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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건 없지만 식성은 대단했지

……그야말로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 태평한 데다가, 뱃속에는 블랙홀이라도 들어찬 모양이었지. 하지만 이래 봬도, 멍지로와 카구야히메의 방해 속에서도 혼천 신사를 똑부러지게 관리하고 있는 녀석이다. [player]이치히메는 혼천 신사의 무녀로서 꽤나 타고난 구석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냥…… 조금 많이 먹을 뿐이지. 말을 마치자, 병풍 뒤에서 청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토죠 쿠로네]소문대로 역시 나리께선 무녀님과 사이가 아주 좋아 보이시네요. [토죠 쿠로네]지금의 무녀님께선 확실히 그런 모습이긴 하지만, 전 아직 어렴풋이 기억한답니다, 그때 대회에 참가한 무녀님의…… 보다 차가웠던 모습을. [player]차가운 이치히메라고요? ……어떤 모습일지 좀 궁금해지네요. [토죠 쿠로네]후훗, 저는 믿고 있답니다. 나리와 무녀님의 관계를 감안하자면, 언젠간 알게 될 것이라고요. [토죠 쿠로네]나리께서 무녀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되실 그때에 마작 대회가 시작하는 시간 또한 자연스럽게 알게 되실 거랍니다. 이치히메의 또 다른 모습에 대해선 상상이 잘 안된다. 이치히메는 대회가 시작하면 엄숙하고 진지해지기라도 한다는 건가? 나는 안경을 쓴 이치히메가 교편을 잡고 마작장을 오가면서, 사람들의 마작 실력을 매섭게 지적하고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역시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은데. [토죠 쿠로네]하지만 이 또한 확실한 건 아니니, 나리께선 부디 그냥 재미난 이야기 정도로 흘려 들으시길. [player]무슨 뜻이죠? [토죠 쿠로네]저 뿐만 아니라, 대회에 참가했던 모두가 당시의 일에 대해선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답니다. 저 또한 그런 어렴풋한 인상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이니까요. [토죠 쿠로네]강산도 변할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선, 가끔 이게 과연 사실이었는지, 아니면 제 착각일 뿐이었는 헷갈리기도 한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난 토죠 쿠로네는, 마치 추억 속에 잠긴듯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시간이 꽤나 흐른 뒤에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토죠 쿠로네]만약 어느 한 사람의 성격이 갑작스레 크게 변한다면, 나리께선 이를 어떻게 바라보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