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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보기만 해도 예쁘고 낭만적이야!

[player]그럼 일단 회전목마라도 타러 갈까?
[스즈미야 안쥬]동의합니다. KR-976은 TV에서 회전목마라는 이름의 놀이 기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연인들의 필수 코스라고 했습니다.
[player]연인 코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쥬는 날 끌고 회전목마 앞까지 왔다.
회전목마, 보기만 해도 예쁘고 낭만적이야!
오늘 무슨 특별한 이벤트라도 있는 걸까. 입구 쪽에 길게 늘어진 줄은 전부 커플이었다. 사람들에게 밀리면서 나랑 안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스즈미야 안쥬]질문: PLAYER 님은 어디에 타고 싶으십니까?
안쥬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니, 회전목마의 자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player]안쥬는 어디에 앉고 싶어?
[스즈미야 안쥬]음…… 대답: KR-976은 PLAYER 님과 같이 호박 마차에 타고 싶습니다. 동화책의 기록 대로라면, 호박 마차는 밤 12시가 되기 전까지 행복해지는 마법이 있습니다.
내가 아는 호박 마차랑은 뭔가 달라 보였지만, 괜찮아 보였다.
회전목마는 굉장히 로맨틱한 놀이 기구다. 음악에 맞춰 움직이며 잔잔한 바람을 맞고 있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스즈미야 안쥬]후……후……
작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 보니 안쥬가 내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었다. 아무리 편하다지만 너무 빨리 잠드는 거 아닌가.
나는 핸드폰을 꺼내 조심스럽게 이 순간을 남겼다. 소녀의 잠든 얼굴은, 마치 햇빛 아래 얌전히 잠들어 있는 작은 강아지 같았다.
아쉬운 건, 이런 달콤한 잠도 잠시라는 것이다. 회전목마는 결국 십 분 뒤에 멈추게 되어 있으니 말이다.
잠이 덜 깬 안쥬를 데리고 나오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알록달록한 꽃잎들이 머리 위로 흩날리더니, 곰인형 한 마리가 우리에게 뛰어왔다.
[곰인형]밤 12시 전에 호박 마차에 탑승한 9번째 커플이 된 걸 축하합니다. 여기 공원 한정판 곰 머리띠를 선물로 드립니다. 쿠아앙!
안쥬가 말한 버전이 맞았던 건가?! 안쥬는 살짝 미소 짓고 있었고, 곰인형에게 머리띠를 받고선 그중에 남자 곰 모양 머리띠를 내게 주었다.
[곰인형]축하합니다. 쿠아앙!
직원들의 박수갈채 속에서 안쥬가 날 데리고 나왔고, 옆모습을 보니 볼이 좀 빨개진 것 같았다. 이런 곳에서 지금까지 버텨내다니, 안쥬는 이미 잘 해내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안쥬를 잡고 말했다.
[player]안쥬, 그거 알아? 밤 12시 전에 타면 행복하게 해주는 마법이 걸리는 곳이 하나 더 있는데.
[스즈미야 안쥬]질문: 어디입니까?
[player]대관람차.
[스즈미야 안쥬]질문: 대관람차와 회전목마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player]하나는 세로로 돌고, 하나는 가로로 도는 거려나…… 그래도 둘 다 비슷해.
[스즈미야 안쥬]그렇군요. KR-976, 이해했습니다. PLAYER 님과 함께 회전하면 행복해지는 마법에 걸리는 거군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회전할 필요는 없어.
대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 이한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안쥬는 신기한 듯 밑에 보이는 랜드마크 건물을 가리키며,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감탄하고 있었다. 이때만큼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랑도 정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안쥬는 갑자기 머리를 들이밀고는, 내 손을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는 뜻인가?
나는 안쥬의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었다.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사실, 안쥬는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매우 괜찮은 아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