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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책장

9번 책장 [내레이션]9번 책장으로 왔지만, 전부 역사와 지리 관련 책들이었다. [player]젠장, 잘못 왔네. 그 책은 여기 없을 거야.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오노데라 씨가 아까 정리한 책들이 기억났대요. [오노데라 나나하]PLAYER,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지만, 애초에 제가 정리한 책은 몇 권 안 돼요. [오노데라 나나하]문학 작품이었어요. 저쪽 책장이에요. [내레이션]그리고선 바로 오노데라와 마이는 앞쪽으로 걸어갔다. 어쩌지, 딱히 오노데라를 막을만한 핑계가 생각나지 않는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이 찾고 계시는 책, 마이도 읽고 싶어졌어요. 같이 볼 수 있을까요? [player]그…… 그게…… [내레이션]화장실에 간다고 한 번 더 거짓말을 할까? 그래도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오노데라가 '가든 파일'을 찾아낼 것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내레이션]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아, 오노데라를 따라 문학 책장으로 왔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이 어떤 책을 좋아하실지 정말 기대되네요. [내레이션]마이의 미소를 보니 점점 더 절망스러워졌다. 환각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오노데라 나나하]어? 이건 도서관 책이 아닌 것 같은데요. [내레이션] '가든 파일'을 찾게 되면, 오노데라는 왜 북커버가 씌워져 있는지 의아해하며 페이지를 넘길 테고, 그러다가 마이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다. 마이 성격상, 책에 이름을 써 놓았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으니까. [오노데라 나나하]마이 책이네요? '폴로 교관'…… 북커버로 숨기고 싶었던 건가? 하나 배웠네요. [내레이션]마이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이 책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는 듯했다. 그러다가 내가 계속 이 책을 찾고 있었다는 게 생각났는지, 날 오해하기 시작했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일부러 마이를 괴롭히려고 하셨던 건가요? 마이…… 주인님한테 미움받는 거예요? [오노데라 나나하]책으로 사람을 괴롭힐 생각을 하다니. PLAYER, 정말 너무하네요. [내레이션]잠깐, 이건 너무 나갔다.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하고, 어떻게 해결할지나 생각해 보자. [player]차, 찾았다! 바로 이 책이야! [내레이션]어쨌든 마이의 비밀을 지켜 내야만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다급해진 나는, 책장에서 아무 초록색 책이나 꺼냈다. [아이하라 마이]이…… 이게 주인님이 좋아하시는 책인 건가요? [player]마, 맞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 S급 마…… 마법 스킬을 가지고도 초보자였던 내가 저…… 전사로 전직 후…… [내레이션]책 이름이 뭐 이래? 'S급 마법 스킬을 가지고도 초보자였던 내가 전사로 전직 후 최강의 용사가 되었음에도 결국 마왕에게 한주먹 거리였던 것에 대해서'. 너무 길어서 한 번에 읽지도 못하겠네. [오노데라 나나하]PLAYER, 팬들은 줄여서 '마S'라고 부르죠. [player]그래? 나…… 나는 '마S'를 가장 좋아해! 읽다 보면 스트레스가 싹 풀려서, 밤에 읽으면 잠이 엄청 잘 온다니까. [아이하라 마이]그, 그런가요…… 제목이 조금 길긴 하지만, 표지에 있는 캐릭터들은 정말 귀엽네요. [player]그치?! 그러니까 난 책을 찾은 거야. 고마웠어, 오노데라. [내레이션]순간 들키는 줄 알았지만 마이가 의심하는 것 같진 않았다. 이대로만 하면 오노데라가 '가든 파일'을 찾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오노데라 나나하]운이 좋으시네요, '마S'는 인기가 많아서 금방금방 대출되는 책이거든요. [player]그렇게나 인기가 많았단 말이야? [오노데라 나나하]이거, 정말 당신이 찾던 책 맞나요? [내레이션]깜짝이야! [player]무, 무슨 문제라도 있어? [오노데라 나나하]……아니에요. 제가 대출 처리해 둘 테니까 이따 데스크에서 가져가시면 돼요. [내레이션]오노데라는 내가 거짓말을 하는 걸 눈치챈 것 같았지만, 의외로 더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내레이션]그렇게 마이의 비밀을 지켜내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가든 파일'은 당분간 도서관에 둘 수밖에 없었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책은 아무 데나 놓아 주셔도 돼요. [player]응, 그럼 탁자 위에 둘게, 후…… [내레이션]그 후, 나와 마이는 빌린 책들을 가지고 천월 신사로 돌아왔다. [아이하라 마이]고생하셨어요, 주인님. 마이가 책을 너무 많이 빌려서…… [player]괜찮아. 저기 있잖아, 난 볼일이 있어서 잠깐 나가봐야 될 것 같은데…… [아이하라 마이]나가신다구요? 지금요? [내레이션]마이는 '가든 파일'을 잃어버린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마이를 속여서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지금은 당장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오는 게 더 중요했다. [player]얼마 안 걸릴 거야. 금방 올게. [내레이션] '가든 파일'은 분명 도서관 안에 있고, 잘 가져와서 거실 책장에 놓기만 하면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될 것이다. [내레이션]그렇게 생각하며, 문 앞에 있는 책장을 훑어보았다. 다양한 책들이 꽂혀 있는 걸 보니, 마이는 정말 책을 좋아하나 보다. [내레이션]초록색으로 된 책등이 보이길래 '가든 파일'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옆면을 보니 사인펜으로 '가든 파일'이라는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아이하라 마이]네, 알겠어요. 그래도 차 한잔 마시고 나가시는 게 어때요? [내레이션]난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책을 자세히 살펴보았고, 확실히 전에 보았던 '가든 파일'이 맞았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player]……생각해 보니 역시 다음에 가는 게 낫겠어. [아이하라 마이]네? 안 나가시는 건가요? [player]응. 여기서 차 마시려고. 괜찮을까? 마이. [아이하라 마이]그럼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인님. [내레이션]마이가 신나게 주방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듯했다. 결국 내가 도서관에서 주운 책은 '가든 파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레이션]다시 생각해 보니, '가든 파일'과 똑같은 북커버가 씌워져 있는 책이 우연히도 마이 뒤에 떨어져 있었을 뿐이었던 것 같다. 그걸 마이 것이라고 단정 짓다니, 내가 너무 성급했었다. [player]그럼 도서관은 안 가도 되겠네. 나름 큰일도 해결됐으니, 책이나 보면서 쉬어야겠다. [내레이션]그렇게 아까 빌린 책의 첫 페이지를 넘겼다. [player]어? 이건…… [내레이션]…… 또 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