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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릿수를 착각한 거 아냐?

[미카미 치오리]멍청아. 내가 너처럼 머리가 나빠보여? 그냥 나뉘어서 찾아. [???]냐옹~ 그때, 가까운 곳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치오리가 동시에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멀지 않은 곳에 한마리의 다 큰 삼색 고양이가 보였다. 고양이는 우리 다리에 몸을 부비적거리더니, 야옹 소리와 함께 걸음을 내딛었다. 우리가 자신을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있자 다급하게 울기 시작했다. [미카미 치오리]이건 엄마 고양이야. 나한테 먼저 가까이 온 적도, 인사한 적도 없었는데. [player]그렇다면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고양이를 따라가 보자. 삼색 고양이가 공원 밖, 구석진 곳에 위치한 말라빠진 수로 근처에서 멈춰 울부짖기 시작하자, 안에서 새끼 고양이가 어미 고양이에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쪼그려 앉아 수로 안을 살펴보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자그마한 치즈냥이가 수로에 끼여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오는 걸 알아챈 새끼 고양이는 더욱더 처절하게 울기 시작했다. [미카미 치오리]우쭈쭈, 괜찮아. 우리는 널 구해 주러 온 거야. PLAYER, 인덱스 좀 들고 있어 줘. 내가 대답을 채 하기도 전에, 치오리는 자신의 곰인형 가방을 내게 맡긴 후 소매를 걷어올리곤 수로로 내려갔다. 폐기된 수로는 얕고 말라 있었지만, 거미줄과 먼지로 가득 차 있었다. 치오리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손을 뻗어 고양이를 짓누르고 있는 돌조각을 치웠다. 치오리보다 행동이 늦었던 나는 치오리의 안전을 확인하며 긴장하며 바라보았다. 우리를 데리고 온 삼색 고양이는, 우리가 새끼 고양이를 구하고 있는 걸 알고 있음에도 우리의 주위를 멤도며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그럼에도 치오리가 새끼를 구해낼 때까지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았다. [미카미 치오리]자, 자, 괜찮으니까 나오렴. [나는 치오리의 손에서]나는 치오리의 손에서 새끼 고양이를 조심스럽게 받아내 삼색 고양이에게 건네준 뒤, 치오리에게 손을 뻗어 수로에서 나오는 걸 도와주었다. [미카미 치오리]다음에는 새끼를 잘 돌보도록 해! 순간 고양이가 사람 말을 알아듣고 두 발로 서서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을 상상했으나, 삼색 고양이는 우리를 경계하며 치즈냥이를 물고선 바로 쏜살같이 달아났다. [player]……역시 인간을 경계하는 건 고양이의 천성인가 봐. 나는 뻘쭘하게 치오리를 쳐다봤지만, 치오리는 삼색 고양이의 '무정함'에 실망하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카미 치오리]흐흥흥~ 가자. 너는 쓸모 없었지만 그래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줬으니까, 같이 밥이나 먹고 가도록 해. 방금 전 고양이 구출 작전을 펼쳤기 때문인지, 치오리의 소매와 치마엔 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이렇게나 비루한 행색을 한 치오리는 처음 봤다. [미카미 치오리]…… 이어서 갑자기 앞에서 걷고 있던 치오리가 멈추더니, 내 뒤로 숨었다…… 방금 치오리에게서 망설이는 듯한 눈빛이 보였던 것 같은데, 혹시 잘못 본 걸까? [player]……왜? [미카미 치오리]너, 앞에서 가. [player]뭐? [미카미 치오리]빨리!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난 일단 지시에 따르기로 했다. 방금까진 원래 있던 길에서 벗어나 삼색 고양이를 따라다녔기에 길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일단 기억을 더듬어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는 있었다…… 길…… 잠깐만.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player]치오리 너 설마………… [미카미 치오리]아니거든! 치오리가 돌아가는 길을 모를 리가 없잖아! [player]풉, 치오리도 스스로 다 불은 건가, 이제 일대일로 비긴 거다. [미카미 치오리]으으으…… 바보, 멍게, 해삼, 말미잘!!! 나는 방금 치오리가 내뱉은 단어들을 자동으로 칭찬하는 말로 치환했다. 마작 천재 소녀가 길치라는 걸 알게 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치오리의 집 나는 치오리와 함께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치오리가 씻으러 간 사이에, 나는 리우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쿠죠 리우]휴우…… 그렇군요……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려요. [player]아냐, 당연히 도와야지. [쿠죠 리우]참, 그 악당에 대해서 말인데요. 악당이 남긴 새로운 단서를 찾았어요. 절 따라와 주세요. [player]알겠어. 그리고 나도 범인에 대해선 나름대로 추측해 봤으니까, 검증해 볼 수 있겠네. 리우는 날 문쪽으로 데려가더니, 상자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죽은 쥐가 들어 있었는데, 그 크기가 그리 작지도 않았다. [쿠죠 리우]악당이 이걸 보내왔어요, 아가씨의 방 발코니에 놓여져 있었죠. 아가씨께서 보시기 전에 재빨리 상자에 넣어 뒀는데, 정말 별로라니까요! [player]음…… 리우, 혹시 발코니에 가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악당의 정체를 밝힐 만한 단서가 있을지도 몰라. 리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치오리의 방과 이어진 발코니 [player]하하. 내 추리가 맞았던 모양이네, 이걸 좀 봐. 리우를 따라 치오리의 방과 이어진 발코니에 도착했다. 그리고 소녀다운 감성이 잔뜩 녹아 있는 그네에서 범인의 '증거'인, 삼색 고양이의 털을 발견했다. [쿠죠 리우]……고양이 털? [player]맞아. 고양잇과 동물은 자신이 잡은 사냥감을 은인한테 가져다주는 습성이 있거든. 그 높은 발코니를 몰래 지나다닐 수 있는 데다 쥐같이 무서운 선물을 줄 수 있는 건, 치오리가 이 시간마다 먹이를 주러 다니는 고양이 가족의 어미 뿐이라고 생각해. [쿠죠 리우]그렇군요. [player]그래. 하지만 쥐 같은 걸 가져다 주는 고양이의 보답 방식은 인간으로선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불쌍한 리우, 넌 당분간 치오리 대신 이런 선물을 많이 받게 될 거야. [쿠죠 리우]알겠습니다. 제가 적절하게 대응해 보도록 하죠. 하지만 절 동정하기보다는, 먼저 자신이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player]무슨 뜻이야? [쿠죠 리우]치오리 아가씨께서 제게 당신이 오늘 알면 안 되는 일을 알아 버렸다고 하시면서, 오늘 저녁 동안 잘 처리해 놓으라고 하셨거든요. [player]……이의 있어. 그래도 길을 잃은 치오리를 데리고 왔는데, 이런 대우는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쿠죠 리우]그건 그거고, 이건 이겁니다. 치오리 아가씨께서 당신께 식사를 대접하며 감사를 표하기로 하셨습니다. 식사 시간 동안 어떻게 용서를 구할지 잘 생각해 보도록 하세요.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렸으니, 아무래도 잠시 후 있을 치오리와의 식사 시간에 일을 관대하게 처리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야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