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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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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유명한 오페라 제목 아냐? 예전에 도서관에서 그 오페라의 대본을 본 적이 있어.
카르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오페라다. 개성 넘치고 아름다운 담배공장의 여직원이 어느 경찰과 사귀게 되었지만, 그 여성이 또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기존의 연인에게 살해 당하는 내용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카르만은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줄거리 자체는 비극적이긴 하지만, 내가 들었던 바론 이 작품은 비극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어딘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올레비]타이틀은 정했으니 배역을 정해야겠지. 난 이번에 투우사 “레오”역을 맡을 생각이야.
[사라]어머, 정말 의외네요. 경찰인 “탕”역할을 맡을 줄 알았는데.
[사라]괜찮겠어요? 투우사 분량은 다른 주인공들보다 적을 텐데요.
[올레비]연기를 보여주는 데 분량은 상관없다는 건 너도 잘 알잖아.
[올레비]극 안에서든, 현실에서든 난 승자가 되는 게 좋아. 최후에 카르만의 사랑을 얻는 건 레오잖아. 이번엔 느낌이 좋으니까 반드시 승리할 거야. 게다가……
올레비가 사라의 뒤로 돌아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린다.
[올레비]내가 “탕” 역할을 맡으면 네가 위험해질지도 몰라. 내가 캐릭터에 너무 몰입해 버려서, 어떤 난폭한 행동을 하게 될지 모르거든.
[사라]후훗…… 벌써부터 캐릭터에 몰입하기 시작하셨나 봐요? 올레비 씨.
[올레비]일찍 준비하기 시작할수록 승산도 높아지겠지. 안 그래?
좋지 않다. 사라의 실력을 믿긴 하지만, 올레비가 농담처럼 하는 연기로 미루어보아, 그녀의 표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player]그럼 사라는 카르만 역인가.
[올레비]당연히 카르만은 사라 몫이죠.
[사라]꼭 나여야만 하는 건가……
[player]응?
사라의 얼굴에 쓴웃음이 살짝 스쳤던 것 같지만, 잘못 본 것일까.
[올레비]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오늘은 이만 가 볼게요. 한 달 후에 봐 사라.
[사라]안녕히 가세요, 올레비 씨.
올레비가 떠나자, 조명 기사는 만족스러운 듯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조명 기사]절묘해, 역할 배분이 정말 절묘하군.
[티켓 담당자]올레비 씨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대결도 우리 사라의 승리로 끝나겠어.
[player]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라이언]“호방한 성격의 아름답고 가무에 능한 소녀”, 극본에 묘사된 “카르만”이 사라 누나와 정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시릴라]맞아요, 실제로 사라랑 카르만이 비슷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거였군, 아무래도 자신에게 맞는 배역을 담당하는 게 승부에 유리할 수밖에 없지.
[사라]어머, 그건 모를 일이에요.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올레비 씨의 실력을 생각하면 결코 방심할 순 없어요.
[player]맞아, 상대를 얕봐선 안 돼. 긴장감을 가지자고. 근데 두 사람이 카르만이랑 투우사 역을 맡으면, 또 다른 주인공인 “탕”은 누가 연기하지?
[player]이 배역은 카르만과 함께하는 씬이 많으니까, 분명 대결의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거야. 신중히 선택해야 해.
[사라]마침 잘 말해줬어. 당신한테 부탁할 일이 한 가지 있는데…
[player]응, 말만 해 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들어줄게.
[사라]이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내 상대역, “탕”의 배역을 맡아줘.
[player]음, 확실히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자, 잠깐! 나더러 같이 연기하자고?!
[사라]무슨 문제라도 있어?
[player]문제가 있고 말고…… 내가 아니더라도 극단에 연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잖아! 시릴라도 있고……
[시릴라]저는 못해요. 전 그냥 조련사일 뿐이니까요.
[player]난 그냥 관객인데…… 아니면 라이언은?
[라이언]누님 배역이 카르만이던가요? 그럼 제가 할게요. 전 누님만의 “탕”이 되고 싶어요.
[player]용기는 가상하지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네.
[player]다른 사람은? 극단에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탕”역할을 해줄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거야?
슬쩍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조명 기사와 티켓 담당자를 바라보자, 그들은 나를 보곤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티켓 담당자]나 같은 늙은이가 젊은이들 노는 데 끼어들 순 없지.
[조명 기사]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조연 역할 정도면 충분해.
[사라]너무 갑작스럽게 부탁한 것 같네.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천천히 생각해줘.
농담인 줄 알았지만, 그녀는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어쩌면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