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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알아보자

히데키는 분명 유행하는 음악과 관련된 화제에 대해선 서투를 것이다. 하지만 히데키가 나한테 그 사실을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는 모습에, 난 왠지 모를 장난기가 발동했다. 히데키가 그 사실을 숨길 수 없게 됐을 때 곤란해하는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물론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이것은 히데키에 대해 알 수 있는 매우 드문 기회이기도 했다. 그리고 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화제를 돌리지 않고 다시 유행하는 곡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player]히데키, 진짜 이 곡 들어 봤어? 예상 밖의 질문에, 히데키의 미소가 일순간 굳어졌다. 히데키는 눈을 깜빡였으며, 나의 시선을 의식한 뒤 미소를 거둬들이곤 창밖을 바라보았다. [player]음…… 정곡을 찌른 건가? [아케치 히데키]으음…… 커피숍의 음악이 또 다른 곡으로 바뀌었다. 은은한 피아노 소리가 크지 않은 공간을 넘나들며, 시간마저 느리게 만드는 듯했다. 히데키는 이내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뗐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듯했다. 히데키가 이렇게까지 난처해하는 모습을 보자,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결국 내가 이 주제를 포기하려고 하자, 히데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케치 히데키]전 그냥, PLAYER씨랑 거리감이 생기는 게 싫었을 뿐이에요. [player]음? [아케치 히데키]저희가 같이 여행도 가긴 했었지만, 가장 자주 만나는 곳은 역시 마작부잖아요. 제가 동아리 관리를 잘 하는 편이긴 하니, 이로 인해 PLAYER씨한테 있어서 '이 사람은 뭐든지 할 줄 안다'는 인상을 줄까 봐 걱정됐어요. [아케치 히데키]만약 아케치 히데키도 못 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실망하시게 될 것 같았죠…… 심지어 저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말을 끝내고 난 뒤, 히데키는 고개를 들곤 다시 익숙한 미소를 내비쳤다. [아케치 히데키]하지만 괜찮아요, 만약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으신 거라면, 계속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요. 히데키는 그렇게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했지만, 나는 몇 초가 지나고 나서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player]나는 지금까지 보여 줬던 완벽한 히데키의 모습보다는, 히데키의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 [아케치 히데키]진짜 저는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아닌데, 그래도 괜찮나요? [player]당연하지, 나도 여러가지 단점이 있는걸. 히데키도 내가 그런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거리를 둔 적은 없잖아. 히데키의 맑고 투명한 푸른 눈동자가, 마치 말을 하듯이 반짝였다. [아케치 히데키]죄송해요. 저는 유행하는 음악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어요. PLAYER 씨가 언급한 두루미 밴드나 방금 언급한 그 노래에 대해선…… 사실 들어 본 적이 없었어요. [player]후후. 유행곡이든 클래식이든, 음악이 사람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해 준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지. 단지, 유행하는 음악은 표현이 좀 더 자유분방할 뿐. 혹시 기회가 된다면 내가 나중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알려줄게. [점원]실례합니다, 주문하신 메인 세트 나왔습니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음식을 서빙하러 온 점원에 의해 끝이 났다. 음식을 보니 확실히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원이 가져온 음식에는 커피와 디저트 말고도 뭔가가 하나 더 있는 것 같다. [아케치 히데키]……이건 뭔가요? [점원]이건 저희 매장과 크레이지 뮤직 페스티벌의 콜라보로 만들어진 마스코트 굿즈인데요, 메인 세트를 주문한 손님분들께 한 개씩 증정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신 후엔 카운터에서 경품 추첨에 참여하실 수 있는데요, 경품은 1등, 2등, 3등, 참가상이 준비되어 있고, 1등 경품은 페스티벌 티켓 2장이랍니다. [아케치 히데키]크레이지 뮤직 페스티벌? [점원]야외 뮤직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유명한 밴드나 신인 가수들이 행사 기간 동안 무대를 찾아 공연을 펼칠 예정인데, 유행하는 음악에 대해 알고 싶으시면 페스티벌에 가서 즐겨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랍니다. 고객님, 음식 다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아케치 히데키]감사합니다. 히데키의 시선이 페스티벌 굿즈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다. 히데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들곤 나를 바라보았다. [아케치 히데키]그렇다면…… PLAYER 씨, 혹시 저랑 같이 크레이지 뮤직 페스티벌에 가 주실 수 있나요? [player]풉, 추첨도 안 했으면서 벌써 가기로 결심한 거야? 만약 당첨 안 되면 어떡하려고? [아케치 히데키]1등에 당첨되지 못한다고 해도, 꼭 같이 가고 싶어요. 추첨은 다음에 다시 한번 불러 낼 핑계로 쓸 수 있겠군요. 어쨌든, 둘이 함께하면 당첨 확률도 두 배가 되잖아요. 히데키는 약간 장난기를 섞어서 얘기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로 인해 히데키가 평소의 그 고고한 느낌을 어느 정도 벗어던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더 친근한 이웃에 가까워진 듯했다. [player]문제없지, 내가 너한테 유행하는 음악의 세계를 알려 줄게. 히데키는 나의 대답을 듣자 또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 보여 준 미소는 조금 달랐다. 만약 어디가 다른 건지 콕 찝어 말해야 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건 분명,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였다". 아 맞다, 뮤직 페스티벌…… 거기선 정전 같은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