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아아! 큰일났다!
눈을 뜨자마자 늦잠을 자 버렸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빛이 포물선의 꼭대기에서 '태양 빔'을 쏘대며 눈을 부시게 만들었다.
그리고 머리맡에 둔 휴대폰을 집어 몇 번 두드려 보니, 예상한대로 배터리가 없었다. 어제 휴대폰을 충전한다는 걸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내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긴 하다. 어제 사라와 라이언 앞에선 당당하게 굴긴 했지만, 사실은 대체 오늘은 뭘 해야 하고, 또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한참을 뒤척이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눈을 감았기 때문이다.
하아…… 난 밤새는 게 취미인 사람은 아닌데 말이지, 그저 불면증이 쉽게 올 뿐.
휴대폰을 충전하자 "우웅" 하는 진동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며 십수 통의 알림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져 왔다. 그중 대부분은 시라이시 나나 선배의 부재중 전화 알림이었지만 그 사이에 살벌한 경고도 하나 끼어 있었다.
[시라이시 나나](메시지)후배군, 오늘 내 전화 못 받은 거 나중에 분명 후회할 거야!!!
도대체 뭘 놓쳤길래 이런 메세지가 와 있는 거지? 곧바로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이 계속해서 음성사서함으로만 연결될 뿐이었다.
[player](메시지)무슨 일인가요?
[player](메시지)후회할 거라니 무슨 말이에요?
[player](메시지)급한 일인가요?
[player](메시지)지금 뭐하세요?
[player](메시지)선배, 뭐라고 말 좀 해 주실 수 없나요?
[player](메시지)일부러 이러는 거죠 지금?
[player](메시지)수수께끼는 아사바 고등학교에서 썩 물렀거라!!!!
[player](메시지)↑실수, 아사바 고등학교가 아니라……
[player](메시지)수수께끼는 이한시에서 썩 물렀거라!!!!
하아…… 다들 '호기심은 화를 부른다'는 말 같은 건 모르는 건가? 그냥 시원하게 말해 주면 안되는 거냐고!
하지만…… 시간을 보니 Soul의 금일자 공연이 곧 시작할 때였다. 더 이상 시라이시 선배에게 시간을 쓸 수 없다, 후회는 나중에 생각하는 걸로 해야겠다.
Soul로 가는 길 중에는 지름길도 하나 있다. 인적이 드문 골목이긴 하지만 시간을 거의 20분가량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촉박할 때는 자주 이용하곤 한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좀 다른 것 같다. 골목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너머에서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싸우는 소리라고 확신한 이유는, 그 소리 중에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 신음 소리, 욕지거리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너에서 휘청거리며 물러나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힐리도 있었고.
잠깐, 힐리라고? 낯익은 타겟을 발견한 나는 방금 세운 '내 알 바 아님' 원칙을 빠르게 지워 버리고선, 한걸음에 달려가서 힐리를 붙잡아 준 뒤 주위를 살폈다.
앞에는 깡패 같은 차림을 한 청년이 서너 명 있었는데, 그중 가운데에 있는 선글라스를 쓰고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문, 깍두기 머리를 한 남자가 아무래도 저들의 리더인 듯했다.
[깍두기 머리]어이! 거기, 괜히 오지랖들 부리지 말고 비켜라잉. 험한 꼴 보지 말게잉 우리.
사투리가 잔뜩 섞인 협박, 그리고 그 뒤에 있던 우람한 녀석이 성큼 다가오더니 내 앞에 서서 손에 든 몽둥이를 위협적으로 휘둘렀다.
[덩치 큰 깡패]거기 너, 우리 '까마귀'에선 매년 다섯 명씩 사람을 죽여야 하는 거 알고 있냐? 마지막 하나를 네놈으로 채워 버리기 전에 썩 꺼져!
녀석들은 아무래도 내 옆의 힐리를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떡하지?
이건 Soul과의 우정 때문이 아니더라도, 힐리 같은 연약한 여자 한 명이 위험에 처한 상황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난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며, 용기를 짜내어 상대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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