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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계속 해, 멈추지 말고.

이건 도발이다, 분명 도발이었다. 저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이걸 참을 수 있는 성질이었다면, 무슨 일이라도 묵묵히 참고 있었겠지. 따라서 난 허리를 곧게 펴고선, 침착하고 냉정하며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다시 쿠츠지에게 말했다. 계속 해, 멈추지 말고. [쿠츠지]꽤 하네, 형씨. 그럼 내가 좋은 곳에 데려다 줄게. 역시 형씨한테 시내는 너무 작은 것 같으니까. 그러자 바이크는 차마 그게 어딘지 묻기도 전에 굉음을 뿜으며 출발했다. 그리고 순간 내 목구멍에서 뛰쳐나온 비명은 바람 소리에 묻혀 버렸다. 생각만큼 도로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그저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빠르고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올 뿐이었다. 그리고 쏜살같이 지나친 것중엔 경치 뿐만이 아니라, 주행 중인 다른 차량들도 있었다. 나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선량한 준법 시민으로서, 이런 말도 안 되는 과속은 용납할 수 없다. [player]과──속──이──야──! [쿠츠지]안──들──려──! [player]과──속──이──라──고──! [쿠츠지]말──했──잖──아──, 안──들──린──다──고──! 물론 작정하고 과속하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안전제일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바이크가 간신히 멈춰 섰을 때 내 온 몸은 바람 때문에 저릿저릿한 느낌까지 들었다. 헬멧을 벗는 순간엔 바깥 공기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쿠츠지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날 보더니 바이크의 핸들 부분을 툭툭 두드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아직도 날 도발하고 있는 게 분명한 제스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