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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공기, 햇볕 아래 땀이 멈추질 않는다

뜨거운 공기, 햇볕 아래 땀이 멈추질 않는다. 여기저기서 깨어난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시끄럽지만, 이 소리가 없다면 어딘가 부족한 여름의 맛이다. 여름 방학이지만 모든 학생이 편안하게 집안 에어컨 밑에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떤 동아리들은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었고, 원예부가 바로 그중 하나였다. 아마 여름 방학 내내 식물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개학날의 풍경은 분명 잔혹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원예부에는 니노미야 하나 한 명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 이렇게 더운 날씨를 그녀 홀로 견디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려,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 와서 그녀를 도왔다. [player]음, 방금 너무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고 했던 화분이 어떤 거였지? 모두 싹 정도만 틔운 모양이라 구분이 안 되네…… 니노미야, 이 두 개 중에 어떤 게 동백꽃이라고 했더라? [니노미야 하나]……으음. [player]니노미야? [니노미야 하나]아, PLAYER, 저 불렀어요? [player]응, 이 두 개 중에 어떤 게 동백꽃이었는지 물어봤는데. [니노미야 하나]왼쪽에 있는 그 화분이에요. 죄송해요, 방금 다른 데에 정신이 좀 팔려있어서 잘 못 들었어요. [player]괜찮아, 어디 안 좋은 건 아니고? 좀 쉬는 게 어때? [니노미야 하나]그래요. 나는 의자 두 개를 가져와선 나무 아래 그늘진 곳을 찾아 니노미야와 휴식을 취했다. [니노미야 하나]하아…… 물을 마시자, 니노미야의 기색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 그녀는 음료병을 흔들며 그 안의 액체를 들여다 보고 있었지만, 마치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요즘 들어 그녀는 자주 이렇게 멍을 때렸고, 가끔은 잔뜩 고민하는 얼굴로 어두운 한숨을 내뱉기도 했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player]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니노미야. [니노미야 하나]……사실 별로 큰일은 아니에요, 개학 후에 새로운 부원을 모집하는 일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개학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아직 준비가 안 돼서요. [player]원예부에서 새로운 부원을 모집한다고? 좋은 일이네, 그럼 니노미야의 부담도 줄어들잖아. 도와줄 사람을 많이 모집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네. [니노미야 하나]확실히 노력은 해야겠죠. 부회장이 신입 부원을 모집하지 못하면 원예부도 활동 중단될 거라고 했어요. [player]정말 심각하네…… 하아? 잠깐, 왜 갑자기 폐부 얘기까지 나온 거지? 니노미야가 자신을 도울 사람을 모집하는 것까지는 찬성이지만, 원예부는 지금까지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었는데…… 입부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거다. [니노미야 하나]부회장도 자신만의 생각이 있겠죠, 일리도 있어요…… 아무튼, 이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부원을 모집할지 생각해 봐야겠어요…… 동아리 활동이 중단되면, 남은 화분들은 어떡하지?' 같은 의문이 생겨 니노미야에게 물어볼까 했지만, 지금 입을 열어봤자 그녀에게 스트레스만 더 안겨줄 것 같았다. 우선은 그녀를 도와 신입 부원 모집에 대해 고민해 보기로 했다. [니노미야 하나]응? PLAYER, 핸드폰이 울리고 있어요. 핸드폰을 꺼내 보니 조셉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조셉 Hi, My Partner! 오늘은 비행기 연착이 없었어, 난 이미 마작장에 와 있다고! [player]아…… 생각해 보니 오늘은 조셉이랑 마작장에 가기로 한 날이었다. 일전에 조셉이랑 프로그램 촬영이 끝나면 함께 마작을 하러 가자고 약속했었다. 그래서 원래는 니노미야를 돕고 난 뒤에 그를 찾아갈 예정이었다. [니노미야 하나]마작 약속이 있었나요? 누가 이미 기다리고 있는 거라면, 가도 괜찮아요. [player]그래도 아직 일이 남아 있잖아? [니노미야 하나]걱정 마세요, 나나랑 조금 이따 여기서 보기로 했어요, 절 도와줄 거예요. [player]……좋아, 그럼 그늘 밑에서 충분히 쉬고 있어, 더위 먹지 말고. 나는 신입 모집에 마음이 쓰여 니노미야를 도와 아이디어를 조금 내주고 떠날까 했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니 그냥 그녀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나는 근처의 세면대를 찾아 손에 묻은 흙을 닦아냈다. 그리고 돌아가 물건을 정리하려는데 여전히 그곳에 앉아 눈살을 찌푸린 채 멍하니 있는 니노미야가 보였다. [니노미야 하나](작은 목소리) 복잡해…… 하지만 나 혼자서도 괜찮잖아…… 내가 생각이 너무 많았나? 니노미야의 말투를 보아하니 그녀는 아무래도 신입 모집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보였다. 원예부를 떠나고 잠시 뒤,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한 사람이 교문을 벗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player]부회장은 방학에도 추가 근무인가? [키사라기 렌]어째서 당신이 이곳에? [player]원예부에 사람이 부족해서 도우러 왔어. [키사라기 렌]음, 알겠습니다. 떠날 때 학교 출입부에 시간을 적는 걸 잊지 마시길. [player]자, 잠깐! 뭐가 그렇게 급해, 물어볼 게 있어. [키사라기 렌]사촌 누님이 급한 일로 저를 찾고 계시니, 짧게 말씀해 주시죠. [player]어차피 나도 약속이 있어,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번에 원예부 신입 부원 모집 건은 너무 성급한 판단 아냐? 듣기론 신입 부원이 없으면 동아리 활동을 중단시킨다고 하던데. [키사라기 렌]아사바 고등학교는 반드시 최소 인원을 채워야만 동아리 활동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저는 그저 규정대로 처리했을 뿐입니다만. [키사라기 렌]애초에 니노미야가 다시 원예부를 살리려 했을 때도 이미 부원 모집 시기가 지나 있었죠,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그녀의 단독 동아리 활동을 묵인해 주었을 뿐입니다. 이젠 새로운 학기가 다가왔으니, 당연히 신입 부원을 모집해야겠죠. [player]하지만 신입 부원 모집 같은 일은 인연이 중요하잖아, 시간을 좀 여유 있게 줄 순 없는 거야? 꼭 개학 초기에 해결할 필요는 없지 않아? [키사라기 렌]신입 부원을 모집할 가장 좋은 시기가 바로 개학 초기입니다, 골든 타임을 놓친 뒤에도 신입 부원을 모집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키사라기 렌]니노미야가 원예부를 다시 살려냈으니, 인원을 확충해서 순조롭게 운영해 나가도록 하는 게 부장으로서의 책임입니다. 당신도 몇 번씩 와서 그녀를 도왔으니 잘 알겠죠, 니노미야 혼자서 부를 운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키사라기 렌]그리고 니노미야도 본인이 존재감을 높이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 상황으로 봐선, 니노미야는 여전히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부류의 학생입니다. 작탁 위에서만 노력하고, 동아리나 단체 활동에는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달성할 수 없을 겁니다. 키사라기 렌은 냉철한 말투로 자기 관점에서의 합리성을 서술했지만, 난 알 수 있었다. 그 역시 자신의 방식대로 니노미야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동아리 내 역할 분담 때문이든, 사교 범위를 넓혀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서든, 키사라기 렌의 말처럼 신입 부원 모집은 니노미야에게 있어서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단지…… [player]궁금한 게 하나 더 있어, 니노미야 본인은 신입 부원 모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혹시 신입 부원을 모집하고 싶지 않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한 적 있어? [키사라기 렌]없습니다. 여름 방학 전에 니노미야에게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당시 이 이야기를 듣고는 방학 동안 신입 부원 모집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player]그렇군…… 실례했어, 너무 많은 걸 물어봤네. [키사라기 렌]괜찮습니다, 그럼 다른 용무가 없다면 이만. [키사라기 렌]……학교에서 돌아갈 때 시간 기록하는 거 잊지 마시길. [player]내 얼굴에 '난 그런 거 안 써'라고 적혀 있기라도 하나…… 니노미야는 키사라기 렌에게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까 나오기 전에 그녀가 억울한 듯이 혼자 중얼거렸던 말은, 제대로 준비를 못해 초조해져서 내뱉었던 말일까? 그럴 만도 하다, 이제 개학 시기가 다가오는데 초조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조금 더 일찍 나에게 말해줬다면 방법을 생각해 볼 시간이 좀 더 많았을텐데…… [player]됐다, 지금와서 생각해봐야 소용없다. 저녁에 돌아가서 신입 부원 모집에 관한 것들을 온라인에서 찾아보고, 다음에 만났을 땐 아이디어를 줄 수 있도록 해야겠다. 며칠 후 이날 원예부에서 일을 돕다 휴식 시간이 되어, 가져온 노트북을 꺼냈다. [player]부원 모집은 어떻게 됐어? 아직 방법이 안 떠올랐으면, 쉬는 시간 동안 의논해 보자. [니노미야 하나]에? 아, 아니에요. 복잡한 일이라 저 혼자 천천히 생각하면 돼요, 이미 많이 도와주셨으니까요. [player]사람이 많으면 방법도 많아져, 개학도 이제 얼마 안 남았잖아. 미리 준비해야 남은 방학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지. [player]나중엔 나도 자주 못오게 될 수도 있으니까 신입 부원을 많이 모집해 둬야 니노미야의 부담도 줄어들고, 나도 안심하지. [니노미야 하나]……알겠어요. [니노미야 하나]맞는 말이에요…… 언제까지나 오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도 이미 너무 폐를 많이 끼쳤는걸요…… [player]니노미야? 니노미야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내가 깊게 생각하기도 전에 그녀는 등을 돌리곤 부실로 들어가 노트북을 꺼내왔다. [니노미야 하나]요 며칠간 신입 부원 모집 포스터를 그려 봤는데, 봐 주실 수 있나요? [player]좋아, 포스터로 신입 부원을 모집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지? 음…… 노트북 화면에 비친 건 어딘가 미묘한 포스터였다. <원예부 신입 부원 모집>이라는 글씨는 선명했지만, 이 포스터에 그려져 있는 건 무엇인지…… 잠깐 봐서는 알 수가 없었다. [니노미야 하나]PLAYER, 어때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