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유리컵 하나가 놓여 있다고 가정해 보자.
컵에는 무색무취한, 아주 평범한 물이 담겨 있다. 물은 생명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자, 이 세상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물질 중 하나다.
돋보기로는 볼 수 없지만, 사실 이 한 컵의 물도 수많은 물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의 화학식은 H2O인데, 이는 하나의 물 분자가 두 개의 수소 원자와 한 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해 있다는 뜻이다. 그런 물 분자가 이 컵 안에 약 6×10^24개나 존재한다. 참고로, 10^24는 1 뒤에 0이 24개 붙는 수를 의미하며, 이를 '자'라고도 부른다. '자'는 '해'보다 크고 '양'보다는 작은 단위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억'이나 '조' 같은 수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수다. 단 몇 초 만에 마셔버릴 수 있는 이 물 한 컵 속에도, 이처럼 방대한 개념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미세함'의 끝은 아니다.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 속에는 원자보다 더 작은 원자핵이 있다. 그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 두 가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이 미세한 입자들보다도 더 작고 섬세한 존재도 있다. 먼지처럼 작은 이 입자들 내부에도, 믿기 힘들 만큼 미세한 입자들이 여전히 들어있다.
그것들이 바로 '기본 입자'다.
기본 입자란, 우리가 생각하는 이 세계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이다.
오후의 도서관. 야기 유이는 미시 우주에 관한 자료를 뒤적이고 있었다.
기본 입자는 부모님의 연구 분야 중 하나였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실험실에서 놀며 자란 야기 유이는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기본 입자와 관련된 논문과 학술서를 모두 독파한 상태였다. 그런 유이에게 오늘 읽고 있는 이 책은 해외 물리학자가 쓴 것으로 확실히 좋은 책이지만, 그저 '나쁘지 않은' 정도일 뿐이었다. 유이는 이 책으로 새로운 통찰을 얻지는 못했다.
"후……"
두꺼운 책장을 덮으며, 유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세상에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할 새로운 발견이 아직 남아 있을까?
자신의 세계관을 근본부터 뒤흔들고, 이 세상이 지루하고 따분한 곳이 아니라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느끼게 해 줄 무언가가 아직 존재할까?
혹시, 인간은 이미 이 세상의 모든 비밀을 다 밝혀낸 걸까?
그렇다면……
"……정말 지루해."
그녀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다른 학과 학생들이 웃으며 창문 앞을 지나갔다. 그들은 '지루함'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자신과 저들은 대체 뭐가 다른 걸까? 자신의 지식이 부족한 걸까? 아니면 과학 외의 다른 분야에 도전해야 할까?
……왠지 그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 같았다.
야기 유이가 책을 반납하기 위해 일어섰을 때, 귀여운 그림책이 눈에 들어왔다.
《과학과의 만남》이라는 책이었다. 표지를 보니, 이 책은 아동용 도서로 아마 교육학과 학생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매일 최신 학술 연구 성과를 읽는 야기 유이에게, 이 그림책은 너무 쉽고 기초적이었다. 읽지 않고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책 표지에 적힌 단어가 야기 유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만남."
그래…… '만남'이었다.
기본 입자가 만나 원자가 되고,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가 만나 물이 된다. 만남 자체만으로도 이 삭막한 세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어쩌면, 그녀에게 있어 '해답'이란 과학적으로 위대한 발견을 뜻하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저 자신만의 '만남'을 맞이할 수 있다면…… 창밖의 저 친구들이 느끼는 행복도 그리 멀게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지친 몸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자신은 앞으로 어떤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 만나게 될까.
소녀는 그렇게 상상하며 손으로 책장을 넘겼다.
기본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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