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치오리의 연극에 어울려 준다

치오리 같은 자존심 강한 아가씨가 스스로 자신의 귀염성을 내비친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기기 위해서 필사적인 것 같았다.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어떻게 내 손으로 없앤단 말인가? 마음이 여린 나는 치오리의 연기에 맞춰, 치오리가 가리킨 방향을 보는 척했다. [player]뭔데? 뭔데? 띵~'. 역시나, 치오리는 내가 한눈을 판 틈을 타 벨을 눌렀다. [player]이야, 속임수를 쓰시겠다? [미카미 치오리]헤헤, 전장에서 속고 속이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어? [player]좋아. 다음에는 절대로 속아 주지 않을 테니까, 각오해! 큰소리는 치긴 했지만,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이다. 계속되는 게임 속에서 나는 치오리가 내 집중력을 흐트러뜨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미카미 치오리]아 참, 전에 그 고양이들 기억나? 리우가 자원봉사자들한테 연락해서 입양시켰는데 말이야…… 하양이, 검정이, 노랑이…… 그리고 나머지 두 마리가 무슨 색이었지? [player]어, 어디보자…… 띵~'. 집중력이 흐트러진 틈을 노려 치오리가 또다시 벨을 눌렀다. [미카미 치오리]배고파~ 뭐 먹고 싶은데, 넌 배 안 고파?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만 해! 오늘은 치오리가 전부 다 사 줄 테니까 말이야! [player]……음 ……뭐든지 다 된단 말이지…… 띵~'. 치오리가 벨을 눌렀다. 띵~ 띵~ 띵띵띵띵~~~'. 애정 어린 말투, 달콤한 목소리, 각종 귀여움 뒤에 숨어있는 함정으로 치오리는 나보다 먼저 벨을 눌러 나갔고, 이런 잔혹한 현실이 나의 카드를 점점 더 줄어들게 만들었다…… 결국, 치오리가 마지막 벨을 누름으로써 내가 가진 카드가 전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나는 예상했던 대로 텅 빈 테이블을 바라보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치오리에게 백기를 들고 말았다. [player]내가 졌어. 치오리의 전략 덕분에, 이번엔 게임 훈련에 참여할 수밖에 없겠는걸. 하지만 예상 외였던 것은, 치오리는 내가 생각했던 만큼 즐거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치오리는 빼앗은 카드 뭉치를 내게 들이밀었다. [미카미 치오리]이번 판은 무효야. [player]뭐? [미카미 치오리]치오리도 바보는 아니거든. PLAYER, 계속 일부러 걸려 준 거지? 나는 잠시 당황하여 난처한듯 얼굴을 긁적였다. [player]음…… 전부는 아냐. 치오리가 귀여운 짓을 했을 땐 확실히 걸려들었는걸. [미카미 치오리]……흥, 말솜씨는 좋네. 좋아, 내일은 갈 필요 없어. 훈련은 취소야. [player]어? 왜? [미카미 치오리]……바보. 네가 일부러 양보하면서까지 치오리를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 하니까 그런 거잖아. 치오리도 입장 바꿔서 생각할 줄은 알거든?! [미카미 치오리]……어쨌든 우리 둘은 서로 '승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견해가 틀리니까, 치오리의 방법을 사용해서 이긴다고 해도 넌 별로 기쁘지 않을 거야. [player]음…… 그렇다는 건 치오리가 내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이해해도 될까? [미카미 치오리]아, 아니거든! 2인 협력 게임이니까 둘이서 이기는 게 아니면 진짜 승리가 아니니까 그런 것 뿐이거든! [player]그래, 그렇겠지. 나는 기꺼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어쨌든 치오리가 부끄러워서 빨개진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어떤 대답을 하든 간에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난 당연히 용서해 주기로 했다. [미카미 치오리]그러니…… 둘이서 이기려면 내일 바로 가는 게 아니라, 먼저 진짜 훈련을 해야 한다는 거지! [player]……진짜 훈련? 어리둥절해 하는 나를 보며, 치오리는 일어서서 책장의 한 귀퉁이를 눌렀다. 다음 순간, 위잉~ 하는 기계음과 함께 평범해 보이던 책장이 좌우로 밀려나더니, 안에 숨겨진 공간이 나타났다! 나는 커진 눈과 함께 말문이 막혔다. 책장 뒤 숨겨진 공간에는 각종의 보드게임과 크고 작은 게임 도구들이 놓여져 있었다…… 이곳은 보드게임 플레이어라면 천국이나 마찬가지인 수집실이었다! [미카미 치오리]어때? 난 다른 평범한 플레이어들과는 다르다구. 나와 같은 위치에서 작전을 짜고 싶다면, 먼저 여기 있는 보드게임을 전부 플레이해야지. 그래야 우리 둘의 레벨이 비슷해질 테니까 말이야. [미카미 치오리]! 치오리는 그냥 보드게임 카페에서 한 번씩 노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평소에도 보드게임에 빠져 지내는 전문가 수준이었던 거야? 치오리는 항상 나에게 예상 외의 놀라움을 안겨 준다. 그렇게, 나는 치오리와 함께 '더 많은 보드게임을 플레이하자'라는 약속을 하며 둘의 호흡을 키워나가기로 했다. 보드게임 수집실을 자세히 살펴보던 나는, 치오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player]치오리는 언제부터 보드게임을 시작한 거야? [미카미 치오리]아주 어렸을 때부터 했지. 근데, 마작을 시작한 이후론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긴 했어. [player]왜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거야? [미카미 치오리]척 보면 몰라? 룰을 이용해서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하지 않아? [player]뭐? [미카미 치오리]괜찮아. 이제부터 같이 호흡을 맞추면서 그게 어떤 재미인지 알아볼 시간은 많을 테니까 말이야. ……치오리의 얼굴에 떠오른 달콤한 미소를 보자, 내 마음 속에는 기대감과 두려움이 동시에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