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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 보자

jyanshi: 
categoryStory: 

눈을 떠 보자 생각해 보니, 이런 경험도 쉽지 않은데, 계속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좀 아까운 것 같다. 어차피 조셉이 옆에 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 눈을 뜨고 풍경을 한번 감상해 보자. [player]헉…… 아니다! 내가 고글을 안 썼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바람이 너무 강해서 눈이 아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착지하기 전까지는 계속 이러고 있자…… [조셉]이 정도 고도라면, 슬슬 낙하산을 펼칠 때가 됐군. Are you ready?! 낙하산이 펼쳐지는 소리와 함께, 내 몸도 같이 위쪽으로 강하게 당겨졌다. 떨어지는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내가 컨트롤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다시 내 몸의 주도권을 가져온 듯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조셉]Welcome to 대자연, My Partner! 내 몸이 땅 위에 서 있다는 확신이 들어 눈을 떠 보니,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이 시야를 가득 채웠고, 원래는 온화한 느낌이었던 초록이라는 색이 너무 강렬하게 다가와 적응이 되지 않았다. 내가 정말로 밀림에 왔구나. 스크린 너머로만 봐 왔던 세상에 내가 서 있었다. 주변을 대충 둘러보고는, 우리가 방금까지 있었던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셉]왜 그래? 내려오면서 뭔가를 잃어버린 건가? [player]그건 아냐. 내려오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드네. 하늘에서 경치를 조금 더 즐겨볼 걸 그랬어. 낙하할 때의 공포감은 점점 사라졌고, 나는 하늘 위의 풍경을 제대로 못 본 것이 후회스러웠다. [조셉]하하하! 그럼 돌아갈 때도 낙하해서 신사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건 어떨까? [player]음…… 그것도 괜찮겠네. 만약 그때도 같은 생각이라면 다시 얘기해 보자~ 하지만 정말 그때가 되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스카이다이빙은 내가 이렇게 빨리 적응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다리가 후들거린다면, 이치히메의 주인으로서 위신이 서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거절하기엔 이르니, 일단은 결정을 미뤄 두는 편이 좋겠다. 이번 여정이 끝났을 때, 어쩌면 나도 조금은 용감해져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람 일은 모르는 일이지~ [조셉]그럼 출발하자. 우선 아무 곳이나 둘러볼까? [player]잠깐만. 나는 땅을 고르듯이 앞뒤로 발을 굴리고, 허리를 숙여 땅을 만져 보았다. 마치 예전에 가 봤던 시골 마을의 땅과 비슷했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부드러웠다. 평소에 밟는 시멘트 바닥과 비교했을 때, 자연의 '모성'이라는 것을 더욱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player]내가 정말 밀림에 왔구나…… 계속 실감이 안 났어. [조셉]지극히 정상이야.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우리는 철근 콘크리트 속에서 걷고 있었으니 말이지. 여기 적응할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필요할 거야. [조셉]나를 봐, Partner. 이렇게 양 팔을 벌려봐. 어, 손가락까지 펴야 해. 그리고 눈을 감아. 그 자리에서 그대로 '탐색'을 해 보라고. [player]그 자리에서 탐색? 그게 무슨 말이야? [조셉]작은 의식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꼭 몸을 움직여야 할 필요는 없지. 새로운 장소에 왔을 때 우선 해야 할 일은, 바로 그곳에 적응하는 거야. 조셉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말대로 팔을 벌리고 눈을 감아 보았다. 소리에 집중하고…… 느끼며…… 빠져든다…… 소리에 집중하고…… 느끼며…… 빠져든다…… 다양한 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 숨 쉬는 소리, 움직이는 소리…… 각종 냄새가 뒤섞여,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를 냄새들…… [조셉]아마,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제대로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야. 그런 반응조차도 자연의 일부이니까. 그러니 당황하지 말고,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봐. 뭔가가 느껴지는지 한번 집중해 보라고. [player]모르겠어. 부드러운 바람이 느껴져. 어쩌면 자리가 좋았는지, 포근히 불어오는 바람이 밀림의 습한 기운을 날려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깊게 숨을 들이마시니, 가슴 깊은 곳까지 시원해졌다…… 서서히 변화가 느껴졌다. 누군가 양손을 잡아 이끌듯, 나를 진흙으로부터 끄집어 내는 것 같은…… 이상한 건, 내가 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었다. 마치 문명사회에서 온 손님이 점점 야만적인 자연의 색에 물들어 가는 것 같았다…… [player]좀 뛰고 싶어졌어, 조셉. 정신이 들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달리고 싶다는 것이었다. 목적지 없이 그저 내키는 대로 뛰는 것 말이다. [조셉]하하하! 마음속 깊은 곳의 울림을 들었어? Partner! [player]울림…… 하하하!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거야, 조셉. 그의 말대로, 내 심장은 방금 하늘에 있었을 때보다도 더욱 강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힘껏 달려 온몸의 에너지를 발산해야만 이 두근거림을 멈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조셉]그럼 뛰어보자고. 마음껏 달려 봐. 그런데 네 체력으로는, 그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것 같은데. 조셉은 그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내 가방을 가져가 어깨에 둘러멨다. [조셉]날개를 더 가볍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My Partner! [조지]삐익~! 어느새 조지가 날아와 있었는데, 조셉의 말에 찬성하는 듯 정신이 번쩍 드는 울음소리를 내더니, 날개를 펼쳐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조셉은 휘파람을 불어 울음소리에 회답했다. [조셉]우리도 날아보자고! 친구! Let's…… [player]Adventure! 조셉의 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었던 "Let’s Adventure"구호를 시작으로, 새 한 마리와 사람 두 명의 결승선 없는 달리기 경주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웃으며 앞으로 내달렸고, 이따금 알 수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 소리에 놀란 숲속 동물들은 불청객들을 보려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해방감과 즐거움을 온전히 만끽하고 싶었다. 조셉이 바로 말을 꺼냈다. [조셉]자신의 거친 모습을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자연 앞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건 당연한 거니까 말이야. Be yourself. [player]그럼, 지칠 때까지 뛰어보자고~ 계속 달려! 결국 나는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 달렸고, 풀밭에 드러누워 숨을 가다듬었다. [조셉]하하하! 처음으로 자연에서 달려 본 소감이 어때? Partner. [player]히, 힘들어…… 그래도 개운하고, 기분 좋아! [조셉]하하하! 그러면 됐어. 누워 있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일어나서 천천히 걷다가 앉아서 쉬는 게 좋을 거야. 자, 내 손을 잡고 천천히 일어나. [player]고마워. 평소에 너랑 운동을 한 게 도움이 되었나 봐. 처음 등산했을 때랑 비교하면 확실히 좋아졌어. 예전 같았으면 반나절은 누워 있어야 했을 텐데. [player]후~ 이제 좀 괜찮아졌네. 그런데…… 하~암. 피곤하네, 약간 졸려. [조셉]그래, 놀 때는 제대로 끝까지 놀아 줘야지.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고.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다시 활기찬 하루가 시작될 테니까 말이야. [player]이제 막 도착했는데 벌써 잠드는 건 시간 낭비지. 그런데 목이 좀 마르네. 뭐 좀 마실까? 스파클링 어때? [조셉]목이 마를 땐 뭘 마셔도 맛있게 느껴지지. 오? 이건 그 꼬마 아이돌이 광고하는 제품이군. 용케 구해 왔네. 팬들이 이한시에 있는 제품들을 몽땅 사재기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player]며칠 전에 카나가 마작을 하러 왔을 때 가져다줬어. 겸사겸사 홍보도 해 달라던데. 인기를 보니 우리가 도와줄 필요도 없을 것 같지만 말이야. [조셉]땀 흘리고 마시니 시원하군. 그 광고에 나온 대사가 있었는데, 뭐였더라…… 아. 제로 슈거, 제로 칼로리, 새콤달콤, 첫사랑보다 달콤하게, 조셉은 원샷! 여러분은 마음대로! [player]앞은 맞았는데, 뒤는 완전 달라졌네…… 카나가 들었으면 화냈을 거야…… [조셉]못 들었으면 됐지. 하하하! [player]그런데 이런 곳에서 스파클링을 마시니까 뭔가 이상하네. 탐험의 맛이 아니야. [조셉]그럼, 야생의 물을 마셔 볼래? 야생의 물? 어렵게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 끌리긴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