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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을 외치지 않는다

[player]그럼 계속해 볼까요.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본 나는 8통을 내버려 두기로 결정했다. 아직 1삭이 나타나지 않은만큼, 치또이쯔가 나올 확률이 크고, 뒷도라 같은 점수도 포함한다면 일발역전도 불가능한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player]쯔모, 1600. 3200. 내가 생각했던대로, 결국 손패는 치또이쯔의 모습을 갖추었다. 뒷도라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상대방과의 점수 격차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었다. 다음은 라이언이 오야를 잡은 동4국이다.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 [라이언]어? 누님…… 저 텐파이인 것 같은데요. [player]어? 좋았어! 설마 마지막 동4국에서 더블 리치가 뜰 줄이야,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플레이 하느라 아까 전 처럼 빠르게 어시스트하며 오야를 넘기지 못 했다. 마침 나의 손패도 타점이 크지 않았기에, 과감하게 화료를 포기했다. 라이언의 버림패를 보고 현물이나 스지패를 던지며 상대방에게 결코 점수를 주지 않았다. 몇 바퀴가 돈 후, 라이언은 순조롭게 쯔모를 성공시켰다. [라이언]누님, 이거 보세요. 뒷도라 2장이 붙었어요. [player]좋았어! 손패의 두 장이니, 오야 하네만 대역전이야! [라이언]전부 누님 덕분이죠. 만약 누님이 동3국에서 화료 하지 않았다면 라이언은 오야가 될 수 없었을테고, 그러면 이기지도 못 했을거에요. [player]엄밀히 따지면 우리 두 사람이 서로 힘을 합친 결과지. 다만…… 너무 힘을 쏟아버렸는지, 라이언이 1위를 차지하고 말았다. 규칙에 따르면 내가 1위를 차지해야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었다. 종업원이 결과를 발표할 때, 라이언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라이언]죄송해요, 누님. 제가 누님한테 맞췄어야 하는거였는데. 나는 고개를 저으며, 우리의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고, 마지막에는 결국 우리 중 한 명이 1위를 차지했기에, 나는 라이언의 어깨를 두들기며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player]게다가 내가 정말로 천재 마작 소년을 가르쳐 냈다는 것에 대해 나 역시 적지 않은 성취감을 느꼈다. 리더라는 사람을 만나지도 못 했고, 더 이상 마작을 치고 싶지도 않았기에 우리는 곧바로 Soul로 돌아와 사라와 함께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Soul로 돌아온 우리는 사라를 찾아갔다. 사라는 내일 무대에 쓸 특수 커튼을 설치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무대를 교체하고 있었다. 낙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와 라이언을 본 사라는 전혀 놀라지 않고 우리를 무대 가장자리에 앉혔다. [사라]어머, 일이 잘 안 풀렸나 봐? [player]미안, 설마 우리들 특기인 마작에서 질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라이언]이번 일은 라이언한테도 책임이 있어요. 설마 2대 2 마작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미리 알았더라면 누님이랑 같이 2대 2 마작을 연습했을텐데 말이에요. [사라]이번 일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이 극단을 몇 년 동안이나 운영했는데, 계란을 한 바구니에 전부 담아놨겠어? [player]다른 방법이 있는거야? [사라]사실 '효'에 대한 건 나도 한번 찔러나 보자 하는 생각이었지, 우리 집안 문제를 전부 '효'한테 맡겨서 해결할 생각은 없었어. 힐리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기는 하지만…… 그게 조금 그래서. [player]걱정되는게 있는거야? [사라]힐리에게서 직접 무슨 일이 있는지 들으려면 당신한테 부탁하는 수 밖에 없어서 그래. [사라]응? [사라]Soul과의 관계도 좋고, 갑자기 힐리 앞에 나타나도 경계하지 않을 사람은 당신 밖에 없거든. 에이, 이렇게 보니 나도 친구가 참 적네. [라이언]사라 누님은 생각보다 친구의 수를 많이 신경쓰시네요? 저는 누님 한 명만 있으면 되는데 말이에요. [사라]정말 못말리는 꼬맹이라니까. [player]확실히 내가 힐리한테 접근하기 가장 적합한 사람같기는하네…… [사라]그럼 부탁 좀 할게, 당신. 사라가 두손을 모아잡고, 그 이색적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에, 나는 차마 사라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player]그러면 내가 뭐부터 해야할까? 감이 전혀 안 잡히는데. [라이언]그러면 일단 매일 Soul로 와서 공연을 보는 것 부터 시작하는건 어때요? 오늘 누님한테 제대로 맞춰주지 못 한 대신에, 제가 누님의 티켓을 책임질테니까 말이에요. [사라]라이언의 말도 일리가 있어. 등잔 밑이 어둡다고, Soul의 일상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들로서는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당신이라면 발견할 수 있을지도,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 [player]알겠어. 그러면 그렇게 하도록 할게. 우리가 첫 목표를 정했을 때, 커튼을 받치고 있던 기둥이 쓰러지며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사라는 나를 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사라]이것봐. 정말이지,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니까…… 나와 라이언은 사라를 도와 기둥을 세우며 그 무게를 느꼈다. 사실 사라가 바쁜건 현재 Soul에서 일 하는 대부분 나이가 많은 사람인 것과 관련이 있다. 만약 좀 더 젊은 사람들이었다면 사라가 지금처럼 신경을 쓰는 일도 없었을텐데…… 공연의 사전 준비는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할 일이 많았다.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나니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 있었다. [사라]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당신도 같이 저녁 식사나 하러 가는게 어때? [player]나는…… [라이언]거절하실 생각 말고 같이 가도록 하죠. 누님이 거절한다면, 사라 누님은 누님에게서 받은 은혜에 보답할 수가 없어서 슬퍼할거에요. 라이언은 내 거절을 거절한 것도 모자라 참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늘어놓았다. 이에 나는 순순히 그들의 요청을 따르기로 했다. Soul의 식사 자리는 이한시의 사람들처럼 밥, 반찬이 정갈히 놓여진 테이블에 앉아 격식있게 먹는 모습은 아니었다. 단원들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야외에서 음식을 먹으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다. 내 옆에 앉은 할아버지는 얼마 전에 내가 검표를 도와드렸던 분이었다. 요 며칠간 충분히 휴식을 취하셨는지 안색이 많이 좋아보였다. 할아버지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나에게 농담을 던지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할아버지]우리 Soul은 말이야, 단장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지는 곳이야. 시드 단장이 있을 때는 다들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었어야 했는데, 사라가 단장에 부임하고 나서는 이렇게 춤을 추면서 먹고 있어. 말도 마, 매 끼니마다 두 그릇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player]즐거워서 밥이 더 잘 넘어가는걸지도 모르겠네요. [할아버지]맞아. 나도 지금의 Soul은 꼭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순회 공연단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할아버지]하지만 가끔은 시드 단장이 있을 때가 그립기도 해. 그 때는…… 아, 이렇게나 즐거운 날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밥이나 먹자구. 할아버지는 옛날 일이 떠오른듯 했지만 말하고 싶지 않은듯 말을 아꼈다. 할아버지는 옆에 있는 아주머니 자리에서 술 하나를 슬그머니 가져왔다. 아주머니는 몸도 좋지 않은 양반이 술을 마신다며 호통을 쳤다. 분명 큰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 속에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사라는 갓 구운 꼬치를 나에게 건네주고서는, 내 옆에 앉았다. [사라]정말 고마워. [player]오늘 사라한테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네. [사라]이번은 단장이 아닌 사라가 하는 감사 인사야. 고마워. 내가 가장 무력할 때 내 옆에 있어줘서, 그리고 내가 모든 일을 떠맡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줘서. [사라]나는 내 능력을 아주 잘 알고 있어. 그래서 이렇게 커다란 극단을 운영한다는 게 막막하기도 해. [사라]하지만 당신을 볼 때면 나는…… '응, 그럼그럼, 할 수 있어.' 라고 안심하곤 해. 그리고 한번 더 시도해보게 돼. [사라]그래서, 당신한테 항상 고마워. 나는 떠들썩한 사람들과 튀어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애늙은이 같은 라이언은 몇몇 노인들에게 붙잡혀 질문 공세를 받고 있는 듯 했다. 라이언은 붉어진 얼굴로 나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마치 명절날 어른들에게 "시험은 잘 봤냐", "여자친구는 있냐", "요즘 네가 장기자랑을 배웠다고 네 엄마가 그러던데"라는 질문 공세를 받는 무력한 소년 같아 보였다. [player]사라, 다 잘 될 거야. [사라]응, 다 잘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