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兄貴

category story ending Body levelBond
에인 스토리의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라! 함정을 파다니, 이 망할 여우 자식이!!"
수차례에 걸친 맨손 등반에 실패한 후, 깊은 구덩이에 빠진 잭스는 고작해야 10살밖에 안 된 자신의 낮은 키를 직시하며 어쩔 수 없이 시합 상대인 에인을 '도발'했다.
고함소리를 들은 에인은 구덩이 옆에 쭈그리고 앉아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좋은 시력 덕분에 상대방의 불만스러운 표정도 선명히 볼 수 있었고,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인은 족장의 장남으로서 부족 내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을 돌봐야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이건 형,오빠로서의 책임이기도 했다.
하지만 에인도 어린아이이기에 다른 아이를 돌보는 것에 어리숙했다. 그저 어머니를 흉내 내며 아이들이 잘못할 때마다 말로 타이를 뿐이었다.
찬 음식 많이 먹지 않기, 함부로 뛰어다니지 않기, 소란 피우지 않기…… 스스로도 제법 잘 해나가고 있다 생각했기에, 동생으로 여기던 잭스가 짜증난다는 투로 "시끄러워"라고 말했을 때, 차분한 에인도 얼굴에 스치는 미소를 가릴 수 없었다.
"타일러도 소용없다면 몽둥이를 드는 수밖에 없지." 에인은 평소에 어머니가 하시던 훈계를 떠올렸다.
하지만 상대는 '혼세마왕'이라 불리는 소문난 자가 아닌가. 싸움이 붙었다 하면 손부터 나가는 그를… 힘으로만은 항복시킬 수 없다.
그렇기에 방금 전 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잭스는 새롭게 갈은 사브르를 꺼내어 에인에게 돌진했지만, 그 후 에인이 준비해 둔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함정은 잭스처럼 키가 작은 어린이가 빠져나가기엔 힘든 높이인 데다, 탈출에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돌이나 잡초 같은 건 에인이 이미 미리 치워 둔 상태였다. 만일에 대비해,
쉽게 발을 디딜 수 없도록 기름까지 발라 두었다.
에인은 미리 준비한 밧줄을 꺼내들며 말했다. "네가 졌어, 형이라고 해봐."
"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잭스는 성질을 부리며 말했다. "아직 안 졌어! 내가 올라가기만 한다면 네 꼬리털을 전부 밀어버릴 줄 알아!"
구덩이에서 올라오지 못하는 잭스의 협박은 에인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에인은 그저 덤덤히 고개를 끄덕이며 친절하게 한마디 해 주었다. "여긴 마을이랑 거리가 멀어서
평소에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야. 그러니까 네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 봤자, 널 구하러 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지."
"속이 시커먼 여우 자식 같으니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너무 빤히 들여다 보이는 수작 아냐?"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은 잭스의 고함 소리에, 에인은 귀를 어루만졌다. "왜 내가 일부러 여기를 골랐을까, 넌 일말의 의심도 안 했던
거야?"
에인의 담담한 말투에 자극받았는지, 함정에 빠진 잭스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내가 욕을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널 형이라고 부
르진 않을 거야."
"파사삭……"
에인이 꼬리를 흔들자, 함정 옆의 먼지와 나뭇잎이 빙글빙글 돌고선 구멍 속으로 떨어지면서 잭스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그리고 에인이 하늘을 바라보았을 때는 이미 노을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날이 곧 어두워지겠네……"
"밤이 온다고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소용없어! 난 밤이 무섭지 않다고!"
에인은 잭스와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코로 냄새를 맡았다. "오늘 공기가 습한 걸 보니, 저녁에 비가 올 모양이네."
잭스는 자신의 축축한 코를 만지며, 좀처럼 반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털이 비에 젖는 것을 싫어한다. 물론 잭도 예외는 아니다.
1분…… 2분…… 5분…… 10분……
더이상 참지 못한 에인이 뻣뻣해진 몸과 어깨를 풀던 그때, 모기 소리 같은 잭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혀, 형……"
"응? 뭐라고?"
"형이라고 불렀어! 그러니까 빨리 날 여기서 꺼내 줘!"
"불합격이야." 에인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방금 전에 했던 말은 전부 까먹었나?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할 땐 정중하게 해야지?"
"형, 제발 부탁이니까, 절 구덩이에서 꺼내 주세요!"
하늘에서 소용돌이치는 먹구름에 잭스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고, 에인은 밧줄을 떨어뜨렸다.
잭스라면 이 밧줄을 잡고 혼자 금방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에인은 잭스와 계속해서 싸울 생각이 없는지, 밧줄을 내려 주고선 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그리고 잠시 생각을 하던 에인은, 우산은 왼쪽의 나무 구멍에 있고, 밧줄은 너네 집에서 가져온 거니까 갈 때 가져가도록 해. 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겼다.
그리고는 '아, 난 정말로 마음씨 착한 형이라니까.' 라고 에인은 생각했다.
5분 후에 들려온 잭스의 포효 소리는 분명 감동의 포효 소리였을 것이다.
絆レベル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