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히메를 보고 있자니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결국 저녁을 다시 차려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 많은 음식들이 이치히메 배 속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쯤이면 배가 불렀겠지? 그릇을 치우며 속으로 생각했다.
[player]이치히메, 저녁은 맛있게 먹었니?
[이치히메]냥? 이치히메는 아직 저녁 안 먹었다냥.
[player]벌써 저녁만 세 끼나 먹었어!
[이치히메]냥?! 그럴 리가 없다냥, 거짓말하지 마라냥!
[player]여기 그릇들 안 보여? 전부 네가 먹은 거잖아.
[이치히메]냐앙! 근데 이치히메는 저녁 먹은 기억이 하나도 없다냥!
이치히메의 표정을 보아하니 딱히 날 속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런 난감한 문제는 처음이라, 나는 멍지로를 불러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털 뭉치가 토실토실한 몸으로 헉헉거리며 문 앞에 서 있었다.
멍지로
[멍지로]헉, 헉…… 이, 이치히메가 이상해졌다고?!
[player]이치히메는 자꾸 저녁을 안 먹었다고 하는데, 내 앞에서 몇 그릇이나 해치우는 걸 내가 똑똑히 봤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몸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
[멍지로]이거 큰일이구만…… 내가 생각해 봤는데, 그 여자네 집에 가기 전까진 멀쩡했었지? 뭔가 잘못 먹은 거 아닐까?
멍지로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니카이도 미키의 그 '신들린' 요리 솜씨는 그걸 먹고 탈이 났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이치히메]하암……
멍지로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치히메가 길게 하품을 하고선 책상에 엎어져 잠들었다. 아마 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식곤증이 온 거겠지.
[player]아직까진 괜찮아 보이니까, 우선 재우고 내일 다시 봐보자.
멍지로는 침을 뚝뚝 흘리는 이치히메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멍지로가 미친 듯이 전화를 해대는 바람에, 잠에서 덜 깬 상태로 이치히메 방으로 갔다. 이치히메는 차를 끓이고 있었고, 멍지로는 맞은편에서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치히메…… 오늘은 멀쩡해 보인다. 그래서 괜찮아졌다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
[이치히메]주인, 어서 오라냥~ 이치히메가 차를 따라 주겠다냥.
저녁밥 얘기는 안 하는 거 보니, 괜찮아진 거겠지.
차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서 딱 좋았다. 다 마시고 컵을 돌려주면서 뭘 좀 물어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치히메가 고개를 들더니 나를 쳐다보았다.
[이치히메]주인, 어서 오라냥~ 이치히메가 차를 따라 주겠다냥.
그러다가 이치히메는 다시 한번 차를 건네왔다.//n난 멍하니 차를 받아들곤, 멍하니 차를 마시고, 멍하니 컵을 돌려주었다.
[player]이게 뭐 하는……
[이치히메]주인, 어서 오라냥~ 이치히메가 차를 따라 주겠다냥.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치히메가 또 차를 건네 왔다.
[멍지로]빨리 마셔, 난 벌써 세 통이나 마셔서 더는 못 마시겠어.
[이치히메]주인, 이치히메가 주는 차를 마시기 싫은 거냥?
내가 계속 마시지 않자 이치히메가 의아해했고, 어쩔 수 없이 또 차를 마셔야만 했다.
[player]멍지로, 이대로는 안 돼. 이치히메가 스스로 의식하도록 해 줘야지.
[멍지로]나도 그러고 싶다고.
[이치히메]주인, 어서 오라냥~ 이치히메가 차를 따라 주겠다냥.
멍지로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이치히메는 계속해서 내게 차를 따라주었다. 잠깐 사이에 주전자가 비어 버리자, 또 물을 끓이려는 이치히메를 단호히 막아섰다.
[player]이치히메, 너 지금 기억상실증 걸린 거 알아?
[이치히메]냥? 기억상실증?
[player]그러니까…… 예를 들어 방금도 네가 나한테 차를 한 잔 줘서 다 마셨는데, 넌 그걸 잊어버리고 또 차를 따라줬어.
[이치히메]진짜냥?! 이치히메는 기억이 없다냥……
[player]왜냐면 그것도 까먹었으니까!
[이치히메]그렇냥…… 이치히메도 대충 알겠다냥.
일의 심각성을 이해한듯하니, 더이상 차를 마실 필요는 없겠지. 나는 말없이 멍지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지만, 멍지로는 '어디 열심히 해 보던가'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 이치히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치히메]주인, 어서 오라냥~ 이치히메가 차를 따라 주겠다냥.
…………//n금붕어도 아니고!!//n빨리 방법을 찾지 않으면 나야말로 차 속에서 익사한 금붕어가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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