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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내용을 의심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침 6시. 인터넷을 찾아보니 기도춘은 아침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이렇게나 일찍 갈 필요가 있는 걸까?
문자 메시지로 의문점을 적어 보내자 빠르게 답변이 돌아왔다. 기도춘 주변 거리로 보이는 사진을 보내왔는데, 사진을 찍은 사람의 키가 컸는지 사람들의 머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장면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기도춘은 경매 당일에는 누구나 드나들 수 있도록 시설을 개방한다고 들었다. 또 이날은 게이샤 공연과 이벤트가 있어서 사람들이 몰리는 데다가 아침 일찍 입장하기 위해서 전날 미리 줄을 서는 '밤샘 줄'까지 있다고 했었다.
아무래도 별 수 없이 일찍 문을 나서야만 할 것 같다. 때문에 난 서둘러 씻은 다음, '소중한' 신용카드가 가방 안에 안전하게 담긴 것을 확인한 후 집을 나섰다.
아파트 정문을 막 떠나려고 하던 그때, 문자 메시지가 또 도착했다. 단순하고 간결한, 별 의미없는 말 줄임표였지만 나는 그 안에서 '답답함', '어이없음', '짜증남'과 같은 기분을 읽을 수 있었다. 수년간의 인터넷 채팅 경력 덕분에 말 줄임표 안에 담겨 있는 뜻을 빠르게 알아챘다.
나는 약 30초 간격으로 보내지고 있는 문자 메시지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느려.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무의미한 궁금증 때문에 네 외출 시간에 차질이 생겼군. 방금 전 보내 준 노선도가 완전히 쓸모 없게 돼 버렸어.
[알 수 없는 번호](메시지)이건 새로운 노선도야. 이번엔 꼭.이.대.로. 따라와 줬으면 해. 이 노선도를 따라오면 7:26에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새로 받은 노선도를 따라 근처에 있는 지하철로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정보 조직의 실력인가? 내가 밖으로 나온 시간까지 알 수 있다니, 도대체 어디에 있는 CCTV가 날 팔아먹고 있는 거야?!
아침 1호선의 러시아워는 지하철에 몸을 욱여넣어야 겨우 탈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북적한 인파로 인해 여전히 탑승은 어려웠다. 하지만 열차에 타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내리는 것이었다. 탑승은 했지만, 밀려드는 인파로 나는 가장 구석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겨우겨우 지하철 문이 닫히기 직전에 내릴 수 있었고, 이후 노선도로 다음에 가야 할 곳을 확인해 보았다. "1호선에서 9호선까지 6분 30초 이내에 도착할 것."
나는 조용히 아침의 지하철에 대해 되새겨 보았다.
이한시에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있다. 1호선에서 9호선으로 가는 환승 통로는, "환승 삼대장"이라고 불리우는 장소다. 600미터 길이의 환승 통로는 평소에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기에 어떻게 해도 10분은 걸리는 통로인데, 그런 곳을 6분 30초 내로 도착하라니. 아무래도 간만에 실력 발휘를 좀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