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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연극의 영향인지, 나는 왠지 모르게 극장가 쪽을 향해 발을 옮기고 있었다. 다시 한번 가까운 거리에서 민속 예술을 체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결국 나의 선택은 옳았다. 장대 다리를 걷고 있는 소녀, 불을 뿜는 소년, 물 위를 걷고 있는 사람…… 지나며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은둔 고수들이었다. 그야말로 '생활 속 달인'이었다.
[player]가서 제자로 받아달라고 하면 저 사람들이 받아줄까?
[아케치 히데키]'일 분의 무대를 위해 십 년을 연습한다'라고 하잖아요. 다들 어릴 적부터 해 왔을 텐데, 만약 PLAYER 씨가 지금 제자로 들어간다면 앞으로 십 년 동안은 이 마을에서 못 벗어날 거예요.
[player]으음…… 그럼 다시 생각해 볼게.
[아케치 히데키]민속 예술에 흥미가 있는 거라면, 쉬운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player]뭔데……?
나는 히데키의 시선을 따라 모퉁이에 있는 노점을 바라보았다. 대단한 기예를 부리는 다른 노점들과 달리 이 노점의 주인은 평범한 복장의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아무런 호객 행위 없이 그저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부채질을 하거나, 가끔 눈을 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 정도만 하고 있었다.
히데키가 알려 주지 않았다면, 난 아마 그를 여행객으로 착각했을 것이다.
노점과 가까워지면서 은은한 묵향이 나와 히데키를 에워쌌다. 그 후, 테이블 위의 화선지와 잉크를 확인하고 나서야 이곳의 특별함을 알 수 있었다.
[player]즉석 작화? 음, 디지털로 창작하는 시대에 이런 형식은 확실히 드물지.
[아케치 히데키]'작화'라고 표현해도 틀리진 않겠지만, 정확히는 '취화'라고 말하는 게 맞겠죠.
[노점 주인]오, 아직도 그런 걸 아는 젊은이가 있을 줄 몰랐네.
점주는 누워 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쭉 펴더니, 직접 제작한 담배를 꺼내 물고선 우리 앞으로 슬금 다가왔다.
[아케치 히데키]청운도관의 작가님이시죠? 저희 할머니께서 도관의 작품들을 좋아하세요. 매년 집에 돌아올 때마다 '청운'이라고 적혀 있는 취화가 걸려 있었거든요.
[노점 주인]어쩐지 잘 안다 했네.
[player]청운도관? 관광지 입구에 있던 안내판에서 봤던 것 같아. 각자 고유의 화풍을 가진 작가들이 모여 있다고 하던데.
[노점 주인]지나치게 고상한 홍보 방식이야. 그냥 말 그대로 이해하면 돼, 취화 라는 건 먹물이나 염료를 종이에 떨어뜨려서 입으로 불어가며 완성해 나가는 그림이지.
[player]펜이 필요 없는 그림인가……
[노점 주인]조상들은 돌멩이로 벽에 그림을 그리고, 또 양손에 도료를 묻혀 가며 그리기도 했으니…… 그림을 완성하는 데 펜이 필수인 건 아니지.
나와 히데키가 취화에 흥미를 보이자, 노점 주인은 우리를 위해 즉석 그림을 선보여 주기로 했다.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하니 게을러 보이던 느낌은 온데간데 없고, 눈빛마저도 변한 것만 같았다.
흐르는 염료가 마치 명령이라도 받은듯 사방으로 각자 뻗어나간다. 그리고 입바람의 세기에 따라 자유롭게 흐르며 마침내 신비한 그림이 완성되었다.
[player]일단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진 않은데……
[노점 주인]하하, 이 기술은 원래 어렵진 않아. 자네들도 직접 만들어서 선물해 보는 게 어때? 내 할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아니, 내 지갑을 걸고 보장하지. 정말 의미 있는 선물이 될 거야.
[player]지금이요? 음, 그림은 세모나 네모 같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 아닌가요?
[노점 주인]스스로에게 꽤나 엄격하구만. 하지만 창작은 원래 마음 가는 대로 하는 거야. 형태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보는 사람에게 의도를 전달할 수만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그림인 거지.
[아케치 히데키]저희 둘 다 이런 창작은 처음이라서요,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노점 주인]그럼그럼.
[노점 주인]불어, 불어, 계속 불어…… 이쪽으로! 좋았어, 자 어때? 참 쉽지?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바람을 너무 불어댄 탓에 숨이 찼다. 다행히 노점 주인의 밀착 지도 덕분에 간단한 매화도를 어렵사리 완성시킬 수 있었다.
[player]앞에 했던 말 취소. 취화 만드는 거,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
[아케치 히데키]첫 도전으로 작품 하나를 완성한 것만 해도 대단한 거죠, 연습하다 보면 금방 늘 거예요.
수업을 끝내고 의자에 드러 누운 노점 주인을 보며 나에게 취화를 가르치는 게 꽤 힘든 일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반해 방금 막 그림을 완성시킨 히데키는 내 작품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었고, 부족한 부분을 짚어 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꺼져가던 나의 자신감은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player]흠, 노점 주인이 너처럼 부드럽게 가르쳐 줬다면 더 잘 해낼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하게 됐네, 노점 주인이 날 가르치느라 너한테는 신경도 못 썼잖아.
[아케치 히데키]괜찮아요, 옆에서 들으면서 많이 배웠어요. 예술가들은 다들 성질이 좀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이해해야죠.
[노점 주인]어이, 다 듣고 있거든!
화가 난 노점 주인을 바라보며, 나의 '사회 활동 스킬'이 발동했다, 곧이어 나는 칭찬를 연발하며 민속 예술에 대한 존경을 전했다.
[노점 주인]됐거든. 입 발린 소리보다, 다음에 더 좋은 그림을 만드는 게 훨씬 좋겠네. 근데…… 이쪽 그림은 상당히 괜찮은데, 안 가져갈 건가?
노점 주인은 다른 탁자에 놓인 히데키의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히데키의 그림을 보지 못했었다.
[player]맞다, 나도 보여 줘.
[아케치 히데키]아니, 그건……
나는 재빨리 그의 테이블 앞으로 가서 놓여 있던 그림을 보았다. 순백의 화선지 위에, 미소를 머금은 사람의 모습이 먹물의 흔적을 따라 그려져 있었다. 추상적인 그림 같았지만 한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나였다!
내가 그림을 확인하자, 내 옆에 바짝 붙어있던 히데키는 긴장하는 듯했다.
[아케치 히데키]죄송해요, 한참을 그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크흠, 이미 거의 다 그려 버렸더라구요.
[player]네 마음속의 나는 이런 모습이구나.
[아케치 히데키]음…… 그런 건 아니에요, 그림 실력이 부족해서 PLAYER 씨의 장점을 천분의 일만큼도 표현하지 못했어요.
[player]이미 훌륭한걸, 엄청 마음에 들어. 혹시 괜찮으면 나한테 줄 수 있을까?
길 양쪽에서 무성하게 뻗어 나온 나뭇잎들은 행인들의 우산이 되어 주었고, 사람들 사이로 퍼져 있던 산뜻한 회화나무의 향기가 따뜻한 바람에 실려 이곳에 흩날렸다. 히데키는 잠시 멍해져 있다가 곧 입꼬리에 보기 좋은 곡선을 만들어 내었다.
그는 곧바로 자신이 만든 취화를 내 앞으로 가져왔다. 그의 푸른 눈동자에 나의 모습이 비쳐 보인다.
[아케치 히데키]당연하죠, 다음엔 더 좋은 작품을 만들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그때 새로 만든 작품으로 지금 이 부족한 작품을 교체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부장의 완벽주의가 발동했다! 그래도 이번엔 뭔가 달랐다. 그의 눈에는 완벽한 그림에 대한 집착보다는 기대감이 더 많이 비쳤다, 그것은 분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일 것이다.
[player]좋아.
[노점 주인]그럼 서비스의 의미로 액자까지 만들어서 보내주도록 하지. 주소만 남겨 주면 며칠 뒤에 액자로 만든 그림을 받아 볼 수 있을 거야. 앞으로도 서로 든든한 사이로 함께 나아가길 바라네!
[player]염료하고 종이에다가, 액자까지 줘 버리면 뭐가 남아요?
[노점 주인]하하, 여기서 노점을 하는 이유는 그림을 팔려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취화를 알리려는 취지야. 이런 예술이 있다는 사실을 잊히지 않게 하려는 것 뿐이지.
[노점 주인]젊은 양반. 사양하지 말고, 그냥 내가 할머니께 드리는 선물 정도로 생각해. 도관이 아직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어르신들이 잘 봐 주신 덕분이니까, 할머니께 인사도 전해 드리고.
[아케치 히데키]감사합니다…… 할머니께서도 이미 알고 계실 거예요.
취화 노점과 작별한 뒤, 나와 히데키는 텅 빈 속을 달래기 위해 식당가로 향해 '폭풍 흡입'을 시작했다. 장시간 돌아다니며 체력이 고갈된 나는 충분히 먹고 마신 뒤 길가에 있는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player]드디어 좀 쉬는구나! 후, 노는 것도 정말 일이야…… 여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매일 이런저런 재밌는 구경도 하고.
[아케치 히데키]그렇죠, 옛 마을에 이런 북적한 거리가 생기다니.
[player]그 말은 뭔가 이상한걸…… 여긴 원래 네가 살았던 마을 아냐? 왜 나처럼 여기가 생소하다는 듯이 말하는 거야?
[아케치 히데키]음…… 저도 나이를 먹으면서 이곳에 돌아오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결국 이곳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어요.
히데키는 그런 말을 하며 앞에 있는 명소를 가리켰다.
[아케치 히데키]사실 제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거리는 아무도 눈길을 안 주는 흙길일 뿐이었어요, 포장도 전혀 안 되어 있었고, 자동차가 지나갈 때마다 커다란 흙먼지만 날렸죠.
[아케치 히데키]그리고 그 시절 길가에 있던 회화나무 밑에는 마작판을 펼쳐 대전 상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자리를 못 구한 사람들은 옆에 서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거나, 건너편 가게에서 의자를 빌려와 관전을 하곤 했죠.
[player]정겨운 장면이네.
[아케치 히데키]그렇죠, 그래서 처음엔 마을 개발에도 차질이 있었어요. 모두 그런 평온한 날들이 사라져 버릴까 봐, 그리고 혹시라도 마을의 질서가 어지럽혀지지는 않을까 걱정했었죠.
[아케치 히데키]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만 할 때도 있어요. 바로 이 마을처럼요. 이곳도 이미, 제 기억 속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거리 입구 쪽에는 커다란 안내 전광판에는 지도가 띄워져 있었다. 그곳에 있던 옛날의 그 낡은 마작판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히데키는 번화한 거리를 바라보며 감회가 새로운 듯하면서도, 그 모습들을 통해 옛날의 추억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player]옛 마을이 어떻게 변하든, 한 가지는 확실해. 네 즐거웠던 추억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야. 이 마을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더라도, 네가 처음의 모습을 기억하고만 있다면, 이곳은 네게 영원히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마을로 남아 있을 거야.
[player]아름답고 평온했던 따뜻한 과거, 그건 오직 너만의 것이야. 아케치 히데키만의 추억.
[아케치 히데키]나만의 추억……
히데키는 나의 말을 듣곤, 낮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되뇌었다. 그러자 그의 눈빛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아케치 히데키]맞아요. 제게는 이미 지켜야 할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과거에 집착할 순 없어요.
[player]응, 우리가 즐거운 추억을 계속 만들어 간다면, 언제 과거를 돌아보든 늘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거야.
[아케치 히데키]그럼…… 옛 마을의 유일한 마작관으로 가서 한번 사투를 벌여 보죠!
[player]엥? 갑자기……
[아케치 히데키]저는 PLAYER 씨도 이 마을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마작은 PLAYER 씨에게 가장 직접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오락이잖아요.
[아케치 히데키]마을의 작사들을 얕보지 마세요, 잠깐만 방심해도 점수를 따일 테니까요.
[player]그런 도발이 진짜 나한테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맞아! 가자, 마작관으로~~ 후훗! 전력으로 상대해 주겠어!
훗날 이 마을에 대해 다시 회상할 때, 나는 히데키의 미소와, 마작 테이블에서 보기 힘들다는 그 순정구련보등을 떠올리게 되었다.
히데키의 말처럼, 우린 둘도 없는 자신만의 추억을 간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