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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독수리다.

무리에서 오직 그 녀석만이 자신을 품어 준 이 정글을 벗어나고자 했다.

생존과 같은 문제 때문은 아닐 것이다. 짜증이 날 정도로 비가 자주 내린다는 점을 제외하면, 이곳의 온도는 적당하고 먹이도 풍부하며 어울릴 친구들도 많다. 살아가기에는 확실히 괜찮은 곳이다. "……삐이익" 하지만 이런 편안한 곳이기에 떠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녀석은 앞이 훤히 보이는 뻔한 일생을 벗어나 더욱 '생명력 넘치게'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녀석이 매일 떠나고자 울부짖을 때, 다른 독수리들은 그 녀석을 두고 빙빙 돌며 '벌거숭이'라고 놀려댔다.

'벌거숭이'는 일종의 우화였는데. 예전에 녀석과 같은 생각을 하던 동족이 '두 다리'에 속아 정글을 빠져나갔고, 그 다음날 발가벗겨져 나뭇가지에 꿰어진 사건을 의미했다.

녀석은 자신이 그런 술수에 걸려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녀석의 눈에는 '두 다리'와 다른 독수리들, 그리고 정글의 다른 생명들도 마찬가지로 모두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여 나아갈 생각이 없는 버러지로 보였다, 그렇기에 그 녀석은 무리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어떤 돌멩이가 그 녀석의 죽은 듯이 잔잔한 생활에 파도를 일으키기 전까지는 말이다.

처음 상대를 만난 건 그 녀석이 목에 있는 깃털을 씻고 물에서 일어나려 할 때였다. 고개를 들자 멀지 않은 곳에서 전에는 보지 못했던 '두 다리'를 발견했다. 상당히 오랜만에 찾아온 불청객이라서, 이번 만남이 조금 두렵기도 했다. 녀석은 섣불리 다가가지 않고 본능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며 '두 다리'의 동태를 살폈다.

녀석도 '벌거숭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녀석은 그를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그의 신난 모습과 의혹, 당혹 등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보았고, 결국 실망하고 떠나는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두 다리'의 반응은 그 녀석에게 있어서 특별할 것도 없었다. 어쨌든 이 정글은 워낙 지루하니까 말이다. 사람 한 명과 새 한 마리는 같은 이유로 실망을 했다는 점에서 동병상련이라도 느낀 것인지, 녀석은 이 '두 다리'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 녀석은 나무 위에 앉아 멀어져 가는 그의 그림자를 보며 두어 번 울어댔다. 그건 나름의 예의를 담은 작별 인사였다.

녀석은 다시는 서로가 만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녀석은 세수를 하러 갔다가 또다시 그 '두 다리'를 발견했다. 그는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지 처음 만났을 때처럼 기운이 넘쳐 보였다. 게다가 이번엔 그의 눈에서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녀석에게도 익숙했다. 바로 사냥감을 찾고 있는 눈빛. '두 다리'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녀석은 이번에도 그의 뒤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여정은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녀석과 '두 다리'는 강줄기를 따라 천천히 정글의 다른 편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이번에도 역시 '두 다리'는 아무런 수확도 없었고, 녀석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녀석은 그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는 않았기에, 말로서는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두 다리'는 또 한 번 실망하며 떠났지만 이번에는 풀이 죽은 표정이 아니었다. 그건 녀석도 잘 알고 있는 표정이었으며, 둘은 마치 같은 마음인 듯 실망 속에 희망을 품고 다음날 아침이 밝기를 기대했다.

녀석은, 내일도 그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나, 그는 다음날에도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셋째 날, 넷째 날에도 계속해서 나타났고…… 오늘로 벌써 일주일째다. 하지만 넷째 날부터는, '두 다리'의 행동에 어떠한 변화도 없었기에 녀석도 굳이 따라가지는 않았다. 녀석 역시 따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었으므로, 이유도 모른 채 그를 계속 따라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해가 질 무렵에 강변 쪽 나무에서 그를 보면, 그날의 성과가 어땠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은 어째서인지 '두 다리'가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벌써 어둠이 짙어졌는데, 녀석은 그가 혹시 곤경에 처한 것은 아닌가 싶어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곳은 당연히 착한 친구들만 있는 장소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녀석은 날개를 펴고 강줄기를 따라 날아가기 시작했다.

"삐…… 삐익, 삐이……!" 녀석은 이후 흙으로 만들어진 작은 언덕에서 '두 다리'를 발견했다. 하지만 녀석의 우려가 무색하게, 그는 그저 태평하게 누워서 자고 있었다. 무사한 '두 다리'의 모습을 보자 녀석은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곧바로 날아가 머리를 쪼아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사냥꾼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는 척을 하며 먹이를 유인하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녀석은 충동을 참아냈다. '벌거숭이'가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긴장한 상태로 반나절이나 날아다닌 탓에 지쳤는지, 녀석은 나무에 몸을 맡기고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잠시 후 언덕 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흥흥흥~ 흥흥~"

약간 리듬이 섞인 듯한 소리였다. 녀석은 이게 '두 다리'의 노랫소리라는 것을 알아챘지만, 솔직히 그것을 노래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동족 중 가장 출중했던 목소리와 비교해 봤을 때, 이 '두 다리'의 소리는 마치 돼지 멱따는 소리와 흡사할 뿐이었다.

달빛 아래, '두 다리'가 일어나 몸을 풀기 시작했다. 처음엔 우둔해 보이던 동작들이, 이제 막 부화한 새가 빛을 찾아 허우적대듯이 천천히 그의 흥얼거림에 맞물려지며 점차 완성되어 가는 것이 보였다.

녀석은 그 동작들이 ‘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그런 춤을 추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녀석은 다양한 각도에서 그를 관찰했지만, 뭔가 엄청난 보물을 발견한 것도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그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녀석은 눈을 돌리지 않고 계속 그 춤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은 계속 흘렀지만, 그는 조금도 쉬지 않고 지칠 줄 몰랐다. 그리고 녀석은 마음속으로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이 얼마나 강인한 생명력이란 말인가……

심지어는, 이렇게 계속 쳐다보고 있으면 영원히 멈추지 않고 계속 저러고 있을까 싶은 상상까지 하게 만들었다.

순간, 노랫소리가 멈췄다.

"거기서 그냥 보고만 있으면 지루하지 않나? 같이 하지 않겠어?"

그가 뭐라고 하는지 녀석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팔을 뻗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자신을 초대하려 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삐익!" 찰나의 고민 후, 녀석은 결국 초대에 응했다. 이런 대담함에 자신조차 놀랐다.

그의 팔에 걸터앉자 온기가 느껴졌다. 녀석은 자신을 설득할 이유를 찾은 듯했다. 이 달빛 아래서 춤을 추며, 무료한 날들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활기를 잃지 않는 생명력. 그리고 몸에서 흘러넘치는 열정. 이것은 어쩌면 자신이 계속 갈망해 왔던 ‘생명력’일 것이다. 혹시 이 사람과 함께한다면, 그렇다면 나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반면 그의 이유는 더욱 단순했다.

"하하하! 드디어 만나게 됐구나!"

왜냐하면 녀석은, 그에게 있어 '뜻밖의 발견'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