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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를 구경하고 싶어

[player]당연히 마을 최고의 핫플레이스를 구경해 봐야지. 관광 명소가 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테니까. [아케치 히데키]핫플레이스요? 알겠어요. 길을 잃었을 때 도와줄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행운인데, 이런 옛 마을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히데키를 만나게 되다니 행운이 따로 없다. 그가 있다면 분명 어떤 일이든 순조로울 것이다. 그래서 난 아예 모든 계획에서 손을 떼고 모두 그에게 맡겨 버린 채 즐기기로 했다. 히데키도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빠르게 조용한 골목길을 벗어나 북적북적한 관광지 쪽으로 날 데려갔다. 시에서 묘사한 옛 마을이 우아하고 정적인 느낌이었다면, 눈앞에 펼쳐진 거리는 독특한 시골 분위기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번화한 도시의 빌딩 숲들과 달리, 북적이는 사람들과 즐비한 상점들은 마치 한 세기 전의 풍경을 보는 듯했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또 어떤 사람은 눈을 감고 잔잔하게 불어오는 여름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player]음…… 직접 보지 못했다면, 방금 전의 하얀 벽과 검은 기와들로 가득했던 장소가 이런 오색 찬란한 분위기랑 잘 어우러질 줄은 생각도 못했을 거야. 이런 독특한 풍경을 본 것만으로도 벌써 여기에 온 가치가 충분히 느껴져. [아케치 히데키]하하, 겨우 이 정도로 만족하시는 건가요? PLAYER 씨는 정말 쉽게 즐거워지는 사람이네요. [player]고단하고 짧은 인생인데 기왕이면 즐겁게 사는 편이 낫지 않겠어? [아케치 히데키]네, 일리가 있네요. 어쩐지 PLAYER 씨 옆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편안해지더라구요. [사람들]잘한다~~! 갑자기 들려온 사람들의 환호 소리로 나와 히데키의 대화는 잠시 중단되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묘기를 펼치고 있는 한 노점이 있었는데, 길 가던 꼬마들도 그 모습에 이끌려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되는 갈채 소리에 나도 호기심이 생겨 인파를 헤치며 나아갔다. 한참 구경을 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의 소매를 힘껏 잡아당기며 길가의 돌계단으로 이끌었다. 그 손길은 붐비는 사람들 속 나를 구해주는 충성스러운 기사의 도움 같이 느껴졌다. [아케치 히데키]여기서 보면 더 잘 보일 거예요. 높은 곳에서 넓어진 시야로 바라보니, 붐비는 사람들 너머로 하얀색 은막이 보였다. [아케치 히데키]그림자 연극을 하고 있네요, 어쩐지 사람들이 몰린다 했어요. [player]그림자 연극? [아케치 히데키]네,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 예술이에요. 은막 뒤에 있는 배우들이 사람 모양의 종이를 들고, 그림자를 만들어 음악과 함께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독특한 표현 형식이에요. [player]재밌어 보이네, 근데 왜 이한시에서는 비슷한 공연을 본 적이 없었을까? 잠깐, 저 노래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커다란 덩치의 악덕 지주가 은막에 나타났고, 은막 주인의 특이한 노랫소리가 나의 주의를 사로잡았다. [그림자 극장 주인]아녀자라면 집안에서 그림이나 그리고 수나 놓을 것이지, 학업을 위해 도읍에 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 정말 제멋대로구나. [그림자 극장 주인]도읍으로 보내자니, 어찌 아녀자를 먼 길로 내보낼까 싶고…… 보내지 말자 하니, 병세가 깊어질까 근심이 되고…… 여러모로 고민이 되는구만…… 지주의 딸은 남자로 위장하여 배움을 위해 집을 나간 뒤, 서당에서 어느 청빈한 동문생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이제 막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였을 때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서한을 통해 자신에게 이미 배필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후 딸은 사랑하는 남자를 데리고 귀향하여 뛰어난 말솜씨로 자신의 아버지를 설득해 내고, 두 사람은 결국 수많은 축복 속에서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눈앞의 종이 인형들은 극장 주인에 의해 생명이 불어 넣어졌고, 모든 동작들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나는 연극에 심취해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져, 극장 주인이 불을 끄고 은막 뒤에서 걸어 나오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끝없이 쏟아지는 박수갈채가 훌륭한 연극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망설임 없이 박수를 치며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아케치 히데키]오늘 극장 주인의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player]앞에 있는 돈통에 돈이 가득하잖아,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 [아케치 히데키]음…… 이 거리가 관광지로 막 개발되었을 때, 저도 이 공연을 보러 온 적이 있거든요. 그때 본 공연도 마침 방금 본 '버드나무 그늘'이라는 희극이었죠. [아케치 히데키]하지만 그때의 결말은 지금과 달리, 악덕 지주가 강제로 자신이 점찍은 사내와 혼인시키기 위해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이야기였죠. 그리고 그 결과, 그의 딸은 혼례를 치르러 가는 도중에 사랑하는 사람의 묘에 머리를 들이받아 자결했고, 그 둘은 나비가 되어 고향을 떠나가는 결말이었어요. [player]비극적인 결말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경우엔 해피엔딩이 더 마음에 드네. [아케치 히데키]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실 방금 전까진 조금 걱정했어요, 또 비운을 암시하는 비극적 결말이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 히데키는 불안했다는 듯 눈꺼풀을 살짝 드리웠다. 보아하니 저번 일들이 이 청년에게 심적 부담을 많이 안겨 주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밝은 금색 머리가 햇빛을 받아 따뜻한 느낌이었다, 마치…… [player]내 앞에서 속마음을 얘기하는 부장이 귀엽달까. [아케치 히데키]에? 아차, 나도 모르게 속 마음을 말해 버렸다! [player]하하하하…… 아무것도 아냐, 오늘은 비극이 아니라 행복한 결말이니까 좋은 징조라고 생각해. [아케치 히데키]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네, 저도 오늘은 느낌이 좋네요. 기분이 많이 풀어졌는지, 히데키는 나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나는 그의 부축을 받으며 계단을 내려왔다. [아케치 히데키]이제 어디로 갈까요? [player]내가 선택해? [아케치 히데키]네, PLAYER 씨 옆에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 같아서요. 그러니 다음 행선지는 제 행운의 별에게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