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 차 마시기를 좋아해!
[주] 어? 추론 능력이 괜찮네.
[메이] 주, 꼭 이렇게 문제에다가 현실 반영을 해야겠어?
[player] 무슨 말이지?
[메이] 주가 말한 네 사람이 우리 매난국죽이거든.
[player] 에?! 그렇다면 대문 앞에 매화를 심은 사람이…… 메이? 메이 매니저, 차 마시는 거 좋아해?
[메이] 내가 차 마시기를 좋아한다기보다 여기 '무쌍가' 사람들은 대부분 차 마시는 걸 좋아해. 게다가 정신 차리는 데엔 진한 차 한 잔 만한 게 없지.
[player] 음, 그렇게 따져본다면 국화…… 그러니까 쥬화의 취미는…… 만담 듣기?
[player] 그렇다면 그림책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란이겠네.
[주] 여기까지만 해!
[메이] 란 얘기만 나오면 긴장하네.
[player] 란이 도대체 누군데 그래?
[메이] 란은 병을 앓고 있어서 집에서만 생활한 지 오래됐어. 주와 쥬화가 어렸을 때 란의 보살핌을 많이 받았었지.
[player]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인 거 같은데?
[주] 어릴 때 자기 전에 목매달아 죽은 귀신, 굶어 죽은 귀신, 물에 빠져 죽은 귀신 이야기만 주야장천 들었다면…… 마음이 따뜻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걸.
[메이] 조심해. 뒤에서 욕하다 란한테 들키는 날엔 네가 또 미나미 후우카 님께 구해달라고 빌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 주는 안 좋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주] 크흠. 어쨌든, 이제 면접 결과를 보자고.
[주] 한나 양은 유연한 숫자 활용력이 좋았지만, 우리 회사가 원하는 바와 맞지 않는 것 같아.
[주] 엘리사 양은 숫자에 재능이 있는 것 같지만, 재능을 갈고 다듬으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아.
[주] 그래서 계약직으로 뽑힌 사람은 바로…… PLAYER.
[player] 음…… 어? 엥……?! 난 면접관이잖아?
[주] 당신은 면접자와 면접관 사이에서 유연하게 포지션을 전환할 수 있었어. 자신을 믿어. 할 수 있을 거야.
[player] 아니, 난 못 해! 게다가…… 난 계약직이 뭘 하는지도 모른다고.
[주] 할 게 뭐가 있어, 그냥……
[메이] 흠, 잠깐만. 어쩌면 내가 PLAYER에게 계약직을 수락할 이유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전에 일단 맨 처음에 나왔던 이야기를 해보자.
[player] 처음에 나왔던 이야기?
[메이] 재무실을 누가 어지럽혔는지 말이야.
[-] 나와 주는 움찔해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서로의 얼굴에 떠오른 심하게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을 바라보면서.
[메이] 요즘 직원들 직통 전화로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다들 "직원 식사로 나오는 가금류의 손질 수준이 떨어졌다. 고기를 너무 작게 썰어서 오버 쿡 되어 나오니 식감이 이상하다. 폐기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난리였지. 그런데 '죽운'의 요리사들은 바뀐 적이 없었어.
[-] 메이는 '식자재 손실 리스트'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메이] 쥬화가 이미 다 털어놓았는데 여기 둘은 아직도 감싸줄 참이야?
[-] 그 말과 함께 메이가 나를 보았다. 표정은 상냥한데 눈빛은 차가웠다.
[메이] 그러고 보니 PLAYER, 어제 쥬화랑 단둘이 뒤뜰에 있었던 거 같은데.
[메이] 여기에 네 공로도 있는 건 아니겠지?
[-] 나한테 계산을 맡기러 온 게 아니라 '따지러' 온 거였다……
[메이] 식재료를 마음대로 썰어서 조리하기 힘들게 만든 일'에 네 탓도 있지 않냐고.
[player] 아니, 진짜 아니야. 난 그저 어제 뒤뜰에서 쥬화가 도망 다니는 닭, 오리, 비둘기를 잡는 걸 도와준 것뿐이었어.
[주] 휴…… 쥬화, 이번엔 내가 배신한 거 아니다.
[player] 무슨 뜻이야?
[주] 메이 누나가 널 속인 거야. 쥬화 같은 고집쟁이가 죽어도 자백할 리가 없잖아…… 전과가 한두 개도 아니지만.
[메이] 그냥 추측이었는데 확인시켜줘서 고마워. 이렇게 된 김에 번거롭겠지만 증인란에 지장 좀 찍어줄래?
[player] 미안해, 쥬화. 여기 사람들이 머리를 참 잘 써……
[-] 난 두 눈을 꼭 감고 리스트 위에다가 지장을 꾹 찍었다.
[메이] PLAYER, 이제 계약직 업무를 맡을 수 있겠지.
[-] 메이가 흡족해하며 내 사인과 지장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접어 주머니 속에 넣었다.
[player] 방금 이 일이랑 계약직 업무랑…… 무슨 상관인데?
[-]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주] 해야될 일은…… 여기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거야.
[player] 엥? 그럼 면접 때 수학 문제는 왜 낸 건데?
[주] 바닥에 흐트러진 게 다 장부인데 숫자를 셀 줄 모르면 정리가 안 되니까. 아무튼, 이제부터……
[메이] 이제부터 PLAYER, 주, 둘이서 열심히 청소해. 나쁜 짓을 저지른 '동료'를 감싸준 것에 대한 벌이라 생각해. 쥬화는 나중에 란이 찾아가서 '제대로 얘기'할 거니까.
[메이] 두 면접자분은 저와 같이 나가죠.
[-] 메이는 엘리사와 한나를 데리고 떠났다. 난장판인 재무실을 보고 있으니 눈앞이 캄캄했다……
[player] 이 일의 화근은 쥬화인데, 와서 도우라고 해야 되는 거 아니야?
[주] 내버려둬. 쥬화는 일만 더 키울 거야.
[player] 에휴…… 저녁 밥 시간에 늦지 않게 서둘러서 시작하자!
정신없이 몇 시간이 흘러가고, 나와 주는 드디어 재무실을 다 정리했다.
[player] 휴…… 힘들다. 쥬화한테 밥 한 끼 사라고 해야겠어.
[주] PLAYER.
[player] 어?
[주] 널 알게 돼서 기뻐.
[player] 갑자기 이런 얘기 들으니까 민망하네.
[주] 앞으로 쥬화 그 멍청이의 뒤치다꺼리를 해줄 사람이 나 말고 또 생겼잖아.
[player] 그렇게 말하니 전혀 기쁘지가 않네.
[player] 그러고 보니 쥬화랑 나이가 비슷하지?
[주] 메이 누나가 안 알려줬어? 나랑 쥬화는……
[-] 주가 뒷말을 흐린 탓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
[player] 뭐라고?
[주] 남매야……
[주] 흥, 쥬화 그 멍청이가 나보다 30분 먼저 태어났거든. 자기더러 누나라고 부르라는데 도대체가 누나 같지가 않다니까.
[player] 그래서 아까 메이 매니저한테서 숨겨주려 했던 거구나.
[주] 어쨌든 앞으로 우리는 '사고뭉치 쥬화 수습 동맹'의 회원이야.
[player] 갑자기 그런 이상한 동맹 같은 거 만들지 말아 줄래?!
[주]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방금 나랑 같이 청소해줬으니까 내가 밥 살게.
[-] 소년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주] 쥬화의 장부에다가 올려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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