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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를 야생동물 보호센터에 보내자고 제안한다.

[player]그럼, 야생동물 보호 센터에 맡기는 건? [힐리]안 될걸. 지금 거기로 보내려면 최소한 서너 시간은 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길이 막히는 것까지 감안하면 두 배로 걸릴 수도 있겠지. [힐리]이 아이를 데리고선 그렇게 멀리까진 못 가, 가다가 상처가 더 심하게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 [player]굉장히 잘 알고 있네. [힐리]야생동물을 구조한 적이 꽤 있어서 보호 센터에 갈 일도 많았을 뿐이야. [힐리]……이한시는 발전된 도시인 데다가 아직도 성장하고 있으니, 이런 동물들을 거둘 수 있는 서식지가 있는 보호소를 찾으려면 저 멀리 있는 시골까지 가야만 해. 힐리의 말을 들으며 인상을 쓰던 내게, 갑작스레 어떤 이름 하나가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칭난'. 만약 이한시에서 누가 '조류'에 가장 친숙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영조의 피를 이은 칭난일 것이다. 휴대폰을 켜서 길을 확인하자, '삼청재'는 다행스럽게도 지금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나는 힐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 뒤, 조심스럽게 두루미를 옮겨 칭난이 있는 '삼청재'로 향했다. 삼청재'에 들어선 순간 두루미는 안정이 되는 냄새라도 맡은 것마냥 발버둥치며, 힐리의 품속에서 고개를 내밀고선 도움을 청하듯 울음소리를 냈다. 소리를 듣고 나온 칭난은 우리를 봤지만, 눈썹을 찌푸릴 뿐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저 힐리에게서 두루미를 건네받아 안으로 들어갔을 뿐. 우리도 따라가려 했으나, 황차가 파닥거리며 우리 앞을 앞뒤로 날아다니면서 "훅… 후욱…" 소리를 내며 우리를 막아세웠다. 황차가 쪼면 꽤나 아프다는 걸 떠올린 나는, 조급해하는 힐리를 잡아 세우며 말했다. [player]힐리, 여기선 칭난을 믿자. 대략 차 한 잔을 마실 정도의 시간을 기다리자, 칭난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칭난]두 사람은 이제 걱정 말길, 이제 그 아이는 무사하니. [player]고마워요, 칭난. [칭난]도리어 내가 그대와 그대의 친구분께 감사를 드려야겠지. 괜찮다면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지 않겠는가, 겸사겸사 물어볼 것도 있으니. 서로 눈을 마주친 나와 힐리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탁자 옆에 앉았다. 칭난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물을 끓여 차를 달이기 시작했고, 힐리는 낯선 사람 앞에선 항상 차가운 태도를 취해서 그런지 분위기가 갑작스레 조용해졌다. 오로지 주전자에서 물 끓는 소리만 "치, 치이…" 들려올 뿐이었다. 나는 저 둘을 보고선, 한숨을 내쉰 다음 이게 내 운명이겠거니 하며 칭난에게 사건의 경과에 대해 대강 설명했다. 칭난은 고개를 끄덕이곤, 차를 따르면서 두루미의 상처가 낫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칭난]방금 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대강은 그대의 친구분이 추측한 것과 비슷했다. 서식지로 돌아가던 중에 밀렵꾼을 마주친 것이지. [칭난]다만…… [칭난]……홀몸이 아니었지, 그 당시엔 이 아이 말고도 어린 새끼 또한 둘이 더 있었기에. [칭난]이 아이는 간신히 벗어났지만 어린 새끼들은 그렇지 못했지. 그 뒤로 놈들의 흔적을 쫓아 이한시에 오게 되었으나, 새끼를 찾기 전에 발각을 당해 도망치던 와중 상처를 입은 것이고. [칭난]그동안 치료가 효과가 없었던 것은, 새끼에 대한 걱정이 상처를 덧나게해서였지. [player]보아하니, 그럼 아무래도 새끼들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저 두루미는 자기 새끼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나요? 칭난은 눈썹을 굳게 찌푸린 채로 고개를 저었다. [player]그럼 어쩔 수 없네요, 경찰에 신고하는 수밖에. 힐리와 칭난의 동의를 얻은 나는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단서가 부족한 탓에 경찰 쪽에서도 이한시를 오간 수상한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하니, 수사가 진전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모양이었다. [힐리]칭난 사장님, 혹시 이 두루미를 당분간 맡아 줄 수 있으실까요? [칭난]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그리 하려 했다. 이후 '삼청재'에서 볼일을 마치고 슬슬 헤어지려던 찰나, 힐리의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본 나는 그녀가 아마 경찰의 수사를 얌전히 기다릴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player]힐리, 설마 두루미의 새끼들을 직접 찾아보려고? [힐리]응, 두루미의 상처를 보면 그놈들의 수법이 상당히 잔인하단 걸 알 수 있어. 시간이 지체되었다간 두루미의 새끼들이 더 위험해질 거야. [player]도움을 요청할 사람들은 없어? 이한시가 얼마나 큰데, 너 혼자서 어떻게 찾으려고. [힐리]Soul의 동료들을 제외하면 이한시에 딱히 친한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도움을 구하기는 힘들겠네. [player]다시 생각해 봐. [힐리]뭘? [player]바로 눈앞에 언제든 네게 도움을 줄 친구가 있잖아! [player]우리 친구 사이 아니었어? 나 좀 상처받으려고 하는데. [힐리]그건 아니지만…… 오늘 '까마귀'랑 싸울 때 널 끌어들인 것만 해도 이미 도가 지나쳤는걸. [힐리]게다가 앞으로 벌어질 일은 더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친구이기 때문에, 더더욱 널 위험하게 만들 순 없어. [player]하지만 이렇게 많이 알게 된 이상 이미 한 배를 탄 거 아니겠어? 네가 날 안 데려갈 거라면, 결국 나 혼자라도 움직일 텐데 말이야. [player]뭐, 대답이 없으면 승낙한 걸로 알겠어. [힐리]알았어, 하지만 약속해 줘. 만약 정말로 범죄자들과 싸움이 생기게 된다면, 있는 힘을 다해서 도망치겠다고. [player]걱정 마, 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니까. [player]근데, 왜 Soul 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하지는 않는 거야? [힐리]Soul의 상황은 너도 모르는 게 아니잖아. 다들 자기 생활 하기도 버거운데, 내부 일만이라도 별탈 없이 처리하면 다행인 수준이야. [힐리]게다가 야생동물 구조는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다른 사람한테까지 부담을 줄 순 없지. 이번에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더위 먹은 직원을 도와서 티켓 확인을 한 다음 일손이 부족한 보조 인원들을 도와 조명 일을 돕고, 그 밖에도 무대 제작 및 도구 정리 등등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힐리의 말이 맞다. Soul은 그 자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버겁다, 아마 두루미 새끼를 찾는 데 할애할 여력은 없겠지. [힐리]하지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더라도, 단서가 아예 없는 건 아냐. 토죠 씨가 뭔가를 알고 있을지도 몰라. 토죠'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내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기도춘'의 그 사귀인을 얘기하는 거겠지? [player]왜 그 사람이 뭔가를 알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player]오늘따라 자주 조용해지네, 알려 주기가 좀 그런 거야? [힐리]아니,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 고민 중이었어. 요즘 Soul 내에서 떠도는 루머가 많다 보니까, 네가 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걱정돼서. [player]설마 내가 그렇게 주변 소문에 잘 휘말리는 사람처럼 보이는 거야? [player]이럴 땐 조용해지지 말라고!! [힐리]하아…… 사실 이 두루미는 토죠 씨가 발견해서 나한테 맡긴 거거든. 이런 동물을 길러 본 경험도 없고 기도춘에서 맡기에도 마땅치 않다고 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대신 맡아서 돌본 다음 서식지에 돌려보내 주길 바라더라고. [힐리]야생동물 구조야 어차피 내가 쭉 해 오던 일이니까, 당연히 거절하진 않았고. [player]설마 그게 요즘 기도춘에 계속 들락날락한 이유는 아니겠지? [힐리]오? 너도 알고 있었다니, 역시 Soul에서 루머가 퍼지는 속도는 빠르구나. [player]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힐리]뭐라고 해명해야 하는데? 사람만 보면 발작하는 두루미를 데려가서 구경이라도 시켜 줄까? 아니면 토죠 씨한테 데려가서 상황 설명이라도 부탁할까? [힐리]새끼 두루미를 찾기에도 막막한 상황인데, 루머를 해명할 겨를이 어디 있어. [힐리]게다가, 사실 난 남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안 써. 나만 떳떳하면 됐지. 힐리의 완강한 태도를 보니 아무래도 단기간에 설득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먼저 두루미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나아 보였다, 일이 해결되면 루머를 해명하기도 한결 쉬워질 테니 말이다. [player]그럼 이젠 어떻게 할까,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힐리]사실 오늘 아침에 벌써 토죠 씨랑 얘기를 해 봤어, 일이 그렇게 간단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래서 다친 두루미를 주웠을 때의 상황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지. [player]결과는? [힐리]아쉽게도 토죠 씨는 자리를 비운 상태였어. 직원 말로는 내일은 되어야 돌아올 거라더라. [player]그럼 내일까지 기다려서 답을 먼저 들어야 다음 계획을 짤 수 있겠네. [힐리]그렇지, 별다른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 곳에나 들락대 봤자 일이 해결되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바로 그때 힐리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면을 슬쩍 확인한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player]내가 맞춰볼게, 사라지? [힐리]감은 좋네. 오늘 공연엔 우리 둘 다 불참했고, 심지어 안 간다고 말도 안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너는 왜 전화를 안 받는 건데? [player]아? 맞다, 그러게. 힐리의 말에 나는 다급히 휴대폰을 꺼냈는데…… 또 전원이 나가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아침에 겨우 급하게 몇 분 충전했을 뿐이니 다시 꺼져 버린 건 당연한 일이다. [힐리]푸훗, PLAYER, 솔직히 넌 가끔 꽤 귀여울 때가 있단 말이야. 됐다, 그럼 오늘은 이쯤 하고 슬슬 돌아가자, 사라한테 뭐라고 설명할지나 열심히 고민해 보자고. 힐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니 날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이어서 충전선을 꼽고 휴대폰을 다시 켜자, 역시나 라이언이 보낸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내용은 대부분 오늘 공연을 보러 가지 못한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나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대강 적어 보내며, 힐리가 다른 단원들의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특히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라이언걱정 마세요 누님. Soul 내부 일은 제가 잘 처리할 테니까, 누님은 지금 잘 쉬어 두시면 돼요. 라이언라이언이랑 약속하는 거예요, 오늘은 반드시 푹 자기로요. 아시겠죠? 제가 누님의 꿈에 들어가서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할 거라구요! 비록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라이언은 이미 내게 유능한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는 데다가, 사라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기도 하니 나 또한 드디어 안심을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저 두루미 사건이 순조롭게 해결되기를, 그리고 힐리와 Soul 멤버들간의 오해가 빨리 풀리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