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에휴, 명당 잡긴 글렀네.
천막 밖의 긴 행렬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매주 주말마다 열리는 극단 'Soul'의 공연. 다른 극단과 달리 Soul의 공연은 모든 좌석의 가격이 같아서, 좋은 자리는 일찍 오는 사람의 몫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오늘따라 아직도 공연장에 못 들어간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게다가 줄도 엉망진창이고, 질서를 정리해 주는 현장 스태프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의문을 품은 채 휴대폰을 가지고 놀며 줄을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티켓 담당자가 있는 곳까지 다다랐다.
[티켓 담당자]오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왜 안 오시나 했네요.
매 공연마다 빠짐없이 보러 온 나는 이미 티켓 담당자나 이곳 스태프들과 꽤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player]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오늘 좌석은 운에 맡겨야겠네요. 근데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시는데 혹시 어디 안 좋으신가요?
[티켓 담당자]요즘은 날씨도 덥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조금만 덥거나 추워져도 컨디션이 나빠지네요. 별일 아니니 걱정 마시고, 어서 들어가시죠.
[티켓 담당자]뒤에 관객분들! 줄 잘 서 주시고, 밀지 마세요.
부들거리는 손으로 확성기를 들고 질서를 바로잡는 그의 모습은 몹시 지쳐 보였고, 도저히 '별일 아닌' 것처럼 볼 수 없었다.
[player]평소에 줄을 봐 주시던 아주머니는요?
[티켓 담당자]더위를 먹었는지, 오늘 아침부터 상태가 안 좋으시더라구요…… 극단 스태프들 대부분이 저처럼 나이가 있다 보니 최근엔 다들 몸 상태가 좀 그렇네요. 들어오세요, 그럼 다음 분……
혼자서 두 명분의 일을 하고 있으니, 관객들의 입장 속도가 느릴 만도 하다.
[player]……혹시 이 테이블에 있는 스태프 모자랑 확성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제가 가서 줄 관리를 할 테니까, 여기서 검표만 하세요.
[티켓 담당자]예? 그러면 제가 너무 죄송해지는데요.
[player]곧 공연이 시작하니까, 서둘러야죠.
어차피 오늘은 앞자리에 가긴 글렀으니, 조금 더 일찍 들어가나 늦게 들어가나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나는 티켓 담당자분의 사양을 뒤로하고, 기다리다 지친 관객들을 달래며 줄을 따라 나아갔다.
얼마 후
[player]후, 시간에 딱 맞췄네.
두 사람이 함께 일을 처리한 덕분에, 다행히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관객을 입장시킬 수 있었다.
[티켓 담당자]정말 고마워요. 손님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공연이 언제 시작될지조차 막막했을 겁니다.
[player]별말씀을요. 평소에 좋은 자리 잡을 때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티켓 담당자]그럼 이제 어서 들어가시죠, 전 뒤로 넘어가서 다른 일을 도와야겠네요. 그럼 이만……
[player]다른 일이요? 관객들은 이미 다 입장한 거 아닌가요?
[티켓 담당자]오늘은 병가를 낸 스태프들이 많아서 일손이 좀 부족하거든요. 그러니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저라도 힘을 보태야죠.
괜찮은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아저씨의 안색을 본 나는 아무래도 도저히 안심이 되지 않았다.
[player]……아니면 제가 무대 뒤에 가서 도울게요, 무리하지 말고 쉬세요.
[티켓 담당자]그, 그럴 수는 없죠! 그렇게 폐를 끼칠 수는…… 윽……
[player]괘, 괜찮으세요?
스태프분의 새빨개진 얼굴을 보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난 재빨리 아저씨를 그늘진 곳으로 데려가 앉혔다.
[티켓 담당자]아니 아니…… 그건 정말 안 됩니다……
[player]안색이 이렇게 안 좋으신데, 제가 어떻게 내버려 두고 들어가겠어요.
[player]게다가 아저씨께서 일하시다가 쓰러지시면, 공연에도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요?
[티켓 담당자]그건……
[player]어차피 오늘은 명당 잡기도 글렀는데, 무대 뒤에 가서 일을 돕다보면 공연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서로 윈윈인거죠.
[티켓 담당자]……그렇다면, 일단 감사드립니다. 그럼 잠시만 쉬다가 괜찮아지면 바로 찾으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내게 무대 뒤로 가는 길을 알려 주며, 스태프용 모자를 건네 주었다. 그다음 전화를 걸어 다른 쪽에 있는 담당자에게 무언가를 전달하고는, 바로 테이블에 엎드려 코를 골기 시작했다.
이어서 무대 뒤편에 발을 들이자 익숙한 곡이 귀에 들려왔다. 그리고 극단의 열성팬인 나는, 선율을 듣자마자 무대 위에서 춤추는 사라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player]아, 그러고 보니 티켓 담당자분은 누굴 도우러 가는 거였을까?
[player]……이미 잠든 사람을 다시 깨우기도 그런데, 혹시 어디 물어볼 사람 없으려나?
[???]누구세요?
난처한 상태에서 고민하던 중, 누군가 타이밍 좋게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익숙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시릴라, Soul 극단의 멤버다. 그녀의 맹수쇼는 극단 공연의 백미이다.
[시릴라]누구세요? 왜 여기 있는 거죠?
[player]안녕하세요, 티켓 담당자분이 몸이 안 좋아서 대신 도우러 왔어요.
[시릴라]대신 도우러 왔다니…… 누군지 알겠네요.
역시 티켓 담당자가 방금 전화로 상황을 설명해 둔 모양이다.
[시릴라]수상한 사람.
[player]네, 네…… 아, 아니 아니 아니지! 저…… 방금 분명히 도우러 왔다고 말했잖아요.
[player]이것 보세요, 스태프 모자도 쓰고 있다고요.
[시릴라]……훔쳤네.
[player]갑자기 수상한 사람이 돼 버렸네…… 어떻게 하면 믿어줄 거예요?
[영감님]시릴라, 무슨 상황이야? 이분은…… 길을 잃은 관객인가?
[시릴라]수상한 사람.
[player]아니라니까……
[영감님]응? 저 모자는, 혹시 그쪽이 티켓 담당이 말한 그 젊은이인가?
[player]휴, 천만다행이군, 감사합니다. 다행히 사정을 아는 사람을 만났네요.
[시릴라]설마…… 진짜로 도우러 온 거라고?
[player]왜 그렇게 실망한 표정이죠……?
[영감님]하하! 실례했군, 시릴라도 나쁜 뜻으로 그런 건 아닐 거야. 전에 극단이 바쁜 틈을 타 도둑이 들어온 적이 몇 번 있어서, 경계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겠지.
[영감님]범인을 잡아서 혼쭐을 내 주려고 했는데, 그쪽이 범인이 아니라서 실망했나 보군.
[player]그렇군요.
[시릴라]오해했네요, 죄송합니다.
시릴라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렇다면 나도 용서할 수밖에.
[player]괜찮아요, 오해가 풀렸으면 됐죠.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영감님]오늘은 원래 티켓 담당자가 내 보조를 하기로 했었는데…… 시릴라, 오늘 아침에 분장실 정리하는 직원도 병가를 냈지?
[시릴라]네, 혹시 일손이 부족하시면 이분 데려가셔도 괜찮아요. 분장실은 우리가 정리하면 되니까.
[영감님]그럼 한번 손님이 골라 보겠어? 분장실 정리를 도울지, 아니면 날 따라서 무대 일을 도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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