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여자아이의 어머니를 찾아 준다

[내레이션]나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토리이 옆에 있는 방송실을 찾았다. 그곳에서 방송으로 아이 부모를 찾기로 했다. [player]엄마를 발견하면 말해 주렴. [여자아이]네. [내레이션]미아 방송을 내보냈으니, 곧 이 아이의 어머니가 찾아오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행인A [행인A]어서, 광장에서 이벤트가 곧 시작될 거야! 행인B [행인B]무녀의 춤 공연이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데, 꼭 가서 봐야지. [내레이션]마이의 공연도 곧 시작될 예정이었기에, 나는 마음이 급해져 계속 광장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아이]……아저씨도 공연을 보고 싶으신 건가요? [player]엥? [여자아이]저도 보고 싶어요. 오늘 엄마한테 축제에 데려와 달라고 한 것도, 이 공연을 보고 싶어서였어요…… 혹시 같이 보러 가면 안 될까요? [player]하지만…… 너희 어머니를 아직 못 찾았잖아. [내레이션]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토리이 근처에 있던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대부분 광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 이곳에 오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내레이션]그렇게 망설이는 사이 또 몇 분이 지나갔고, 아이의 어머니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난, 마이와의 약속이 떠올라 점점 더 마음이 급해져만 갔다. [여자아이]이러다간…… 무녀의 춤이 끝나 버릴 거예요. [player]그럼 같이 가자, 어차피 나도 보러 가려던 참이니까. [여자아이]정말요? [내레이션]나는 마음을 정하고, 또 다른 직원에게 여자아이의 사정을 설명한 뒤 광장으로 향했다. 이때, 공연 장소로 가는 길목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공연이 이미 시작된 모양이었다. [내레이션]인파로 인해 길이 막혀 버려서, 여자아이와 함께 광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공연이 절반이나 진행된 상태였다. [내레이션]무녀의 방울의 청아한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오자, 마이가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내레이션]마이는 무대에서 장엄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백색의 천조와 붉은 하카마의 조합이, 마치 두 마리의 홍백 나비가 축제의 밤 아래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어서, 마이는 춤에 따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하라 마이]"새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밤~" [내레이션]나는 마이의 복장을 보고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평소에 입던 평범한 무녀복과는 매우 달랐다. 머리엔 눈부신 머리띠를 착용하고, 발에는 화려한 나막신을 신고 있었다. [내레이션]눈부신 금색 무녀의 방울이 마이의 손에서 흔들거리자, 신계의 길을 이어 주는 끈이 옆에서 움직이는 듯했다. [아이하라 마이]"사냥꾼은…… 눈을 헤치며 나아가네~" [player]……대단해. [내레이션]평소처럼 수줍어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춤을 추는 마이는 수많은 눈길 속에서도 주눅들지 않았으며, 장엄하며 늠름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 감동하던 찰나, 무대 위에 선 마이와 눈이 마주쳤다. [아이하라 마이]네? [내레이션]그녀가 웃었다. 그건 평소에 보여 주던 소심한 웃음이 아니었다. 온화와 감동이 충만한…… 무녀의 미소였다. [내레이션]그 모습을 본 나는 약간의 전율마저 느껴졌다. 무대 위에 선 마이의 모습에 놀라기도 했고, 마이의 성장에 대한 감탄이 일기도 했다. [player]……이번 축제를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레이션]공연은 이제 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무대 위에 선 마이는 다시 무녀의 방울을 들곤, 만인의 주목을 받으며 대미를 장식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대단해요, 대단해! 무녀 언니, 정말 예뻐요! [내레이션]공연이 끝나자, 공연장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player]앞부분을 못 본 게 조금 아쉽네. [여자아이]괜찮아요. 이렇게 대단한 공연이라니, 절반만 봐도 너무 좋았어요! 정말 엄청났어요! [내레이션]여자아이는 열광했다. 무대의 불빛이 꺼지며 관객들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아이는 멈추지 않고 손뼉을 치고 있었다. [여자아이]아! 엄마다! [내레이션]그때, 어떤 여성이 무대의 측면에서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여자아이는 그 모습을 발견하고는 어머니를 맞이하러 달려나갔다. 아이의 어머니가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의문이 들 무렵, 마이도 무대의 측면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어째서 이 아이와 함께 있는 건가요? [내레이션]마이의 목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미처 쉴 틈도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마이가 공연이 끝나자마자 이 아이의 어머니가 나타난 이유를 생각해 보니, 그 숨겨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player]우연히 마주친 아이인데, 미아 찾기 방송을 내보내긴 했지만 아직 부모님을 찾지는 못했어. [아이하라 마이]그랬군요, 안타깝게도 어머님께서 방송을 듣지 못하셨나 봐요. 어머님께선 무녀의 춤이 시작되기 전에 무대 뒤로 와서, 다투다가 도망쳐 버린 딸을 찾아 달라고 스태프 분들에게 부탁했었어요. [아이하라 마이]하지만 그땐 이미 무대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얘기했었거든요. [player]어쩐지, 토리이 쪽에서 기다려도 소용이 없길래…… 응? 잠깐, 방금 다퉜다고 했나요? [내레이션]인파 속에서 떨어진 게 아니었던 건가? 나는 의문을 품은 채 모녀를 바라보았다. 여자아이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여자아이]……무녀의 춤을 보고 싶어서 계속 기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엄마가…… 흑흑…… 여자아이의 엄마 [여자아이의 엄마]미안해…… 엄마가 약속을 지켰어야 했는데,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내레이션]여자아이는 어머니가 평소 집에 자주 머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오늘은 어렵게 놀러 나온 거였는데, 갑자기 또 일을 하러 간다고 해서 화가 난 모양이었다. [내레이션]아이의 어머니는 딸의 마음을 몰라준 것에 대한 사과를 건넸다. 아이에게 철이 없다고 하지 말았어야 했고, 결코 아무런 설명도 없이 화를 내지는 말았어야 했다. [아이하라 마이]네? [player]마이? [내레이션]마이의 모습이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마이는 눈앞의 상황에 감동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 모녀가 재회하는 장면이, 마이와 마이의 어머니를 연상케한 모양이었다. [player]……마이의 어머님도, 마이를 그리워하고 계실까요? [아이하라 마이]네? [player]비록 지금 마이의 곁에 계시지는 않지만, 매년 보내 주시는 편지가 아마 그리움에 대한 표현이 아닐까 싶어. [아이하라 마이]네…… 고마워요, 주인님. [내레이션]마이는 내게 대답한 뒤로 마음이 평온해진 모양이었다. 그녀는 눈앞의 모녀를 바라보며, 서서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하라 마이]사실 마이도 가끔 생각해요. 어머니께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닐까. 어머님께서도 분명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 그리움을 품고 계시진 않을까…… 어쩌면 언젠간, 마이도 어머님과 마음의 응어리를 풀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레이션]밤이 깊어질 즈음, 마이는 날 신사 내전의 수행실로 데려왔다. [아이하라 마이]주인님 들어오세요, 아…… 계단 조심하세요. [내레이션]이때는 이미 축제가 끝나, 천월 신사에 고요함이 다시 찾아오고 있었다. [내레이션]하루 종일 바빴던 탓인지 피로가 몰려왔다. 그런데도 마이가 날 여기로 데려온 건, 무언가 중요한 얘기를 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아이하라 마이]마이가…… 주인님께 보여드릴 게 있어요. [player]보여 줄 거라니, 뭔데? [내레이션]수행실은 마치 고풍스러운 도장과 같았고, 마이가 방의 중앙에 서 있었다. 마이는 어딘가 수줍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하라 마이]마이는, 주인님이 아까 완전한 무녀의 춤을 보지 못하신 것 같아서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이곳에서 주인님께만 단독으로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아이하라 마이]주인님은 항상 마이를 도와주고, 곁에 있어 주셨어요. 오늘도…… 조금이지만,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진 느낌이 들어요. [내레이션]달빛이 창을 통해 마이의 모습을 비추자, 장엄한 기색이 형성되었다. [내레이션]나는 놀라면서도 크게 감동했다. 왜냐면, 마이가 내게 수줍어하지 않고 굳건하게 호의를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방금 전 무대 위에서의 모습과 같았다. [아이하라 마이]그래서 이런 특별한 날에, 마이는 주인님을 위해 단독으로 무녀의 춤을 선보여 드리고 싶어요. [내레이션]그녀는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그러자, 나의 마음도 고요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player]알았어. 그게 마이가 원하는 거라면, 내가 제대로 지켜봐 줄게. [아이하라 마이]감사합니다, 주인님! [내레이션]마이는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곧, 당황한 기색도 없이 춤사위를 펼치기 시작했다…… [내레이션]그 춤에는, 마이가 무녀가 되기 위해 했던 노력, 외할아버지로부터 신사를 물려받아야 한다는 결심, 어린 시절의 고독과 내면의 강인함, 그리고 현재 그녀의 동료들과 자신에 대한 인정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어서 노래를 불렀다…… [아이하라 마이]"토리이 위에~ 달이 삿갓을 쓰고…… 토리이 아래~ 소녀는 무녀의 방울을 움켜쥐었네." [내레이션]마이는 손에 종을 들고는, 달빛이 내려오는 수행실 안에서 청아한 리듬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녀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하라 마이]"토리이 위에~ 달이 먹구름을 감추고…… 토리이 아래~ 소녀는 친구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네." [내레이션]그녀의 춤을 보고, 노래를 듣다 보니 알게 되었다. 마이는 이미 예전의 마이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