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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맑고 산은 푸르러, 창가에 기대 바라보네. 봄바람이 강 너머의 비를 몰라 주니, 비오는 거리의 사람들만 바라보네……

물은 맑고 산은 푸르러, 창가에 기대 바라보네. 봄바람이 강 너머의 비를 몰라 주니, 비오는 거리의 사람들만 바라보네…… 고요하고 차분한 시의 글귀에 이끌려, 이번 주말 나는 이한시에서 멀지 않은 한적한 옛 마을에 찾아왔다. 이곳만의 독특한 경치를 감상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휴대폰은 파업 상태에 돌입이라도 한듯 모든 수단을 써봐도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곳에 있던 유일한 사람… 길가에 놀고 있던 꼬마에게 길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꼬마는 내게 '초스피드'지도를 그려 관광지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초스피드'로 길을 잃었다! [player]여긴…… 어디지? 복잡한 골목길과 전부 비슷해 보이는 하얀 벽, 그리고 검은 기와 지붕이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모든 골목길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큰 길에서 너무 멀어진 탓인지, 주변엔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미 쓸모 없어진 지도를 손에 쥐고는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서성일 뿐이었다. [player]일단 왔던 길로 돌아가 보자, 제발 왔던 길 만큼은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 ? ?]PLAYER씨?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곤경에 빠진 내게 그 목소리는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리자, 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히데키가 있었다. 아케치 히데키 [아케치 히데키]정말 PLAYER씨였네요, 잘못 본 줄 알았는데,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 [player]말하자면…… 길어. 난 이미 꺼져 버린 휴대폰 화면을 흔들어 보이며 길을 잃게 된 경위를 히데키에게 설명했다. [아케치 히데키]그렇군요. 이곳은 건물들이 전부 비슷해서 처음 온 여행객들은 길을 잃기 쉬워요…… 휴대폰이 먹통이 된 것도 물론 치명적인 문제지만요. [player]히데키도 여행 온 거야? ……아니, 잠깐…… 설마, 너도 길을 잃은 건 아니겠지? [아케치 히데키]하하, 아니에요, 저는 반 정도는 여기 사람이니까요. [player]엥?! [아케치 히데키]아케치 가의 본가가 이 마을에 있어요. 그래서 방학 기간엔 항상 이곳에 와서 할머니랑 같이 시간을 보냈죠. 할머니를 언급할 때 히데키의 눈빛은 햇살을 머금은 듯 따듯했다. 예전에 히데키에게 어릴 적 살았던 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히데키가 묘사했던 마을은 마치 수묵화와 같은 느낌이었고, 도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온갖 걱정을 떨칠 수 있을 만한 장소였다. 내가 이런 옛날 마을에 이끌린 이유도, 히데키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 컸다. [player]그게 여기였구나, 정말 놀라운 우연이네…… [아케치 히데키]옛날 마을을 구경하는 방법은 역시 '현지인'이 가장 잘 알겠죠. 괜찮다면, 이제부터는 제가 가이드해 드려도 될까요? [player]여기에 일이 있어서 온 거 아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아케치 히데키]아니에요, 시간 나면 들르는 게 습관이 됐을 뿐이죠. 이 마을은 저의 추억들을 품고 있어서 마음의 짐을 덜고 가벼운 마음으로 방학을 보낼 수 있거든요. [아케치 히데키]거절하지 않으셨으니, 제안을 수락하신 걸로 알게요. 이 다음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