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動じないこと山のごとし

연인 흉내……? 나랑 선배를 말하는 건가요? 죄송하지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네요.
게다가, 응원하러 안 가겠다곤 말 안 했어요, 지금 갈 거예요.
그래? 근데 왜 방금은 같이 안 갔어?
당연히 스포츠음료 같은 걸 준비해서 가려고 했으니까요.
그렇게 다정할 줄이야. 그럼, 나나쨩한테 안부 전해 줘.
난 아무래도 들통이 날까 봐 그 자리에 더 오래 있을 용기는 없었다. 그리고 뒤에 히쨩과 미남 씨가 완전히 떠난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조용히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방금 전 히쨩의 기습 공격에 식은땀이 흘렀다.
어떻게 알아챈 거지? 선배랑 같이 가지 않아서 그런가…… 그것도 그렇다. 내가 시라이시 선배랑 정말 사귀는 사이라면, 선배를 혼자 학교로 보내고 친하지도 않은 두 사람 사이에 남아 있는 것도 이상하긴 하지.
어? 찾았다.
내가 물과 단백질 바를 가지고 학교에 도착했을 땐, 마침 시합 중간 휴식 시간이었다. 이때 시라이시 선배는 수영장 옆에서 몸을 닦고 있었다.
오늘 경기 성적은 좀 어때요?
엥?! 후, 후배 군, 어째서 여기에?
응원하러 왔죠.
나나, 이분은?
특별히 물하고 먹을 걸 가져오고, 이렇게 열정적이라니…… 단순히 응원만 하러 온 건 아닌 듯한걸?
후배 군…… 아! 알겠다, 나나가 종일 입에 달고 있던 그 사람이지?
후배 군, 쟤네들 헛소리 듣지 마! 내가 언제 그랬다고…… 읍?! 으으읍……
나나 학생은 일단 조용히 있으시죠, 일단 우리 질문부터 먼저 끝내고. 자, 내가 제압했으니까 빨리 물어봐!
후배 군 안녕, 나나쨩이랑은 어떻게 알게 됐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 너랑 나나쨩은 무슨 사이야?
무슨 사이냐구요? 말 그대로 선배와 후배의 관계죠.
겨우 그거라고?
너…… 너희들 그만…… 쓸데없는 질문은 그만!
……선배는 의리가 넘치잖아요, 그러니까 도움을 받았던 후배들도 엄청 많죠. 저도 그중 하나고.
하지만 저는 좀 더 특별할지도 모르겠지만. 선배가 전에 말하길, 제가 선배의 '가장 믿음직한 후배'라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선배는 제게 있어어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배라고 할 수 있죠.
후, 후배 군……
이 정도 답이면, 다들 만족했으려나요?
가장 중요한 선배라……
으음, 정말 생각할 여지가 많은 답변이었어, 인정!
그럼 두 사람 방해 안 할게요~
어이! 그렇게 급하게 가지 말라고! 돌아와!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고……
그만 불러요, 이미 다 갔어요. 배고프죠? 일단 뭐 좀 먹지 그래요?
고마워…… 후배 군, 쟤네들이랑 어울려 줄 필요 없어, 그냥 대답 안 해도 된다고.
대답을 안 해도 어차피 멋대로 추측할 텐데요?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주는 편이 차라리 편하죠, 그래야 선배도 쉴 수 있고.
우리 관계는 우리끼리만 알고 있으면 되지 않겠어요? 게다가 방금 제가 했던 말은 나름 진지했어요. 부원들이 어떻게 해석하든, 그냥 맘대로 하라고 해요.
말은 그래도…… 후배 군이 갑자기 여기로 온 건, 단순히 응원 때문만은 아니지? 히쨩이 뭐라고 했어?
제가 선배를 혼자 보낸 것 때문에, 히쨩이 우리 사이를 의심했어요. 그래서 바로 달려왔죠.
하지만 의심한 이유가 이것 뿐만은 아니겠죠. 앞으로 어떻게 얘기할지는 생각해 두는 편이 좋을 거 같아요.
응…… 도저히 안 되면 사과해야지, 내가 속였다고……
미안해 후배 군, 방금 생각을 깊게 못하고 학교로 와 버려서, 혼자서 뒷감당을 하게 했네.
처음도 아닌 걸요 뭐, 이미 습관 됐어요.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할 건 없잖아…… 에고, 생각해 보니까 난 확실히 연애랑은 안 어울려. 이렇게 애인을 버려두고 다른 사람을 도우러 가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어.
우리가 진짜로 사귀는 게 아니라서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후배 군의 성격이 아무리 좋았더라도 화가 났을걸?
그건 모르는 일이에요.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대부분 상대방의 장점에 끌려서겠죠. 사람을 돕는 게 선배의 매력 아니겠어요? 그런 선배를 좋아하게 된다면, 분명 그런 '제멋대로'인 점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거겠죠.
후배 군…… 그럼, 너도 내가 덤벙대는 걸 알잖아, 나 같은 사람한테 이끌려서 이상한 일에 휘말리거나 하면, 귀찮다고 생각할 거야?
당연히 귀찮겠죠, 전에 선배가 오레오한테 쫓길 때처럼요. 근육통이 며칠이나 지나서야 나았다고요.
미, 미안…… 그런 줄 알았다면 내가 마사지라도 해줬을 텐데……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재미는 있어요. 이런 일들이 보람차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제가 선배랑 같이 막무가내로 어울릴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울상 짓지 말아요.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선배답지 않아요.
응…… 헤헤,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예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닌 것 같네……
무슨 희망?
아, 아니야, 내 말은…… 그러니까…… 내 말은, 히쨩이 다음에도 더블 데이트를 요청하면, 그때도 네가 도와줄 거지?
또냐고요…… 에휴, 알았어요.
그래도 이 덜렁대는 선배가 나의 가장 소중한 선배인 것을 어쩌겠는가. 말을 뱉었으면 책임을 져야겠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