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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은 이미 가을이라 말하고 있지만, 날씨는 마치 한여름처럼 무더웠다

달력은 이미 가을이라 말하고 있지만, 날씨는 마치 한여름처럼 무더웠다. 무심코 난간에 손을 댄 나는 너무 뜨거운 나머지 깜짝 놀라 급히 손을 떼었다. 계란도 익을 것 같이 뜨거운 난간을 보니 이한시에 찾아온 늦더위는 지난 해 보다 더 강렬해진듯 했다. 이 무더위 속에도 나를 외출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Soul극단의 공연이다. 물론 지난 주에 라이언이 졸라댄 것도 한몫했다. 라이언은 새로이 준비한 마술을 오늘 누님에게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오늘 이 무더운 날씨에 기꺼이 발걸음을 옮겨주신 여러분들께 마술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저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무 수고도 없이 오히려 많은 것을 얻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멋있는 공연이었다. 춤과 노래, 그리고 라이언의 마술은 여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훌륭한 실력이었다. 덕분에 나는 공연이 끝난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한 여운에 휩싸여 있었다.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언제나 함께 공연을 하던 조련사 힐리와 그녀의 파트너, 표범 모히토가 이번 무대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질서있게' 퇴장하던 중,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관중 A]이번에 공연 프로그램이 바뀌었는데, 어째서 공지 하나 없었을까? [관중 B]맞아. 나는 모히토를 보러 온 거란 말이야. [관중 A]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 [관중 B]안돼! 우리 모히토, 그리고 힐리한테도 분명 아무 일도 없을거야! [관중 A]나는 내일도 또 올것 같긴 한데, 내일은 힐리랑 모히토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들의 대화를 들은 나는 공연 목록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힐리와 모히토의 공연 순서가 다른 공연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임시로 공연 순서를 변경하고나서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 한 것일까? 인파에 휩쓸려 가는 건 길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긴 하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휩싸인 채로 가는 선택지밖에 없는지라 출구 쯤에서 잠깐 멈춰 사라에게 인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고, 별 수 없이 큰 소리로 사라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사라는 듣지 못 한 것 처럼 보였다. 오늘의 사라는 이상해 보였다. 평소의 고양이처럼 도도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어딘가 초조해 보이기까지 했다. 사라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지만, 사라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