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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난 잠시 생각한 뒤, 니노미야한테 자주 조사 업무를 부탁하던 제인에게 연락해 보기로 했다. 이 명탐정이 뭔가를 추측해 낼 수 있을지 보자. [제인]……조수, 이런 건 나한테 묻는니 차라리 가짜 무당한테 물어보는 게 더 낫겠다. [제인]탐정이 신령님도 아니고, 추리에도 기본은 있다고. 설마 모든 탐정이 만화처럼 뇌리에 한줄기 빛이 삭 스치면 모든 걸 깨닫게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player]그게 아니었어? [제인]빨리 사과해! 지금 당장! 얼른 내 할머니한테 사과해! [player]내가 실례를 했네. 그럼…… 평소에 니노미야랑 이야기를 나누면서, 뭔가 관련해서 떠올릴 만한 단서는 없었어? [제인]없었어. 나랑 니노미야 선배의 대화는 오직 사건과 학교에 대한 이야기 뿐이니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지. [player]에휴…… 방법이 없네. [제인]꼭 그런 것도 아니야. [player]오?! 선생님께서는 역시 생각이 있으셨군요, 그럼 이 제자가 바로 가르침을 받아 적도록 하겠습니다. [제인]탐정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진실들은 꼭 알아야만 할 필요는 없는 법이야. [제인]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그녀가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어'같은 발상부터가 조금 미묘한걸. 너희들은 니노미야 선배가 연극에 참가할 생각이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선의로 응원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 [player]……일리가 있어. 어쩌면 우린 멋대로 니노미야가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생각해서 괜히 부담을 주는 말들을 한 걸 수도. 제인의 말처럼, 사실 진실은 중요치 않다. 만약 니노미야가 무대에 오르고 싶은 바람이 없는 거라면, 내가 어째서 원인을 밝혀가면서까지 그녀를 설득해야 하는 걸까? [제인]어쨌든, 이제 뒤돌아서 제대로 사과한 다음 어서 니노미야 선배랑 다시 사이를 바로잡으라고. 안 그러면 다음부턴 당신들 콤비를 임무에 내보낼 수 없게 되니까 말이야. 근데 니노미야 선배는 어째서 참가하기 싫어하는 걸까? [player]너 방금 나한테 진실이 어쩌고…… [제인]수수께끼에 흥미를 품는 건 탐정의 본능이지. 조수, 방금 니노미야 선배가 최근에 무대극의 원작을 자주 본다고 했지? 그렇다면 분명, 무대에 오를 생각은 있지만 어떤 이유들로 인해 마음을 정할 수 없는 거라는 가능성도 존재해. [제인]사건이 없으면 나도 좀 생각해 보겠어, 그리고 뭔가가 떠오르면 연락을 주도록 하지. [player]그럼 연락 기다릴게, 탐정 님. 전화를 끊은 후 나는 니노미야가 무대에 오르기 싫어하는 원인을 찾는 건 그만두기로 했지만, 제인이 마지막에 꺼낸 말 때문에 역시 완전히 이 일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만약 니노미야가 정말 참가할 생각이 있는 거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었을 때 또다시 새로운 한이 생기게 되는 건 아닐까?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또다시 돌아온 주말, 나는 아사바 고등학교의 정원에 와 있다. 그리고 역시 바쁜 니노미야의 모습이 보였다. [니노미야 하나]여…… 여긴 왜 오셨어요? [player]도와주러 왔지, 열정적인 시라이시 나나 학생은 가족이랑 놀러 간다고 하셔서 말이야. 너 혼자선 힘들잖아. [니노미야 하나]……어째서 제가 오늘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헛걸음 할 수도 있잖아요. [player]시간을 계산해 봤는데, 베고니아한테 물을 줄 날짜가 됐더라고. 그리고 오늘은 날씨도 나쁘지 않으니까 네가 화분들을 꺼내 햇빛을 쐬게 해 줄 거라고 생각했지. [player]그럼 물 주러 가 볼게…… 맞다, 지금은 햇빛이 강하니까, 햇빛을 많이 쬐면 안 되는 화분들은 먼저 그늘로 옮겨 놓을게. [니노미야 하나]네, 그런데 정말 부러울 정도의 학습 능력이네요. 한 번밖에 말해주지 않았는데 그걸 전부 기억하다니. [player]꼭 그렇지도 않아. 요 며칠간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에서 꽃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보곤 했거든. 기왕 도우러 오는 거니까, 이런 요점들은 알고 있어야 효율적이지. [player]지금은 괜찮지만 좀 이따 바빠지기 시작하면 이런 디테일한 부분들은 잊어 버릴 수도 있어. 그래도 니노미야가 말했듯이 많이 하다 보면 경험도 쌓일 거고, 신경 쓰는 방향으로 노력하다 보면 계속 좋아질 거라고 믿어. [니노미야 하나]그렇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일이 신경 쓰고 노력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건 아니죠…… 니노미야의 기분이 아직 다운되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우리 사이의 분위기가 그날의 유쾌하지 못한 일 때문에 크게 어색해지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30분 후 그렇게 잠시 바쁜 시간이 지나간 뒤, 우리는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니노미야는 여전히 자리를 찾아 책을 펼쳤다. 오늘 그녀가 가져온 책은 <음악의 집>이 아니었다. [player]저번에 읽던 책은 다 본 거야? [니노미야 하나]다 봤고, 오늘은 안 가져왔어요. 그건 이미 몇 번이나 읽은 책이었는데, 그날은 그냥 갑자기 가져오고 싶어서 가져온 거였어요. 니노미야는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난 그녀가 조용한 목소리로 "이미 지난 일이잖아……"라고 말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분명, 니노미야는 이 주제를 피하고 싶어하는 모양새였다. [player]……전에 니노미야는 기억력이 좋다고 했었잖아. 몇 번이나 봤으면 그 안에 있는 대사들도 다 외웠겠네. 그럼 지금 바로 연극을 시작해 볼까! [니노미야 하나]에? 무, 무슨 연극? [player]하지만 그 전에 너한테 제대로 사과하고 싶어…… 미안해, 그날 내가 네 심정은 고려하지 않고 연극에 참가하라고 등을 떠밀어서. 게다가 "너답지 않아" 같은 지나친 말이나 해 버리고. [니노미야 하나]……사과해야 할 사람은 저예요. PLAYER 씨는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러 온 거였는데, 내팽개치고 혼자 가버렸으니. [니노미야 하나]다들 좋은 마음으로 절 응원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단지…… [player]괜찮아, 니노미야가 싫다면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해. 그렇다고 그게 우리 연극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니니까. [니노미야 하나]그…… 저는 방금 전부터 그 연극이란 게 무슨 뜻인지 묻고 있었는데요. [player]말 그대로, 바로 지금 여기서, 우리 같이 <음악의 집>를 연기해 보자고! [니노미야 하나]……에? [player]안 돼? [니노미야 하나]그런 문제가 아니라, 우선 어째서 갑자기 무대극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요? [player]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곤 했지만, 여전히 네가 기회를 놓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돼. 지나고 나면 후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player]그래서 이 정원을 무대로 삼기로 했어. 이러면 반에서 하는 연극에 참여하지 않아도, 니노미야가 좋아하는 연극을 해 볼 수 있잖아. [니노미야 하나]하지만 관중도 없고, 이렇게 혼자서 하는 건 조금 바보 같지 않나요…… [player]관중이 왜 없겠어, 자 봐. 네가 정성껏 돌본 화분들이 나란히 앉아서 네 연극을 기다리고 있잖아. [니노미야 하나]그, 그건 궤변이에요! [player]하하하, 네 말대로 이건 혼자 노는 것에 가깝지. 하지만 관중이 없어도 괜찮아. 무대가 작아도 괜찮고. 나한텐 이 무대에 오르는 게 너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내가 그녀의 실망스러웠던 과거를 메꿔줄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그녀가 최선을 다해 지금의 즐거움을 쟁취할 수 있게끔 돕는 것 뿐이었다. [player]난 이게 정말 훌륭한 연극이 될 거라고 믿어. 이 무대에 올라와주겠어? 니노미야. [니노미야 하나]……당신 한 명으로는 배우가 부족한 거 아니에요? [player]우리가 하는 건 남녀 주인공이 나오는 2인극 아니었어? [니노미야 하나]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어렵게 무대를 만들어 주셨는데, 그럼 당연히 처음부터 시작해야죠. 니노미야가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 내 앞에 놓았다, <음악의 집>소설이었다. 어쩌면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지, 태양 아래 그녀의 모습은 볼이 희미하게 빨개져 있었다. [니노미야 하나]대사를 까먹었을 때 책을 보는 걸 허용할게요, 그럼 시작하죠. '관중들'을 너무 기다리게 할 순 없잖아요. [player]다 봤다고 하지 않았어? 어째서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거지. [니노미야 하나]아, 갑자기 연극할 기분이 사라지네요. [player]아냐 아냐 아냐! 바로 시작하자! 머, 먼저 내 대사지…… [니노미야 하나]……헤헤. 기분을 좋게 만드는 청량한 바람이 지난 오후, 아사바 고등학교의 자그마한 정원은 우리 둘만의 비밀스러운 무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