 무녀의 춤을 추러 가야 할 테니까, 소원패 판매는 카나한테 맡겨 줘. [내레이션]무녀의 춤은 축제가 시작될 때부터 기대하고 있었던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후지타 카나]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빨리 가서 좀 놀아 둬. 카나가 오후에 꽤 많이 돌아다녔는데 되게 재밌더라구! [내레이션]그리고선 카나는 바로 일을 시작했다. 아이돌의 홍보 효과로, 소원패 구매줄이 순식간에 배는 늘어났다…… 무서울 정도의 효과였다. 살짝 패배감마저 들었다. [아이하라 마이]주…… 주인님, 그럼 우린…… 어디 가서 놀까요? [player]아. 복잡한 건 잊어 버리고, 축제니까 마음껏 놀아 보자! 마이는 뭘 해 보고 싶어? [아이하라 마이]마이는…… 어른들이 하는 놀이를 즐겨 보고 싶어요. 괜찮다면 주인님이 소개해 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