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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리를 데리고 떠난다, 나머지는 경찰에게 맡겨야지

[player]안 돼, 힐리 너 혼자 남는 건 위험해. 곧 경비가 들어올 기색에 초조해진 나는, 입술을 깨물고선 힐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힘으로 그녀를 끌고 나가려 시도했다. 앵무 또한 우리 옆에 붙은 채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며 힐리를 설득했다. [앵무]마음이 불편한 건 알아, 하지만 지금은 저 표범을 구해봤자 밖으로 안전히 빼낼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어. [힐리]하지만…… [앵무]푸른 산이 있는 한 땔감 걱정은 없다잖아. 표범에겐 아직 목숨이 붙어있어. 그러니 일단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player]위로하는 말 치곤 꽤나 고전적인데. [앵무]……태클 걸 여유도 있는 걸 보니, 아직은 별로 안 무서운가 봐. [player]그냥 세 보이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뿐이었어…… [힐리]알겠어. 새들이 있는 방을 나선 힐리는 냉정을 되찾았다. 입구를 보니, 경비들도 거의 다 문 앞에 도착한 모양이다. 지금 나간다면 분명 경비들과 마주치겠지. [힐리]일단 숨자. 어째서냐고 묻기도 전에 힐리가 날 붙잡고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는 순간, 바깥 창고의 문이 거세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나는 숨도 제대로 못 쉰 상태로 바깥 기척에 귀를 기울였다. [경비C]4호 창고의 문이 열렸어, 빨리 손님들 물건은 안전한지 확인해! [경비C]너, 그리고 너. 너희 둘은 뒤쪽 5호 창고를 확인해,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봐주지 말고 바로 체포하고. 힐리는 문을 살살 당겨 바깥을 살펴보다가, 경비들이 새들이 있는 창고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순간 밖으로 내달리며 외쳤다. [힐리]지금이야! 왔던 길을 되돌아 달렸다. 다행히 돌아가는 길에 있는 창고의 문이 모두 열려있어서 수월하게 가장 바깥쪽 출입구까지 내달릴 수 있었으나 문 앞에서 어떤 젊은 경비와 마주쳤다. 바로 괴담 때문에 겁먹어서 밤을 새워 버린 히로시였다. 우리를 본 그는 본능적으로 무전기를 꺼내려 했지만, 그 순간 몽둥이 하나가 그의 뒤통수에 사납게 내려꽂혔다. 퉁! 젊은 경비는 천천히 쓰러졌고, 난 그의 뒤에 서 있는 박새를 발견했다. [박새]이쪽이여, 얼른 따라오소. 우리는 박새를 따라 길가에 세워져 있던 봉고차에 올라탔다. [player]박새, 쟤만 괴롭히는 건 좀 너무한 거 아냐? 어제부터 엄청 시달리던 녀석 같은데. [박새]뭘 모르는구마잉, 이럴 때야말로 약한 고리를 공략 해야는 것이여. [박새]게다가 상황도 상황인디, 이 정도는 해야 쓰지, 뭣도 아니랑께. 봉고차가 코너를 돌던 와중, 경찰차가 우릴 스쳐 지나갔다. [박새]워메, 경찰들도 다 와부렀고마잉, 느그들은 이제 안심혀, 뒷일은 경찰들한테 맡기면 되니께. 힐리는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아직도 저 안에 남아 있을 동물들을 걱정하는 거겠지. 박새는 우릴 Soul까지 데려다 준 뒤에 떠나갔다. 나는 걱정하는 사라와 라이언에게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간단히 들려 주었다. 물론 위험했던 상황은 자세히 말하지 않았지만. 그날 밤, 다 함께 충분히 먹고 마셨을 때쯤, 라이언이 갑작스레 모닥불 앞으로 다가갔다. [큰 영감]우리 라이언, 마술 공연이라도 하려는 모양인감? [사람들]보 여 줘! 보 여 줘! [라이언]마술은 아니지만, 보여 주고 싶은 공연이 있긴 하네요. 저랑 다른 아이들이 함께 준비한 공연이에요. [라이언]그럼, 다들 즐길 준비 되셨나요? 라이언은 검은 망토를 두른 채 끊임없이 '킬킬'거리는 웃음 소리를 내며 악당 연기를 해내고 있었다. 이어서 등 뒤엔 날개를 달고, 머리에는 붉은 모자를 쓴 아이가 관중들 사이에서 뛰쳐나와 라이언 앞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마치 행복하고 자유로운 '새끼 두루미'처럼. 그 아이가 뛰어다닐 때 스리슬쩍 뒤로 접근한 라이언은, '새끼 두루미'가 한 눈을 판 틈을 타 그를 꽉 붙잡고선 옆에 준비해 둔 우리 속에 집어넣었다. 두루미는 우리 구석에 쪼그려서 끊임없이 살려달라 빌었고, 라이언은 만족스러운 듯 크게 웃었다. 그때, 채찍을 든 여자아이가 갑작스레 뛰쳐나와 그대로 라이언과 싸우기 시작했다. 둘은 막상막하의 싸움을 하며 승부를 예측할 수 없던 그때, 옆에서 또 한 아이가 나타났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머리에 쓴 저 가면은…… 아무래도 나 같은데? 결국 '나'로 추정되는 인물이 합류하자 라이언은 이내 패배해 버렸고, 두 용사는 손을 잡고선 두루미 구출에 성공하여 모두의 갈채를 받았다. 라이언과 아이들이 공연한 이야기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바로 나와 힐리의 이야기가 아닌가. 공연이 끝난 뒤, 라이언은 관중들의 박수를 가라앉히고선 나와 힐리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라이언]사실 저와 아이들이 이 공연을 하게 된 건, 모두 힐리 누님과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용감한 PLAYER 누님 덕분이랍니다. [라이언]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 용감한 두 누님께서 새끼 두루미를 구해 낸 실화를 기반으로 창작했어요. 라이언이 듣기론 '기도춘'의 그 분께서도 도와주셨다고 하던데, 그럴 줄 알았으면 쫓아가서 그 분 구경이나 할걸 그랬네요. 비록 라이언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그 말 속의 뜻을 이해한 듯했다. 힐리가 기도춘을 드나든 것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바로 두루미를 구해내기 위해서였다고. 요 며칠간 힐리를 오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몇몇 사람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힐리와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젊은이, 역시 내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나보군. [힐리]응?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들어보자, 저번에 검표를 도와드렸던 영감님이 보였다. 며칠 사이에 충분히 쉬셨는지 혈색도 좋아진 듯한 영감님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내게 말을 걸며 내 옆에 천천히 앉았다. [검표 영감님]하아, 나이를 먹으니 원. 바닥에 앉는 건 갈수록 몸이 쑤셔서 말이야. [player]아, 저쪽 의자에 앉게 도와드릴까요? [검표 영감님]씁, 됐네 됐어. 늙은이들 몇 명을 대표해서 자네랑 얘기를 좀 하려고 온 거니까 말이야. [힐리]응? [검표 영감님]방금 라이언 저 녀석의 공연을 보고 사라에게 물었더니, 요즘 힐리가 자네랑 같이 돌아다니면서 야생동물 구조를 위해 노력했었다고 말하더군. [검표 영감님]전에 여기 녀석들이 힐리가 이상하다고 얘기했을 때 내가 말했지, 힐리는 착한 아이라고! 봐봐, 내 말이 틀렸나? [player]아뇨, 영감님 말씀이 맞으세요! 맞은편에서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힐리를 잠시 바라본 영감님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검표 영감님]아무튼, 고맙다네. 힐리 저 아이는 성격이 당나귀처럼 드센지라 다른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질 못했는데, 지금 이렇게 모두와 잘 지낼 수 있게 된 건 자네 덕분이 커. [검표 영감님]젊은이, 자네야말로 우리 Soul의 불씨라네. 비록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Soul의 불길이 활활 타오를 수 있게 된 건 다 자네 덕분이라고. [player]영감님…… 과찬이세요. [검표 영감님]하하, 겸손하긴. 그래, 힐리도 왔으니 난 슬슬 가 보겠네. 영감님은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드시더니, 무릎을 쥐고선 일어서서 떠나갔다. 그리고 옆을 보니, 어느샌가 힐리가 옆에 앉아 있었다. [힐리]고마워. [player]고마울 것까지야,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힐리]아니, 네 덕이 컸어…… 그리고, 방금 사람들이 나한테 오해해서 미안했다고 사과도 하더라. [힐리]사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니까 나한테 사과할 필요도 없는데 말이야…… 처음부터, 그냥 개인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니까 모두를 끌어들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말을 안 했을 뿐이었던 건데, 이렇게 큰 오해를 불러왔을 줄은 몰랐네. [힐리]괜히 너희들까지 걱정하게 만들어 버렸어. 그리고 만약 네 도움이 없었다면, 어쩌면 이번 일은 내가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을 수도 있겠지. 그러니까 난 너한테 감사해야만 해. 난 힐리가 건네주는 음료를 받아 가볍게 잔을 부딪혔다.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에선 약간의 풀향이 느껴졌다. 그녀의 특제 레시피인 것 같았다. 그때 내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전에 내가 신고를 한 그 경찰이였다. 나는 힐리의 기대감 넘치는 눈빛과 함께 전화를 받았다. [경찰]PLAYER 님…… 맞으신가요? [player]네, 맞습니다. [경찰]아, 긴장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냥 경과를 알려드리려고 전화드린 겁니다. 전에 신고해 주신 그 야생동물 밀매 거점은 저희가 이미 정리했고, 몇 명이 도주 중이지만 단서를 추적해 위치를 알아냈으니 곧 체포될 겁니다. [경찰]그 창고는 범죄 증거물 은닉 등의 혐의로 인해 압류되었습니다. 갇혀 있던 동물들은 모두 야생동물 구호 기관으로 이관하였는데, 티벳여우 몇 마리는 병세가 너무 심했던 탓에 현장에 도달했을 땐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아, 그때 언급하신 그 두루미 새끼 두 마리는 안전하니 걱정 마세요. [경찰]맞다, '삼청재'에 있던 그 두루미도 함께 구호소로 이관하였습니다. 경찰관 님의 기운 넘치는 목소리는 밤중에도 맑게 울렸으니, 내 곁에 붙어 앉은 힐리한테까지도 아마 똑똑히 들렸을 것이다. [힐리]PLAYER, 혹시 그 새끼 표범에 대해서도 물어봐 줄 수 있어? [player]경찰관님, 그 사이에 새끼 표범도 한 마리 있었던 것 같은데, 혹시 상태가 어떤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경찰]표범? 동물이 너무 많아서…… 잠시만요, 구호소 쪽에 있는 수의사분한테 여쭤보고 올게요. [경찰]여보세요? [player]네, 듣고 있어요. [경찰]방금 수의사분이 확인해 보셨는데, 영양실조의 기미가 좀 있긴 하지만 늦지 않게 구조된 덕에 큰 지장은 없을 거라고 하니 안심하세요. 아, 그리고 며칠 뒤에 표창장을 하나 댁으로 보내드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일을 해결하신 공로로 말이죠. [player]네? 표창장도 주시나요? 그럼 혹시 Soul 쪽으로 보내 줄 수 있으실까요? [경찰]Soul이라면 그 순회 공연단 말씀이시죠? [player]네, 이번 일은 저 혼자 해낸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이 해낸 거라서요. [경찰]하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내 옆의 힐리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언제 왔는지 모르는 모히토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내가 전화를 끊는 걸 본 그녀는 다른 손을 뻗어내 뒷목을 감싸 쥐고선 가볍게 당겨, 우리 두 사람과 표범 한 마리의 머리를 맞대었다. 힐리의 가볍고 쾌활한 웃음소리는, 방금 오해가 풀렸을 때보다도 더 기분이 좋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