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앞에는 어둑하고 기괴한 느낌의 지하 숲이 펼쳐졌고, 이슬에 젖은 축축한 낙엽이 뒤덮인 오솔길을 걸을 때마다 '푸석푸석'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히나 모모] 토끼 씨, 어디에 있어요? 흰, 흰토끼를 못 찾으면 돌아가요……
[-] 나는 걱정 가득한 히나 모모의 말에 급히 고개를 돌렸다. 겨우 몇 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히나 모모의 모습은 수풀의 그림자에 묻히고 없었다.
[player] 나 여깄어, 무서워 마.
[-] 나는 다시 히나 모모의 손을 잡고 주위를 둘러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 나와 히나 모모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컨셉의 어드벤처에 왔다. 그런데 찾으려 했던 흰토끼의 그림자는커녕 '이상한 나라'스러운 곳 조차도 찾지 못했다.
[히나 모모] 토끼 씨, 여기가 맞아요? 무서…… 워요.
[-] 두려워하는 히나 모모의 모습에 나는 출구에 비치된 피드백 노트에 '이건 어린이용이 아니잖아!' 라고 사정 없이 휘갈겼다.
[player] 걱정 마, 직원이 입구에서 했던 말 기억하지?
[히나 모모] 네. 카드 잘 지키라고, 순찰 중인 하트 잭에게 절대 잡히지 말라고 그랬어요.
[히나 모모] 모모는 잊어버리지 않았어요.
[-] 나는 주머니에 넣어둔 두 장의 ID카드를 만지작 거렸다. 내 카드인 '하트K'와 히나 모모의 '하트6'이다. 히나 모모는 잃어버릴까 봐 걱정돼 내게 카드 보관을 부탁했다.
[히나 모모]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아요.
[player] 앗? 말굽 소리…… 설마 하트 잭?
[-]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나는 히나 모모의 손을 잡고 숲으로 몸을 숨겼다. 아직 어린 히나 모모가 빨리 뛸 수 없어 우거진 덤불로 몸을 숨기는 수밖에 없었다.
[하트 잭 A] 어라? 분명 사람이었는데.
[하트 잭 B] 교활한 앨리스, 붉은 여왕님께 바쳐 엄벌을 받게 하겠어.
[하트 잭 A] 내가 가서 다시 찾아보지.
[-] 나와 히나 모모는 숨을 죽인 채 하트 잭들이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덤불에서 빠져나왔다.
[히나 모모] 토, 토끼 씨, 이제 됐어요. 동화에서 앨리스도 하트 잭에게 쫓겼지만 무사했잖아요.
[-] 히나 모모는 매우 긴장한 기색이었지만 용기를 내려고 애썼다.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player] 히나 모모는 앨리스만큼 용감해.
[히나 모모] 네? 정말요?!
[-]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그녀가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 메에!
[-] 갑자기 어디선가 양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익숙하고 처량한 느낌인데……
[히나 모모] 이상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양이 있었나요? 토끼 씨, 우, 우리 가볼까요?
[player] 설마 하트 잭이 파놓은 함정은 아니겠지?
[???] 뽀요용, 힘을 내! 하! 이얍!
[-] 양 울음소리와 함께 귀에 익은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player] 함정은 아닌 듯하네.
[-] 소리를 따라 높게 솟은 나무 뒤쪽으로 돌아가니, 거대한 크리스탈이 길목 한가운데를 떡하니 막고 있었다.
[-] 크리스탈 사이에 낀 어린양이 '메에~ 메에~'하며 울고 있었고, 연한 금빛의 긴 머리 소녀가 양을 빼내려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player] 엘리사?
[엘리사] 늑대 씨? 늑대 씨, 도와줘! 뽀요용을 구해줘!
[-] 엘리사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한걸음에 달려와, 손짓발짓을 하며 말했다.
[엘리사] 리사리사랑 뽀요용이랑 여기 들어오자마자 빨간 옷을 입은 두 명이 '와다다다'하고 쫓아왔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러다 언덕에서 '주르륵' 미끄러졌는데, 리사리사가 정신을 차려보니 뽀요용이 저렇게 끼어 있었어……
[엘리사] 리사리사가 안 해본 게 없어. 그런데…… 에? 이 소리!
[엘리사] 이 소리였어. 늑대 씨, 바로 이 소리가 리사리사와 뽀요용을 쫓아왔어!
[히나 모모] 하트 잭이야!
[엘리사] 하트…… 잭?
[player] 하트 잭이야, 엘리사. 입구에서 직원의 설명을 제대로 듣지 않았구나.
[엘리사] 헤헤…… 늑대 씨한테 들켰네. 큰 숲이 계속 '리사리사' 하고 부르는 것 같아서 말야……
[player] 그래서 몸은 입구에 있었는데, 마음은 이미 들어와 있었다 이거야?
[엘리사] 어머머! 늑대 씨는 리사리사를 너무 잘 알아!
[player]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크리스탈을 깨는 수밖에 없겠어!
[엘리사] 에? 소품을 박살내도 될까?
[player] 직원이 소품을 부수면 안 된다고 말한 적은 없으니…… 안 그럼 우린 뽀요용을 포기해야 해.
[엘리사] 안 돼! 늑대 씨, 리사리사는 뽀요용을 버리고 혼자 도망칠 수 없어!
[엘리사] 그…… 그럼 부수자!
[-] 우리는 주위를 뒤지다가 근처에서 램프 몇 개와 크리스탈을 박살 내기에 손색이 없어 보이는 튼튼한 몽둥이를 찾았다.
[-] 한다면 한다. 우리 세 사람은 램프로 온 힘을 다해 크리스탈을 '마구마구' 쳤다.
[-] 히나 모모의 일격에 마침내 크리스탈에 '빠지직'하고 균열이 일었다.
[하트 잭 A] 방금 소리가 어디서 난 건지 자세히 들어보자…… 하하, 이쪽이지?
[player] 하트 잭이 올 거야, 일단 뛰어.
[-] 나는 히나 모모를, 히나 모모는 엘리사를, 그리고 엘리사는 절뚝대는 뽀요용을 잡았는데…… 이렇게는 도망갈 수가 없잖아!
[하트 잭 A] 맙소사! 이 녀석들이 붉은 여왕님께서 가장 아끼시는 크리스탈을 부쉈어.
[하트 잭 B] 붉은 여왕님께서 분명 화를 내실 거야. 반드시 잡아서 데려가야 해.
[-] 말을 마치고, 두 명의 하트 잭은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쏘아보았다.
[하트 잭 A] 너희에겐 살길이 딱 하나 있지. 누가 크리스탈을 깨뜨렸는지 이실직고해.
[하트 잭 B] 범인의 ID 카드를 말해.
[-] 스토리에 들어선 모양이다. 전에 했던 밀실 게임처럼 지금의 선택이 결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떻게 하지? 누구의 카드를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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