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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존재하는 세상

Character: 


[-] 바닷가에서 돌아온 뒤로 열도 조금 나고, 몸에 힘이 없는 것 같다……
몸살이 난 것 같으니…… 마작 동아리 활동은 일단 미뤄야겠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한숨 잘까.
…………
(딩동)
……어? 오늘 택배 올 게 있었나?
문을 열어보니, 양손에 커다란 장바구니를 든 야기 유이가 서 있었다.
[player] 유이잖아…… 어쩐 일이야?
[야기 유이] 선배가 단체 채팅방에 올린 메시지를 봤어.
[야기 유이] ……지금은 좀 어때, 괜찮아?
[player] 괜찮아, 열도 내렸고. 일부러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야기 유이] 안색이…… 좀 안 좋은데.
[player] 그래? 아무래도 이제 막 일어났으니까.
[player] 그런데, 손에 든 것들은 뭐야……?
[야기 유이] 식재료.
[player] 응?
[야기 유이] 선배한테 몸보신에 좋은 요리 좀 해주려고.
[야기 유이] ……그럼, 선배가 좀 빨리 나을 수 있겠지.
[player] 아, 정말…… 고마워……
야기 유이가 찾아와서 음식을 해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을 한 소녀에게 이렇게나 섬세하고 다정한 면이 있다니……
나는 그녀에게 들어오라고 한 뒤, 장바구니를 받아 들고 안에 뭐가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player] 어떤 요리를 하려는 건지…… 한 번 볼까?
묵직한 장바구니 두 개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스쳐 갔다.
하나는 대파와 쪽파, 흰 양파와 붉은 양파로 가득했다.
다른 하나는 부추와 마늘, 그리고……
[player] 어…… 이 길쭉길쭉한 건 뭐야?
[야기 유이] 산마늘이야.
왠지 파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 같다……!
[야기 유이] 부추속 식물이 감기에 좋다고 해서, 잔뜩 사 왔어.
[야기 유이] 이런 것들을 먹으면, 감기도 금방 좋아지겠지……?
[player] 아, 응. 이론적으로 그렇긴 한데……
큰일 났다! 잊을 뻔했지만, 유이에게 요리를 맡겨선 안 된다! 예전에 같이 장 보러 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런데, 이걸로 도대체 무슨 요리를 할 수 있지……?
[player] 그, 사실 내가 조금 전에 점심을 먹어서, 아직 배가 부르거든.
[player] 그래도 날 위해서 이렇게 식재료도 사다 주고 고마워. 우선 보관해 뒀다가 다음에 먹자.
[야기 유이] …………
[player] 미안해…… 유이가 특별히 신경 써줬는데, 정말 배가 불러서.
장바구니에 든 물건들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다시 현관으로 돌아왔다.
야기 유이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딘가 풀이 죽은 듯한 느낌이었다.
[player] 아…… 아니면……
[player] 유이, 우리 같이 산책할까? 요 며칠 계속 누워있었더니, 온몸이 굳어버린 느낌이야.
[야기 유이] 응, 선배.
그녀의 눈빛이 조금 전보다 반짝이는 것 같았다.
[player] 어디부터 가고 싶어?
[야기 유이] Éternité.
[야기 유이] 커피가 맛있어. 선배도 들어봤을 거야.
[player] 아, 알지. 자주 갔던 곳이야.
거기라면 적어도 이상한 요리가 나오진 않을 거다……
Éternité 카페
[-] 나는 익숙한 카페 안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점장인 나나미 레이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번에는 유이의 강력한 추천으로 가장 평범한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는 점이었다.
[player] 유이는 여기에 자주 와?
[야기 유이] 응, 매주 오는 곳이야.
[player] 그럼 너도 단골손님이네…… 커피를 좋아해?
[야기 유이] 커피는…… 과학이라고 생각해.
[player] 뭐? 과학……?
[야기 유이] 우선, 커피 원두의 양부터 신경 써야 해.
[야기 유이] 아주 적은 양의 차이로도 커피 맛이 크게 달라지거든. 그래서 커피를 내릴 때는 원두의 양을 그램 단위로 정확하게 계량해야 해.
[야기 유이] 그리고 원두를 갈 때에도 굉장히 조심해야 해.
[야기 유이]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게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해. 열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커피의 풍미를 해치거든.
[야기 유이] 게다가, 원두의 분쇄도에 따라 추출 방법도 달라져.
[야기 유이] 이외에도, 물의 온도와 물을 붓는 방식도 커피 맛에 영향을 줘.
[player] 듣고 보니, 커피도 파고들자면 끝이 없구나.
[player] 마치 과학 실험에서…… 정확한 시약의 용량이 중요한 것처럼 말이야.
[야기 유이] 응, 그런데 이 카페는 그런 면에 있어서 아주 완벽해.
[야기 유이] 그래서 이 카페의 아이스커피가 이렇게 맛있는 거야.
[player] 오~!
야기 유이의 음식 취향은 여전히 의문스러웠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녀가 추천한 커피 맛이 매우 궁금해졌다.
[나나미 레이나]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나는 점장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차가운 유리잔을 집어 들었다.
한 모금 살짝 맛만 봤을 뿐인데, 야기 유이가 강력하게 추천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player] ……정말 맛있어.
차가운 얼음이 혀끝을 스치더니, 입안 가득 커피 향이 퍼졌고, 시거나 떫은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다. 커피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입으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놀라울 정도였다.
[야기 유이] 응, 맛있어.
[야기 유이] ……선배? 왜 멍해졌어?
[player] 아, 조금 감동했을 뿐이야.
야기 유이는 생각보다 커피 맛을 잘 알았다. 아니, 커피라는 영역에 있어서는 믿음이 갔다.
더군다나 그녀는 지식도 풍부했다. 그녀가 원한다면, 조금 전의 커피 강좌도 해가 질 때까지 계속할 수 있었을 거다.
야기 유이와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새로운 모습이 또 있었다니……
[player] 언제부터 커피를 좋아하게 됐어?
[야기 유이] ……아마, 어릴 때부터.
[야기 유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커피에 대해 많이 가르쳐주셨어.
[야기 유이]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방법부터, 희귀한 원두 종류와 재배 방식까지.
[야기 유이] 선배, 그거 알아?
[야기 유이] 어떤 지역에서는 커피 가루에 생달걀을 통째로 넣어서 특별한 커피를 추출한대.
[야기 유이] 사막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뜨거운 모래 위에서 커피를 끓이기도 하고.
[야기 유이] 커피와 홍차를 함께 섞어서 마시는 곳도 있대.
[야기 유이] 모두…… 부모님이 가르쳐주셨던 거야.
[player] 정말 심오하구나……
평소 말수가 적은 야기 유이지만, 오늘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여전히 표정 변화는 없었지만, 그녀가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