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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웅─ 우웅……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우웅─ 우웅─ 우웅─
스마트 시대'라는 말이 생긴지도 이미 한참이거만 내 스마트폰 녀석은 주인이 단잠에 빠져있는 걸 알기나 하는지 눈치없이 베개 옆에서 미친듯이 진동을 울려댔다.
졸음과 한바탕 싸운 나는 간신히 눈을 비비며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player]여보세요?
[시라이시 나나]후배군~! 설마 아직도 자는 건 아니겠지?
씩씩하고도 낭랑한 시라이시 나나의 활력 넘치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휴대폰을 살짝 멀리하며 대답했다.
[player]축하해요, 정답입니다.
[시라이시 나나]우와, 아침 여섯 시인데도 아직 자고 있다고?!
[player]아직 여섯 시밖에 안됐는데, 왜 벌써 일어난 거에요!
[시라이시 나나]아사바 고등학교의 제 N차 수영장 파티를 준비해야지!
[player]제 N차면 도대체 몇차까지 있었던 거예요?
[시라이시 나나]그게 중요해? 아무튼, 후배군도 같이 할 거지?
[player]그다지 믿음직스러워 보이진 않는데…… 부회장님이 수영장 파티를 허락해 주실 리가 없잖아요.
[시라이시 나나]그래, 이제 우리 후배군 속이기 쉽지 않네… 에잇.
[player]사기에 속지 않는 기술이 점점 느는 거죠.
[시라이시 나나]사실은 말이지, 수영부에서 내일부터 단체 훈련이 있어서 오늘 청소를 해야 해.
[player]어디부터 불평을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시라이시 나나]내가 또다시 동아리 대타를 뛰게 됐다는 걸 불평하든지, 아니면 네가 이한시에서 최고로 친절한 시민이 될 기회라는 걸 불평하든지.
[player]대신 말해 줘서 고맙네요……
[시라이시 나나]별말씀을. 아무튼, 후배군도 온다는 거지? 나 말고 하나쨩, 유즈쨩, 리사리사랑 키라…… 아, 그래. 카나쨩도 늦게나마 온다고 했고……
[시라이시 나나]그리고 음…… 아앗, 전화 끊지마! 오늘 부회장한테 보고도 했단 말이지. 그러니까 다시 말해, 수영장에서 실컷 놀 수 있다는 거야!
[시라이시 나나]아…… 근데, 정확히 뭐라고 보고했는지는 비밀인 걸로, 아하하하!
시라이시 선배의 활기 넘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가슴이 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젊음의 생기가 전화를 넘어 내 심장을 두드리고 있었지만, 머릿속에 Soul에 관한 일이 떠오르자 마음이 곧바로 가라앉았다.
하아, 난 역시 이한시에서 최고로 친절한 시민인가보다.
[player]미안해요, 선배. 전 안 될 것 같아요.
[시라이시 나나]이런 유혹을 눈앞에 두고도 단호히 거절할 수 있다니, 역시 후배군이야.
[player]딱히 그렇다기 보다는, 어제 약속을 해서 말이죠…… 그래서 오늘 나가서 할 일이 있어요.
[시라이시 나나]아쉽네…… 그렇다면야 뭐. 걱정 마 후배군, 파티가 끝나면 얼마나 재밌었는지 내가 얘기해 줄게!
[player]굳이 안 그래도……
뚜─ 뚜─ 뚜─
내 거절이 전해지기도 전에 통화가 끊겨 버렸다. 이 시원시원한 성격은 정말이지 참……
이렇게 한바탕을 하고 나니 잠이 다 깨 버렸다. 하지만 다시 침대에 눕기엔, 오늘 '효'의 리더를 마주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가 신경 쓰였다.
다시금 이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마작장에 도착했다. 프론트에는 여전히 그 직원이 앉아있었고, 곧이어 직원의 뒤를 따라 비밀 통로를 통해 사무실에 도착했다. 어제와 달라진 것 하나 없는 모양이었다. 심지어 책상 위에 올려 둔 다리의 각도마저도 말이다.
내가 온 걸 눈치챈 상대는 느긋하게 고쳐 앉아 하품을 하더니, 고개를 들어 시계를 힐끗 보았다.
[쿠츠지]여덟 시 반인데?
[player]여덟 시 반이나 됐는데, 원래 이 시간까지 자는 건 아니겠지?
당당하게 이 대사를 내뱉고 나자 고민이 좀 가시는 게 느껴졌다. 어깨마저도 활짝 펴지는 느낌이었다. 이게 아마 그 '시라이시 나나 효과'라는 거겠지.
[쿠츠지]뭐…… 괜찮겠지. 빨리빨리 끝내자고, 그래야 집에 가서 잘 수 있을 테니까.
[player]설마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내가 안 왔으면 어쩌려고 했어?
[쿠츠지]내 정보에 따르면, 넌 50%의 확률로 여기에 올 거였다.
[player]정보는 무슨, '온다'와 '안 온다'니까 확률이 반반인 건 당연한 거 아냐?!
[쿠츠지]어허, 대외적으로 '효'가 어떤 이미지인지를 고려해야지. 다른 사람이라면 너처럼 용감하게 혼자 올 수 있었겠어?
[쿠츠지]뭐, 넌 딱히 용감해서가 아니라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몰라서 그런 것 같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있잖아.
난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그가 말한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
효'에 관해선 그저 정보 판매상이라는 것만 알았지, 저들이 구체적으로 뭘 하는지, 어떤 배경이 있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여기서 얕보이면 손해를 볼 수 있으니, 차라리 입을 다무는 쪽이 더 현명하겠지.
상대방은 내 태도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의자에서 일어나 테이블로 돌아온 그는, 테이블에 대충 걸터앉아 나와 1미터 정도의 간격을 유지했다.
[쿠츠지]뭐, 그래도 장사치와 손님의 관계가 되었으니 내 소개부터 드리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쿠츠지]나는 쿠츠지, 정보조직 '효'의 리더다. 그쪽이 보시다시피, 여긴 내 사무실…… 중 하나고.
[player]너도 이미 알고 있긴 하겠지만, 예의상 나도 자기소개를 하도록 하지.
[player]난 PLAYER, 네가 아는대로 그저 마작을 좋아하는 평범한 작사다.
[쿠츠지]그럼 거래 기간 동안은 잘 부탁하지, PLAYER.
[쿠츠지]물론, 거래가 끝나더라도 얼마든지 환영이야. 돈만 있다면 '효'에서 그 어떤 정보라도 가져다 드리지.
잠깐! 이거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소린데. "니도 돈을 잔뜩 가오면은, 이 복수쌍전관의 행운까지도 팔아 줄 수 있다." 같은 거.
이한시 장사치들 전용 멘트라도 되는 건가? 하지만, 지금의 난 이런 소리에 쉬이 넘어갈 사람이 아니기에 거절했다.
[player]아직 거래를 하겠다고는 말 안 했는데.
[쿠츠지]상관 없어, 내 패를 보면 형씨도 분명 관심이 생길 테니까.
[쿠츠지]내가 알기로 Soul 순회 공연단의 힐리라는 조련사가 수입은 쥐꼬리만하면서 '기도춘'을 허구한 날 들락거린다고 하지.
[쿠츠지]'기도춘'이 어떤 곳이게? 후후, 이한시에서 이름난 '업소'라고. 여기서 퀴즈, 과연 힐리가 거길 어떻게 들어갔을까?
[player]당신…… 나한테 그런 식으로 이상한 눈치 주려고 하지마.
[쿠츠지]그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보았을까, 정도를 묘사해 줬을 뿐인데 말이지.
[player]……크흑.
[쿠츠지]걱정 마, 딱히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를 생각은 없으니까. 형씨가 일 하나만 도와준다면 공짜로 알려 주지…… 자, 그럼 힐리와 기도춘은 무슨 관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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