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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죠 쿠로네에 대해 알고 싶어.

[player]결정했어, 토죠 쿠로네와 관련된 것…… 그러니까, 나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 쿠츠지는 딱히 놀랍지도 않다는 듯 빙긋 웃더니, 토죠 쿠로네를 조금 더 자세히 관찰해 보라고 말했다. [쿠츠지]오늘의 토죠 쿠로네는, 저번에 봤던 모습이랑 좀 다른 것 같지 않아? 그 질문을 들은 난 순간 말문이 막혔다. 솔직히 이 거리에선 잘해 봐야 윤곽 정도만 보이는 데다가, 당시 그녀를 만났을 때에는 병풍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눈 탓에 비교를 하라고 해 봤자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분명 다른 부분이 있기는 했다. 지금 거리를 거니는 토죠 쿠로네에게는 꼬리가 단 하나만 보였다. 하지만 그날, 내가 봤던 병풍에는 분명 여러 꼬리가 살랑거리는 실루엣이 비쳐졌었다. [player]확신은 안 가지만, 그때 봤던 토죠 쿠로네는 꼬리가 여러 개 있었던 같단 말이지…… 뭐, 병풍 뒤였으니까 다른 장식품이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쿠츠지는 그런 내 말을 들었음에도 딱히 놀란 기색을 보이진 않았다. [쿠츠지]혹시, 구미호 전설에 대해서 들어 본 적 있어? [player]글쎄, 어느 버전? 구미호 전설이 한두 개도 아니고 말이야. [player]한 나라를 무너뜨려 버린 구미호? 아니면 남의 몸에 봉인되어 인술을 부리는 구미호?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하루 종일 말해도 부족하다고. [쿠츠지]이야, 이런 쪽으로 박식할 줄은 몰랐네. 형씨의 인터넷 검색 기록이 갈수록 더 궁금해지는걸,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보여 줬음 좋겠어. 최근에 뭘 검색했더라…… 아니, 그건 못 보여 주지. 잠깐, 내가 뭘 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애초에 보여 줄 이유도 없잖아! [player]아니, 거절할게. [쿠츠지]괜찮아, 언젠간 기회가 있겠지. [쿠츠지]구미호 전설에 관해선, 이한시 버전으로 하지. 혹시 들어 본 적 있어? [player]그건 못 들어봤는데. 이한시 버전도 따로 있나 봐? [쿠츠지]이한시에는 사실 구미호가 실존한다고 믿는 단체가 존재하거든. 구미호를 위해 비밀스러운 조직을 만들곤 이를 숭배하는 집단이야. [쿠츠지]그들이 믿는 구미호 전설에도 나라를 무너뜨린 구미호에 대한 얘기가 나와. 그저, 인간들이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을 저질렀기에 구미호가 이에 대한 징벌을 내렸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을 뿐이지. [쿠츠지]새로운 시대가 열릴 때면 구미호는 항상 되살아난다고 하지. 낡은 시대를 전복시키고, 자신들의 신도를 이끌곤 새로운 시대를 연다나 뭐라나. [player]그럼, 토죠 쿠로네가 구미호라는 소리야? [쿠츠지]그건 모르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전설 속 구미호와 일치하는 특징들이 있긴 한데, 그게 또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아서 말이야. [player]하하, 뭐 아직 진화가 덜 된 육미호라거나 하진 않을 거 아냐? [쿠츠지]그 말이 맞을 수도. 쿠츠지의 표정은, 아무리 봐도 농담을 하는 사람의 표정 같지는 않았다. 그러자 내 얼굴에서도 천천히 미소가 지워졌다. 만약 저게 진짜라면, 구미호한테 찍혀 버린 나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player]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을까? 내 말을 듣고서, 쿠츠지는 겉옷 주머니를 한참이나 뒤적이더니 카드 한 장을 꺼낸 다음 내게 건네 주었다. 난 뻣뻣한 손으로 이를 받아서 살펴 보았는데, 카드엔 '효'의 서비스 소개 관련 내용이 적혀 있었다…… 어디부터 하소연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쿠츠지]형씨, 토죠 쿠로네와 관련된 정보를 선택한 순간, 우리의 첫 거래는 끝난 거야. 이제 두 번째, 세 번째도 있겠지…… 아무튼, '효'의 대문은 앞으로도 언제든 형씨를 위해 열려 있을 거라고. 쿠츠지는 그렇게 말하며, 비웃거나 놀리는 기색 하나 없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곁눈질로 저 아래에서 거니는 토죠 쿠로네를 바라보자, 방금 보았던 아름다운 자태는 이제 내게 있어선 거대한 수수께끼로만 보였다. 쿠츠지와 이런 거래를 한 순간, 나 또한 그 수수께끼의 일부가 되겠지. 어쩌면 그 속을 파헤치고 진실에 도달할 수도 있겠지만, 차마 능력이 부족해서 그 수수께끼에 삼켜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한시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평온하지 않다' 같은 소리는 이미 많이 들어보았다. 그럼 이제는 직접 알아볼 뿐이다. 과연 그 수면 아래엔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카드를 가방에 집어넣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찻잔에 찻물을 따르고선, 다른 잔을 손에 쥐곤 내게 가볍게 부딫혔다. [쿠츠지]형씨, 같이 심연을 들여다보러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