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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사람 아닐까?

[player]부디 위험한 사람이진 않기를 바라지만. [니노미야 하나]스토커는 대부분 위험하지 않나요…… [player]……그 사람한테 꼭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건 아닐 수도 있지. 맞아, 널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player]어쩌면 수줍음이 많은 남자일지도 몰라, 너한테 고백할지 말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던가. 니노미야가 좌불안석이 된 모습을 보며, 나는 다급히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말을 듣자 미묘한 반응을 보이며, 다른 방면으로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니노미야 하나]저 같은 투명 인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이 이상한 사람일지도 몰라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아예 절 의식할 일이 없을 테니까요. [니노미야 하나]이렇게 생각하니, 정말 기뻐할 수가 없네요. [player]그럴 리가. 적어도 내가 보기엔, 니노미야는 분명 귀여운 타입이야. 그러니까 누군가가 널 좋아한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니노미야 하나]고마워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위로해 주진 않아도 돼요. [player]이건 위로가 아냐. 니노미야, 너는 내 취향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아니면 내가 가식적이라서 친구한테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는다고 생각하는 거야? [니노미야 하나]그런 뜻은 아니에요, 그냥…… 귀엽다는 단어가 저랑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귀엽다는 건, 카나 같은 애를 형용할 때 쓰는 말이죠. [player]인기 아이돌은 당연히 귀엽겠지, 하지만 그건 또 다른 종류의 귀여움일 뿐이야. [player]널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 분명 나뿐만은 아닐 거야, 네 친구 중에서도 분명 널 칭찬한 사람이 있을 거고. 안목이 좋은 사람이 나 뿐일 리는 없잖아? [니노미야 하나]……좋아요, 졌어요. 니노미야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들고 항복을 표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걱정으로 그늘졌던 얼굴에서 드디어 미소가 피어올랐다. 다만, 이 미소에는 약간 조소의 느낌이 흘렀다. [니노미야 하나]여자애들한테 둘러싸일 정도로 언변이 좋은 그 입을, 제가 어떻게 당하겠어요. [player]결국 내 말을 안 믿는 거네…… [니노미야 하나]믿어요, 그 마음을 함부로 대할 순 없죠. [니노미야 하나]고마워요, PLAYER. [player]별 거 아냐. 평소에 니노미야가 내게 줬던 인상은, 그저 말수가 적고 조용한 사람일 뿐이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비웃는 그녀는 처음 본다. 그렇기에 지금은 약간의 신선함마저 들었다. [player]누군가 널 스토킹한다는 건, 네 존재감이 올라갔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니노미야 하나]만약 주목을 받는 대가가 스토킹이라면 그냥 투명 인간으로 있겠어요…… [니노미야 하나]게다가 그 사람이 말처럼 정말로 절 좋아한다고 해도, 어째서 이렇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걸까요? 할 말이 있으면 대놓고 얘기하면 되는걸. [player]그것도 그렇지. 어떤 이유든 간에, 스토킹은 잘못된 거니까. [니노미야 하나]……하지만 저도 뭐라고 할 자격은 없겠죠, 저도 누군가의 뒷조사를 자주 해 주고 다니니까요. [player]아, 그건…… 화제를 바꾸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스토커 얘기를 해 봤자 걱정만 늘어날 뿐이다. [player]그러고 보니, 니노미야는 왜 존재감을 높이려고 하는 거야? [니노미야 하나]인기 있고 싶은 마음에 있어서, 다른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진 않잖아요. [player]말은 그렇지만, 존재감을 높이는 거랑 단순히 인기 있고 싶은 것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그러자 니노미야가 손에 들린 음료를 내려놓고선 날 똑바로 바라봤다. 혹시 내 말이 의도치 않게 니노미야를 불편하게 만들어 버린 건 아니겠지? [player]나, 난 그냥 물어봤을 뿐이야. 다른 얘길 하자. [니노미야 하나]괜찮아요, 화난 게 아니에요. 단지 당신이란 사람의 예리함에 두려움이 느껴졌을 뿐이에요. [니노미야 하나]그걸 눈치채실 줄이야, 제가 존재감을 높이고 싶은 건 단순히 주목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저한테 있어서 이건 생사가 달린 문제예요. 그, 그렇게까지 심각하다고? [니노미야 하나]PLAYER, '고독사'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player]들어 봤어. 오랫동안 혼자 살던 노인이 병에 걸린 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서 아무도 모르게 운명을 맞이하는 상황을 말하는 거잖아. [니노미야 하나]노인 뿐만이 아니에요. 어떤 연령대의 사람이든, 주변 사람들한테 잊혀진 상황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어요. [니노미야 하나]전에는 투명 인간처럼 사는 게 조용하고 좋다고 생각했지만, 고독사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나서부터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됐어요. [니노미야 하나]저 같은 투명 인간한텐, 언제 그런 비극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player]으흠,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니노미야 하나]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어요? [player]내가 있잖아. 설령 니노미야의 존재감이 앞으로 하나도 높아지지 않는다고 해도, 심지어 존재감이 더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내가 네 존재를 제대로 인식해 줄 거야.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player]…… [player]……나, 나는 정말 진지하게 말한 거라고. 뭐라고 반응이라도 해 줘, 좀 무안하네. [니노미야 하나]……풋. 대답이라면 대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니노미야의 저 피식하는 웃음의 반응은 방금 전의 침묵과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무안한 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니노미야 하나]미, 미안해요. 나쁜 뜻은 없었어요. 단지 당신이 이렇게까지 진지할 줄은 몰랐어요, 조금 미안한 마음까지 들어 버려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어요. [니노미야 하나]그리고 위로를 할 거라면 더 적극적인 말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제 존재감이 점점 더 높아질 거라든지. [player]내가 말한 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거였어. 그래도 이게 더 안심되지 않아? [player]네 말을 듣고 보니, 사실 고독사를 그렇게까지 크게 걱정하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네. [니노미야 하나]그렇게까지 걱정하진 않아요. 존재감은 높일 거예요, 마작이 저를 일깨워줬어요. 난 평생 투명 인간으로 살 운명은 아니고, 인생을 바꿀 기회는 아직 있다고…… 니노미야는 추억을 회상하며, 내게 처음으로 후지타 카나와 학생회 교무실에 불려갔던 얘기를 들려 주었다. 이시하라 우스미를 비롯한 친구들과 대국을 한 일들도 함께. [니노미야 하나]……그때 대국을 한 이후로, 웃기겠지만 저녁에 샤워하면서 울었어요. [니노미야 하나]유치원 시절의 저한테 "해냈다"라고 말했죠, 나는 비로소 그 녹색으로 뒤덮인 사각형 무대의 조명 아래에 서게 되었다고. [니노미야 하나]유명 아이돌인 카나조차도 제가 마작을 할 땐 눈길을 끈다고 말해 줬어요, 그렇다면 저도 더 이상 자신의 삶을 패배라고 인정할 이유가 없죠. 저는 이길 거예요, 최대한 모든 대국을 이겨서, 어떤 상대도 제 존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 거예요. [player]넌 할 수 있어, 너랑 할 땐 나도 방심할 수 없지. 마음 속으로 승리를 갈망하며 스스로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라면, 필연적으로 작탁위에서 주목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니노미야 하나]하지만, 설령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주된 동기가 아니라고 해도, PLAYER, 당신이 방금 꺼내신 말은 지나칠 수 없어요. [니노미야 하나]그렇게 진지하게 말을 해 줬으니, 제대로 책임을 지세요. 말씀하신 것처럼, 최후의 수단은 언제든 사람을 안심시킬 수 있으니까요. [player]내뱉은 말이니까 당연히 주워 담을 순 없지. 너는 더 강해지고, 존재감을 높이는 것만 생각해.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이 말을 끝까지 책임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니노미야의 노력을 보고 있자면,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돼 버렸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조금 귀찮아서 그냥 이 식당에서 대충 점심을 때우기로 했다. [player]그럼, 다음 계획은 뭐야? [니노미야 하나]원래 오늘 오후에는 마작장에서 마작을 할 생각이었어요, PLAYER, 같이 가실래요? [player]그럼 같이 가자. 니노미야가 아직 스토킹을 당할 가능성이 있으니, 나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녀와 함께 마작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니노미야 하나]다른 사람이랑 약속한 건 없어요. 아무 마작장이나 갈까 하는데, 혹시 가고 싶은 곳이 있나요? [player]주말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우선 전화로 물어보는 게 어때? [니노미야 하나]그렇네요. 이어서 우리는 각자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니 화단 속에서 어떤 물건에 햇빛이 비쳐 무언가 번쩍이는 모양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몸을 숙인 채로 화단을 뒤져보자, 안에서 수리검 한 자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니노미야 하나]음? 안 올라가시나요? 마작장 아래에 도착하자 나는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고, 니노미야에게는 먼저 올라가서 놀고 있으라고 말했다. [player]방금 식당을 벗어나면서 스토커에 대한 단서를 발견했어, 나는 아래에서 스토커를 잡을 기회를 엿보고 있을게. [니노미야 하나]그 사람이 쫓아왔는지는 둘째치고, 이렇게 티를 내면 상대가 도망가지 않을까요? [player]내가 지금 나가면 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녀석이 만약 도주를 선택한다면 자발적으로 진상을 드러내는 셈이지. [player]어쨌든 먼저 올라가, 나머진 나한테 맡기고. [니노미야 하나]……알겠어요, 그럼 조심하세요. 니노미야를 올려 보내고,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눈앞의 도로를 바라보며 목표를 수색했다. 거리는 조용했다. 지나가는 고급 승용차 한 대를 제외하면, 사람의 모습은 커녕 동물 한 마리 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부분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