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ロイヤルシアタ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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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추억 다채로운 극장 다채로운 극장 [player] 에휴, 어딜 가나 다 대기가 기네……
[-] 하루 종일 놀이공원을 돌아다녔는데, 하고 싶은 건 하나도 못 하고 옷만 흠뻑 젖어 버렸다.
[player] 드디어 자판기를 찾았네. 핸드폰 결제가 되다니, 인류 기술의 발전에 감사할 따름이야.
[-] 핸드폰을 들고 결제를 하려는데, 화면에 고온 경보 알람이 떴다. 롤러코스터 앞에 길게 줄 서 있는 관광객들에게 더 큰 존경심이 드는 순간이었다.
[스피커] 여러분 안녕하세요. '황실 극장'의 다음 공연이 5분 후에 시작됩니다. 공연을 관람하실 분은 신속한 입장을 부탁드리겠습니다.
[player] 연극인가…… 저쪽은 사람도 별로 없어 보이네.
[-] 손에 든 '놀이공원 패스'를 보니, 마침 아직 이 프로그램에 도장을 찍지 않았으니, 바로 실행에 옮기자. 저기로 가자.
[-] 황실 극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이하는 직원은 통통하고 친근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는 내게 <황실 극장 관람 가이드>를 건네주었다.
[극장 직원] 가이드에 명시된 규정을 준수해 주세요.
[player] 네, 알죠알죠, 연극 볼 때 큰 소리로 떠들면 안 된다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어요.
[player] 걱정 마세요. 저는 늘 규칙을 잘 지킨답니다.
[극장 직원] 좋습니다. 그럼 즐거움 가득한 관람의 여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10분 후
[-] 이런 반응으로 민망함을 주다니……
[줄리엣 (배우)] (딱딱하게) 아. 로미오,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
[로미오 (배우)] (딱딱하게) 이건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에요. 저도 이유는 몰라요, 사랑하는 줄리엣.
[player] 대사를 영혼없이 말하네……
[-] 귀를 쫑긋 세우자 주변에서 불규칙하게 코골이 소리가 들렸다.
[player] 저러니 다들 잠들지.
[-] 나도 무척이나 졸렸지만, <황실 극장 관람 가이드>에 적힌 내용이 떠올라 정신을 차리려고 뺨을 톡톡 때렸다.
[-] 담당자도 공연이 지루한 걸 잘 알고 있는지, 가이드의 첫 페이지에는 그림자 효과가 들어간 검은색 볼드체로 "수시로 등장하는 디테일에 유의하면서 관람해 주세요. 출구에서 세 개 이상의 퀴즈를 맞힌 관객에게만 도장을 찍어 드립니다."라고 적혀있었다.
[-] 하지만 연기자들의 연기력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바깥의 활기찬 분위기와 달리 극장은 너무 휑했다.
[-] 대부분의 관객이 앉아서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만 가지고 노는 걸 보니, 다들 이곳을 그저 시원한 휴식처로만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관객의 냉담한 반응 앞에서 연기자들이 열정을 가지고 연기하기 어려운 건 당연하기도 하다.
[-] 의욕 없는 연기자들은 당연히 관객의 관심을 끌 수 없다. 이 순환을 끊으려면 누군가가 아주 멋진 연기를 선보여야만 한다.
[???] 크흠…… 이 얼마나 무지하고 우스운 대답인가. 가문의 운명을 핑계로 자신의 나약함을 감추고 싶은 건가? 몬테규 가문의 로미오!
[player] 오? 연기력은 둘째치고 목소리가 기운차네.
[-]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무대 위에 갑자기 망토 차림의 남자가 나타났다. 후드 속에 얼굴을 감춘 그는 온몸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 방금까지만 해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관객들이 고개를 들고 궁금한 듯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미오 (배우)] 어…… 당신은 누구죠?
[???]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선택이다! 로미오, 따분한 가문의 명예에 얽매일 텐가, 아니면 용감한 전사처럼 사랑하는 이를 데리고 멀리 날아갈 텐가!
[줄리엣 (배우)] 이게 무슨 상황이죠? 갑자기 새로운 등장인물이 추가된 건가요?
[로미오 (배우)] 그걸 제게 물어보시면 전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죠……
[로미오 (배우)] 됐어요, 여기서 소란 피우지 말고…… 앗!
[-] 남자 배우가 의문에 싸인 남자를 잡으려고 다가가 손을 뻗다가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남자의 망토도 함께 끌어내리고 말았다.
[-] 남자 배우가 몸을 일으켜 고개를 드니, 한 바텐더 복장의 남자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player] 어…… 어?!!!
[관중A] 엥…… 이 연극 시대 배경에 저런 옷이 있었나?
[관중B] 에이, 호들갑 떨지 마. 아마 할 게 없어서, 대충 시간 여행 같은 요소를 넣은 거겠지.
[-] 관객들은 서로 수군대며, 옷차림부터 기품까지 무대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남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심지어 사진 찍는 소리까지 들린 걸 보니, 이 떠들썩한 현장이 이미 캣챗에 올라간 게 아닐까 싶었다.
[-] 그런데 소란의 주인공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여유롭게 손에 든 와인잔을 닦고 있었다.
[player] 아무리 열심히 일하는 바텐더라도 와인잔을 가지고 다닐 리는 없잖아…… 아니다, 지금 내가 지적할 게 이건 아니지?!
[-] 시노미야 나츠키가 왜 무대에 있는 거야?!
[로미오 (배우)] 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죠?
[시노미야 나츠키] 나는 그냥 지나가던 바텐더야. 파멸로 향하는 사랑을 구해주러 왔어.
[로미오 (배우)]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되네요. 소란 피우지 말고 얼른 내려가세요!
[시노미야 나츠키]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건, 이 무대의 등장인물뿐이야!
[player] 하지만 당신은 갑자기 쳐들어온 사람이잖아……
[로미오 (배우)]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면서 갑자기 들이닥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죠?
[player] 맞아, 나는 우연히 들어온 바텐더이지만, 곧 일어날 비극을 알고 있지. 난, '데우스 엑스 마키나'야!
[player] 왜 무대에 올라 소란 피우는 걸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거지……
[로미오 (배우)] 멋져 보이는 말로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무대에 오른 것 자체가 옳지 않거든요?!
[player] 옳고 그름은 객석의 현명한 눈들이 결정할 일…… 대답해 봐! 화려하고 멋진 옷을 입고서도, 마치 좀비처럼 생기라곤 없는 대사만 읊조리며 자신의 미래를 바꾸려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player] 이런 따분한 존재가 과연 무대에 설 자격이 있는가?!
[관중들] 없어요!
[관중들] 맞아요, 맞아. 저들을 내려 보내요!
[-] 시노미야 나츠키가 양팔을 벌리고 객석을 향해 서자, 무대 아래에 앉은 관객들이 소리를 내며 그의 의견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줄리엣 (배우)] 그, 그럼 어떡하라고요? 대본대로 연기하지 말라는 건가요?
[시노미야 나츠키] 왜 안 되겠어! 인생의 대본은 스스로 쓰는 거야. 아직까지도 그런 쓸데없는 문제나 생각하고 있다니. 이게 바로 당신들이 이 무대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player] 무대에 몰입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로미오 (배우)] 대본 없이 다 애드리브로 해내라니, 말은 참 쉽네요……
[-] …… 로미오, 당신은 좋은 배우는 아닐지 몰라도, 훌륭한 언변가인 건 확실해.
[관중A] 연기 안 해? 주인공들이 뭐 저래?
[관중B] 안 한다면 하지 말라고 해. 어차피 이 바텐더가 말하는 게 더 재미있으니까.
[로미오 (배우)] 음……
[-]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노미야 나츠키의 말은 듣는 사람의 가슴을 뛰게 했다. 하지만 나는 곧 보안 요원이 그를 무대에서 끌어내리는 장면을 보게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빠진 도중, 갑자기 무대 뒤에서 급하게 뛰어나오는 시노미야 후유미가 시야에 들어왔다.
[player] 너도 끼려는 건 아니겠지?!
[시노미야 후유미] (작은 소리로) 오빠, 너무한 거 아니야? 갑자기 말도 없이 가버리더니, 여기 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어?
[시노미야 후유미] 정말 죄송합니다! 오빠가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 드렸습니다. 지금 당장 데리고 나가겠습니다!
[시노미야 나츠키] 잠깐만, 동생아! 지금 정말 중요한 타이밍이야. 내 사명을 완수하고 난 다음 물러나도 늦지 않아!
[시노미야 후유미] 멍청한 소리 집어치워. 더 꾸물대다가 보안 요원이 오면 큰일 난다구!
[로미오 (배우)] 잠깐만. 엄청난 이치들을 늘어놓더니, 그냥 떠나는 겁니까?
[시노미야 후유미] 어라? 지금 우리가 무대에서 떠나길 가장 바라는 사람들이 바로 당신들 아니었나요?!
[player] 맞아, 게다가 공연을 방해한 책임을 지라고 해도, 해줄 수 있는 게 없기도 해.
[줄리엣 (배우)] 그…… 그냥 넘어가죠, 공연은 다시 하면 되니까요.
[로미오 (배우)] 절대 그냥 넘길 수 없어요. 못 들었나요? 줄리엣, 저 남자는 우리를 구해줄 동아줄이자, 우리 운명을 바꿀 기회예요!
[줄리엣 (배우)] 어?
[player] …… 허?
[로미오 (배우)] 처음 만나는 친구여. 당신 말이 옳아요. 난 어쩌면 수 차례의 좌절을 겪으며 현실에 안주하는 꼭두각시가 되어 무력한 운명을 핑계로 나태하게 살아왔는지도 몰라요.
[로미오 (배우)] 솔직하게 말하자면 당신에게 질투가 나요. 당신은 우연히 들어온 사람이지만, 이 무대를 주목받게 만들었어요. 그러니 그렇게 서둘러 떠나지 말아주세요, 이 무대에는 아직 당신이 필요해요!
[줄리엣 (배우)] …… 저도 간곡히 부탁드려요! 이름 모를 바텐더님. 당신의 약속을 지켜주세요. 저와 로미오에게 다른 미래를 안겨 주세요.
[시노미야 후유미] 당신들 말은…… 오빠에게 계속 연기를 해달라는 건가요?
[시노미야 나츠키] 크흠! 좋아! 당신들의 결심이 섰다면, 지체할 이유가 없지. 운명의 고독한 배를 타고, 은혜와 원한의 여정 끝으로 가자고!
[시노미야 후유미] …… 그래요, 그러면 오빠도 끝까지 파이팅.
[시노미야 나츠키] 어딜 가? 동생아, 무대에 오른 이는 막이 내려야만 떠날 수 있어. 난 운명의 고독한 배에 이미 네 자리를 마련해 뒀단다.
[시노미야 후유미] 에?! 나, 나는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 나는 빼 줘!
[-] 시노미야 나츠키는 발버둥 치는 시노미야 후유미를 억지로 무대 중앙으로 데려가 현장을 압도하는 기세로 공연을 계속 이어 나갔다.
[player] 흥흥, 후유미는 아직 너무 어려.
[시노미야 후유미] 사, 살려줘…… 내 인생이 사회에서 매장 당하진 않겠지……
[-] 비록 무대 위의 이야기는 갈피를 못 잡았으나…… 아니, 시노미야 나츠키가 이끄는 이야기라면 정확히 혼돈이라고 해야겠지.
[-] 하지만 배우들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 관객들도 핸드폰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관람하기 시작했으며, 방금까지 잠꼬대를 하던 옆 사람도 어느새 일어나 앉아 있었다.
[-] 무대와 관객석 모두가 기뻐할 이야기였다.
[-] 바텐더 남매의 리드 하에 가문의 추격을 따돌리고 죽음의 산맥을 넘어 별빛 내리는 저편에 꿈의 집을 지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황당한 연극이 끝나고, 나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내가 뭘 본 거지'하는 혼란 속에 도장을 받으러 출구로 향했다.
[극장 직원] 로미오와 줄리엣은 최후에 어떻게 되나요? 아주 쉬운 문제예요. 점수를 거저 주는 거죠.
[-] 또 그 통통한 직원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다지 상냥하지 않았다.
[player] 벼, 별빛 내리는 저편에 꿈꾸던 집을 만든다?
[극장 직원] 틀렸습니다. 그럼 다음 문제입니다.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구애할 때, 다른 사람에게서 친절한 도움을 받았나요?
[player] 친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바텐더 남매가 큰 도움이 되었죠.
[극장 직원] 바, 바텐더요? 남은 질문도 세 개가 채 안되네요. 도장은 찍어드릴 수 없습니다.
[-] 이걸 내 탓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다, 그럼 나는 누구를 탓할 수 있을 것인가.
[player]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극장 직원] 있어요. 다음 공연은 10분 후에 시작됩니다. 끝나고 다시 문제를 맞히러 오시면 됩니다.
[player]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나는 놀이공원 어플에서 다른 놀이기구들의 여전히 긴 대기 시간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player] 이건 내게 두 번째 공연을 보라는 하늘의 뜻…… 어? 한나?
[-] 극장 입구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검표원과 어떤 일로 다투고 있었다.
[player] 무슨 일이야? 한나.
[한나] 오! PLAYER, 마침 잘 왔어!
[한나] 이 사람이 날 괴롭혀! 못 들어가게 허고 있어!
[검표원] 아이고……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습니까. 배우 입구는 이곳이 아닙니다!
[-] 입구의 전광판을 보니, 다음 공연은 <사자 왕위 쟁탈전>이었다.
[player] …… 아하,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 것 같아. 모두 침착해요, 오해일 뿐이니까.
[-] 나는 검표원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한나가 동물 옷을 입은 배우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 줄 직원을 찾아 도움을 받아 마침내 한나와 함께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한나] 고마워. 너 아니었음 우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겨.
[player] 천만에.
[player] <황실 극장 관람 가이드>를 보니, 이번 연극은 외국어로 진행된대. 한나, 무슨 말인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통역해 줄게.
[한나] 응! PLAYER 넌 정말 다정혀! 하지만 못 알아들어도 괜찮을겨. 오노데라 씨 말대로, 연극 감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으로 이야기를 느끼는 거니께.
[player] 그렇구나. 맞아, 대사를 못 알아들어도 배우들의 표정과 동작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야기의 줄거리를 짐작할 수 있어.
[-] <사자 왕위 쟁탈전>은 사자 왕자가 친구들의 도움으로 아버지의 왕위를 빼앗은 삼촌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옆에 앉은 한나가 소리를 질렀다.
[한나] 우와! 친근한 목소리를 들었어!
[player] 친근한 목소리? 배경 음악 속 동물 소리를 말하는 거야?
[한나] 응! 우리 부족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어흥 어흥' 하면서 말혀!
[player] 하하, 그러면 고향에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한나] 그런데 이 말들은 다 이상혀. 방금은 비가 온다더니, 갑자기 또 날씨가 좋다고 혀.
[player] 흠…… 이건 제작팀이 분위기를 더하려고 아무렇게나 녹음한 소리일 뿐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
[-] 비록 내가 그렇게 알려줬으나, 이 소리들은 한나의 관람에 많은 방해가 되었다.
[내레이터] (외국어로) 젊은 사자는 절벽을 이리저리 살피지만, 이것이 함정인지 누가 알았을까.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을 때에야 사자는 삼촌과의 친밀했던 사이가 모두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흉터난 사자] (외국어로) 내 사랑하는 조카야, 넌 네 아버지와 똑같이 어리석구나. 죽을 자리마저 같은 곳을 선택하다니!
[사자 왕자] (외국어로) 최초의 신들이여, 왜 절 이런 비열한 자와 삼촌과 조카로 엮으신 건가요?!
[한나] 정말 잔인혀…… 육포 한 조각을 몰래 먹은 것뿐인데, 절벽에서 밀어낼 것까진 없지 않은겨?!
[-] 분명히 보면 화가 나는 배신의 내용인데, 한나는 배경음악 속 동물 울음소리를 듣고 지금 장면을 사자 왕자가 식탐을 부려 삼촌을 화나게 하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밀쳐지는 벌을 받는 것으로 이해했다.
[-] 그리고 또……
[내레이터] (외국어로) 하이에나 일족이 처참하게 훼손된 숲을 보며, 사자 왕자는 가슴속 깊은 분노를 금치 못했고, 그의 원수는 자신이 과거에 후환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흉터난 사자] (외국어로) 으르렁! 젠장, 네, 네가 어떻게 살아있지?!
[사자 왕자] (외국어로) 당신의 그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내겠어요, 삼촌…… 아니! 당신은 그렇게 불릴 자격이 없어요!
[player] 훌륭한 배경음악이야. 특히나 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 사자들이 서로 물어뜯는 장면이 떠올라.
[한나] 응? 밥 먹는 거 아닌겨? 왜 싸우기 시작한겨?
[player] …… 내가 설명해 줄게. 지금 이 장면은 사자 왕자가 고향에 돌아와 삼촌에게 복수하려는 내용이야.
[한나] 오, 그렇구먼.
[player] 그러고 보니, 방금 배경에서 들린 으르렁대는 소리는 무슨 뜻이야?
[한나] 밥 먹었는겨? 집으로 올려?
[player] 그렇구나, 이해했어.
[-] 전혀 이해할 수 없어…… 일상적인 인사말을 배경음처럼 저렇게 섬뜩하게 으르렁대면서 말할 필요가 있나?!
1시간 후
[한나] 정말 수고 많았구먼, PLAYER. 네가 같이 안 와줬다면 내용도 이해 못 했을겨. 마음으로만 공연을 감상하기는 역시나 힘들구먼……
[한나] …… 아, 미키 점장님이 오라고 전화혔네.
[player] 잠깐, 퀴즈는 안 풀어?
[한나] 그래도 점장님 일이 더 중요혀,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다시 참가혀야지.
[한나] 다음에 봐, PLAYER.
[player] 다음에 봐.
[player] 당신이군요.
[극장 직원] 접니다.
[극장 직원] 당신이군요.
[player] 접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 데, 어떻게 절 기억하시는 거죠?
[극장 직원] 왜냐면 당신만 도장을 받으러 왔으니까요.
[-] 또 그 통통하고, 그다지 상냥하지 않은 직원이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player] 퀴즈 풀 준비 됐어요.
[극장 직원] 좋아요, 첫 번째 문제입니다. 다음 세 가지 울음소리 중에서 사자가 화났을 때 내는 소리는 무엇일까요?
[-]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
[player] 아니, 차이가 있나요? 그리고 저 같은 인간이 어떻게 사자말을 알아들어요!
[극장 직원] 보아하니 이 문제로는 점수를 받을 수 없겠네요. 그럼 두 번째 문제입니다. 다음 중 어떤 소리가 토끼가 사자를 만났을 때 내는 소리일까요?
[-] 깡총깡총! "뿅뿅!" "후우우우"
[player] 자, 잠깐만요. 토끼가 울어요? 토끼가 원래 울었나요?
[극장 직원] 보아하니 이 문제로도 점수를 받을 수 없겠네요, 세 번째 문제……
[player] 먼저 말해주세요. 모든 문제가 다 이런 식입니까?
[극장 직원] 빙고!
[-] 나는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한나에게 같이 퀴즈를 맞히자고 했을 텐데!
[player] 말해줘요, 다음 공연은 언제인가요?
[극장 직원] 15분 후입니다.
[-] 세 번째 공연을 보러 가는 길에,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차가운 음료를 하나 샀다.
[-] 얼마 후 이건 완전히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것이 증명됐다……
[player] 너무 추워……
[-] 세 번째 공연은 <와르르 얼음 요정>이다. 얼음과 눈으로 덮인 하얀 왕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특별한 얼음 능력을 가진 왕국의 장녀가 의도치 않은 잘못으로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낙담해 높은 산에 있는 얼음성으로 도망치는 내용이다.
[-] 그녀의 동생인 둘째 공주는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목숨 걸고 설산을 넘어 결국 언니의 마음의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 관객들의 몰입을 위해 극장 안에는 에어컨이 최대로 틀어져 있었다. 나는 직원이 제공한 담요를 덮고 의자에 웅크린 채로 공연을 끝까지 봤다. 그리고 그 차가운 음료는, 공연이 끝날 때까지 얼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player] 다만 이번에는 아무도 갑자기 무대에 들이닥치지 않았고, 내가 내내 해설할 필요도 없었으며, 관객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배우도 없이 다들 열심히 연기했다…… 이렇게 평범하게 공연을 보는 게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player] 배가 좀 고프네. 곧 있으면 점심시간인데, 도장 찍고 뭘 먹으면 좋으려나?
[???] 아, 역시 PLAYER였네요.
[player] 이브? 신기하네, 너도 여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이브 크리스] 저는 당신 두 줄 뒤에 앉아 있었어요. 방금 들어올 때 뒷모습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이 곧 시작될 것 같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될까 봐 인사하러 가진 않았어요.
[player] 이 공연을 보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좀 달래졌을까? 북국도 언제나 눈이 많이 오는 곳으로 기억하는데.
[이브 크리스] 그러고 보니, 이 연극에 나온 몇몇 민속적인 요소나 무대 위 장식이 전부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혹시 이 연극을 담당한 사람들 중에 북국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있나요?
[player] 내가 확인해 볼게…… <황실 극장 관람 가이드>에 대본을 만들 때 이한시의 어떤 교회가 민속과 무대 배경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을 줬다고 쓰여 있어.
[이브 크리스] 그래요? 제가 생각이 지나쳤나 싶었는데…… 역시 그 사람이었군요……
[-] 이런, 이브와 키타하라 릴리가 아직 화해하지 않은 걸 잊었다. 아픈 기억을 건드린 것 같군.
[player] 그…… 곧 밥 먹을 시간인데, 같이 밥 먹으러 갈래?
[이브 크리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player]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이브 크리스] 저도 거짓말을 잘 못하는데, PLAYER 당신이 저보다 더 마음을 숨길 줄 모르는 것 같네요. 생각이 얼굴에 다 쓰여 있어요.
[이브 크리스] 걱정 마세요. 저는 방금 그저…… 릴리도 자기 마음을 녹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얼음 성으로 찾아와 주길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지 생각하고 있었어요.
[player] …… 아무도 모르지, 그 수녀님의 생각은 알기가 힘드니까.
[player] 하지만 얼음을 녹이려면 불꽃이 필요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마침 검사가 있는데, 그 사람의 불꽃은 불사조처럼 어둠을 정화할 수도 있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할 수도 있거든.
[이브 크리스] 푸훗, 당신 말을 들으니까 좀 부끄러워지네요…… 네, 돌아가서 노력해 봐야겠어요! 벌써부터 릴리를 다시 만나 이야기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도 하네요.
[player] 하지만 그전에, 우리는 놀이공원에서 가장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야 해!
[이브 크리스] 어?
[극장 직원] 오셨군요.
[player] 왔습니요.
[극장 직원] 당신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네요.
[player] ……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극장 직원] 왜냐하면 당신이 왔으니까요.
[-] 직원은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이브를 보곤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극장 직원] 심지어 지원군까지 데려왔네요.
[player] 흥, 이번엔 공연은 디테일까지 전부 완벽하게 연구했으니 절대로 실패할 일 없어요. 문제 주세요!
[-] 예상 밖에도…… 이번 문제는 키타하라 릴리가 직접 만든 것이었다. 북국의 민속과 풍속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나의 지식 사각지대에 있었다.
[-] 나는 문제에 척척 대답하는 이브를 지켜보며, 이브를 우연히 마주치게 해 준 하늘의 은혜에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극장 직원] 두 분, 통과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책자에 도장을 찍어 드렸습니다. 이건 놀이공원의 테마 레스토랑 '기묘한 냥하우스'의 할인권 두 장입니다. 이 쿠폰을 사용하면 모든 메뉴를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습니다.
[player] 후, 네 번째는 없구나. 안녕이다, '황실 극장', 다신 보지 말자!
[이브 크리스] 다음 일정은 뭔가요? PLAYER.
[player] 방금 얘기하지 않았어? 밥 먹으러 가야지.
[이브 크리스] 대화 주제를 바꾸려고 찾은 핑계가 아니었군요?
[player] 반은 핑계고 반은 진심이었지. 봐, 배에서 또 꼬르륵 소리가 났어.
[이브 크리스] 하하, 정말이네요.
[-] 손에 쥔 할인권을 보고, 나와 이브는 눈길을 주고받았다. 공짜인데 안 쓸 이유가 없지, 우리는 바로 '기묘한 냥하우스'로 가서 식사를 해결하기로 했다.
[-] 기묘한 냥하우스
[player] 엇…… 이건 취두부 맛 찹쌀떡……
[이브 크리스] 와! 여기에도 이런 게 있을 줄이야.
[player] 이게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취두부맛 찹쌀떡은 아니겠지?
[이브 크리스] 이 식당은 각지의 특별한 요리들을 수집했다고 들었어요. 메뉴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표시되어 있대요.
[-] 이브의 말을 듣고 다시 메뉴판을 보니, 정말 '어둠의 찹쌀떡' 옆에 '이한시 아사바 고등학교 디저트부의 기술 지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 나는 이마의 땀을 훔치고, 메뉴에 익숙한 이름이 있는지 열심히 찾았다. 예를 들면 '니카이도 미키'나, '야기 유이' 같은……
[이브 크리스] 또 뭘 시키죠…… 두리안맛 마라탕도 괜찮을 것 같고, 대추맛 탄산수도 시도해보고 싶네요. 아니면 전부 하나씩 시킬까요?
[player] 너무 많이 주문하지 마.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시키자. 그리고 그게 전부 테이블에 올라오면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 몇 가지 요리가 차례로 나온 후, 나는 각각 한 입씩 맛을 봤다. 다행히 맛이 좀 이상하긴 해도 먹을 수 없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포용력이 강한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 의견이 대다수 사람들을 대표하지는 못 하겠지.
[player] (작은 소리로) 이 가게가 정식 개업을 해도 부디 계속 영업을 해나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