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치히메는 나에게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는 거다냥. 맛있는 밥으로 낫지 않는 병은 없다냥."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아플 때는 제때 영양을 보충하는 편이 좋다. 나는 리우를 깨워 밥을 먹이기로 결정했다.
[player] 리우, 점심 시간이야.
[쿠죠 리우] 콜록, 콜록…… 들어오세요.
[-] 햇살이 환하게 들어오는 방 안, 편한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리우는 이불을 두른 채로 침대에 기대어 있었다. 얼굴에는 아직 붉은 기운이 남아 있다.
[-] 활기 넘치는 평소의 리우만 보다가, 약해진 모습의 리우를 보니 순간 넋이 나갔다.
[쿠죠 리우] 약을 먹어서 그런지 온몸에 땀이 나서요…… 옷을 좀 갈아입었어요.
[player] 오, 그럼 이제 좀 괜찮아진 거야?
[쿠죠 리우] 네. 이제 열이 좀 떨어진 것 같아요……
[player] 다행이야. 죽을 끓여 왔으니까 먹어 봐.
[쿠죠 리우] ……죽이요?
[-] 나는 들고 있는 쟁반 속의 죽과 간단한 반찬을 탁자 위에 놓았다.
[쿠죠 리우] 다른 건 없나요?
[player] 응, 없어. 환자에게 기름진 음식은 독이니까.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벌이야. 협상은 없어.
[쿠죠 리우] 너무하시네요…… 어쩔 수 없죠.
[-]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은 리우는 숟가락을 들고 죽을 후후 불어 식힌 후 한 입 먹었다.
[쿠죠 리우] ……
[player] 그 표정은…… 설마 맛이 없어?
[쿠죠 리우] 아니요…… 갑자기 어렸을 적에 아플 때 엄마가 해준 죽이 생각나서요……
[-] 고개를 숙인 채 그 길고 가느다란 속눈썹으로 감정을 숨긴 리우는 손에 쥔 백자 숟가락으로 그릇을 휘저으며 감상에 빠졌다. 리우가 몇 년이나 홀로 치오리를 보살펴 왔지만, 리우 역시 겨우 열아홉이라는 사실이 돌연 머릿속에 떠올랐다……
[쿠죠 리우] 물론, 엄마가 해 준 죽이 더 맛있어요.
[player] ……
[-] 리우의 마지막 말이 감상에 빠진 날 현실로 다시 불러들였다.
[player] 물론이지. 충분히 객관적인 평가였다고 믿어.
[쿠죠 리우] 풉, 농담이에요. 충분히 훌륭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거만해지면 안 되잖아요. 앞으로 발전의 가능성도 조금은 남겨둬야 하지 않겠어요?
[player] 좋아, 네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할게.
[-] 내가 만든 점심 식사를 칭찬했음에도 불구하고, 리우는 얼마 먹지 않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player] 입맛이 없어?
[-] 리우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고개를 저었다.
[쿠죠 리우] ……몸이 불편해서 그런건 아니고요, 오늘 치오리 아가씨의 종업식이 있다는 게 생각나서요.
[-] 원래는 학교에 가서 오늘 아가씨의 모습을 찍어 두려고 했는데, 준비가 너무 오래 걸린데다가 감기까지 걸려버려서…… 이렇게나 중요한 날을 놓쳐버렸다고 생각하니…… 밥이 안 넘어가네요.
[player] 그랬구나.
[-] 리우는 치오리가 마음 쓰지 않도록 아쉬움을 숨긴 거였지만, 종업식에 가지 못한 게 내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player] 아침에 일을 많이 하려고 한 것도 바쁘게 보내면서 잊으려고 그랬던 거구나.
[쿠죠 리우] 휴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바보같은 방법이었어요. 역시 전혀 소용이 없었네요.
[player] 괜찮아. 아프면 머리가 잘 안 돌아가니까 말이야. 이해해.
[쿠죠 리우] ……제가 아프다고 해서 주먹을 날릴 힘까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player] 하하, 농담이야. 그러고 보니 치오리의 발표는 언제지?
[쿠죠 리우] 리허설대로라면 한 시간 정도 후에 아가씨의 발표가 있을 거예요.
[player] 그렇구나…… 어쩌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
[쿠죠 리우] 네?
[player] 아오츠유 중학교에 친구가 있어. 리우가 직접 가지는 못하더라도 실시간 방송으로 볼 수 있을거야.
[쿠죠 리우] !
[쿠죠 리우] 정말인가요?!
[player] 물론이지……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쿠죠 리우] 뭐든 말씀하세요!
[player] 무슨 조건인지 듣지도 않고…… 내가 터무니 없는 조건이라도 걸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쿠죠 리우] 네? 그런 분이셨다면 저와 치오리 아가씨의 친구가 되지도 못 했겠죠.
[player] 이런, 도덕심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군, 그래. 알겠어, 내 조건은 네가 지금 당장 점심 식사를 마치는 거야.
[쿠죠 리우] ……풉. 알겠어요. 그렇게 하도록 하죠.
1시간 후
[모리카와 아야코] 옛날 건물의 친구가 오늘 즐거운 일이 있을 거라면서 종업식에 꼭 오라고 하더니…… 이거였구나… 헤헤…… PLAYER 너를 도와줄 수 있어서 진심으로 정말로 기뻐…… 최선을 다할게.
[player] 다행이야. 고마워, 아야코.
[-] 아야코는 핸드폰 카메라를 회전시켜 아오츠유 중학교의 종업식장을 비췄다. 박수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한 금발의 소녀가 힘차게 무대에 올랐다. 카메라를 확대해보니 치오리였다.
[-] 치오리는 살짝 고개를 숙여 무대 아래의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미카미 치오리] 존경하는 선생님, 학부모님, 그리고 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중학교 2학년 미카미 치오리입니다. 오늘 학생 대표로서 이곳에서 연설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 리우는 핸드폰을 받쳐들고 화면을 집중해서 바라봤다. 그런데 놀랍게도 연설이 끝나갈 때쯤 치오리가 갑자기 강당을 둘러보았고, 아야코의 렌즈를 예리하게 포착해 냈다.
[미카미 치오리] 마지막으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쿠죠 리우] 어라? 치오리 아가씨께서 여길 보고 계신 건가요?
[모리카와 아야코] 아, 미안해…… 배터리가……
[-] 바로 그때, 아야코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연결이 끊겨 버리고 말았다.
[쿠죠 리우] 어?
[-]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나는 다시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상대방의 전화기가 꺼져 있습니다."라는 차가운 음성만이 들려왔다.
[쿠죠 리우] 핸드폰 배터리가 다 된 모양이네요……
[player] 그러게……
[쿠죠 리우] 괜찮아요. 오늘 치오리 아가씨의 연설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정말 고맙습니다.
[player] 별 말씀을, 하, 하하하……
[-] 아니, 너는 지금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 방금 전, 아야코와 통화를 마친 나는 치오리에게 전화를 걸어 무대 뒤에서 연설을 준비하는 중이던 치오리에게 리우의 현재 상태와 지금의 계획을 알렸다.
[미카미 치오리] ……리우에게 라이브로 연설을 보여주겠다고?
[미카미 치오리] 흥, 세심한 구석이 있구만! 오늘 돌아가서 이 치오리가 리우를 보살펴 준 공로를 치하해 주겠어.
[미카미 치오리] 라이브 방송을 중계하기로 했다면 치오리도 뭔가를 준비해야겠는 걸! 리우에 관한 일만큼은 너 같은 바보에게 절대로 질 수 없으니까 말이지.
[미카미 치오리] 그게 뭔진 너에게 알려줄 필요 없잖아. 리우와 끝까지 잘 보기나 해!
[player] 하하, 그래. 치오리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를 보면 리우가 더 기뻐할 거야. 그럼 우리 리우에게 잊지 못할 라이브 방송을 선물하자고.
[player] 으, 이제 어떡하면 좋지……
[쿠죠 리우] 음? 왜 그러세요?
[-] 아직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치오리의 전화는 예상보다 빨랐다.
[쿠죠 리우] 치오리 아가씨이신가요?
[-] 리우의 재촉에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스피커 모드를 켤 수밖에 없었다.
[미카미 치오리] 리우, 정말 기뻤지?
[쿠죠 리우] 물론이죠! 치오리 아가씨의 연설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분명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아가씨에게 푹 빠졌을 거예요!
[미카미 치오리] 연설 말고! 마지막에 리우에게 했던 말 말이야!
[쿠죠 리우] 마지막이요?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셨나요?
[미카미 치오리] ……응? 리우가 끝 부분을 보지 못한 거야? PLAYER???
[-] 치오리의 목소리가 급격히 커졌다.
[player] 그게…… 살짝 예상치 못했던 사고가 발생했다고나 할까.
[미카미 치오리] 뭐라고? 절대 문제 없을 거라고 했잖아? 그래서 치오리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으아아아악! PLAYER! 딱.기.다.려!
[-] 핸드폰을 뚫고 나오는 치오리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에 나는 조용히 볼륨을 줄였다. 치오리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그때, 갑자기 한 따스한 손이 다가와 휴대폰을 가볍게 가져갔다.
[-] 쿠조 리우였다.
[쿠죠 리우] 괜찮아요, 너무 화내지 마세요.
[쿠죠 리우] 치오리 아가씨께서 무슨 말을 하셨는지 못 들은 건 아쉽지만, 아가씨의 마음은 짐작할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 사실 서프라이즈 같은 게 없어도, 치오리 아가씨만 볼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충분해요.
[미카미 치오리] 리우 이 바보, 그게 어떻게 똑같냐……
[-] 간단하게 몇 마디 말이 오가자, 폭주 중이던 치오리는 순식간에 얌전해졌다.
[쿠죠 리우] 치오리 아가씨께서도 정말로 화가 나셨던거 아니잖아요. 그쵸? 오늘 아침에 치오리 아가씨께서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저를 맡기겠다고 하시고는 아무 망설임 없이 PLAYER의 번호로 전화를 거셨죠.
[쿠죠 리우] 그때 전 보살핌은 필요하지 않다고 거절했지만……
[-] 잠시 숨을 고른 리우는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진지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쿠죠 리우] 하지만 지금은 치오리 아가씨께서 옳았다고 생각해요.
[쿠죠 리우] 치오리 아가씨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저도 지금은 PLAYER씨가 무척이나 신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저를 무척이나 잘 돌봐주셨답니다.
[미카미 치오리] ……으아아아, 리우 너 열이 너무 많이 나는 거 아니야? 치오리는 그런 말 한 적 없거든!
[-] 뚜… 뚜… 뚜…
[쿠죠 리우] ……여보세요? 치오리 아가씨?
[player] 아, 끊어 버렸네.
[쿠죠 리우] 좋아요. 하지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제가 아는 치오리 아가씨라면, 잠시 흥분한 것뿐이지 정말로 뭘 어쩌려는 생각은 아니셨을 거예요.
[player] 사실…… 그것보다 방금 리우가 한 말이 더 신경쓰여서 말이야.
[쿠죠 리우] 네?
[player] 내가 오늘 온 건, 치오리의 부탁 때문이 아니야.
[player]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네가 아프다는 소리를 듣고 걱정이 돼서야.
[player] 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얘기해줘서 정말 기뻐. 만약 굳이 보답을 받아야 한다면… 리우가 앞으로 나를 더 많이 믿고 의지해 줬으면 좋겠어. 그게 내가 바라는 유일한 보답이야.
[player] 아플 때 말고도 언제든지 리우의 의지할 곳이 되어줄 테니까 말이야.
[쿠죠 리우] 네에?!
[쿠죠 리우] ……
[쿠죠 리우] 가, 갑자기 그런 말을 하시면……
[-] 리우는 잠시 동안 나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이내 정신이 들었는지 황급히 이불을 뒤집어썼다. 붉어진 귓불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쿠죠 리우] 피곤해서 조금 쉬어야겠네요. 이, 이만 가 주세요.
[player] 그럼 내 말에 동의한 거다?
[player]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동의한 걸로 알아들을게.
[player] 다행이야. 참, 리우, 또 열이 나는 건 아니지? 귀가 빨갛던데 말이야.
[쿠죠 리우]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 부끄러움이 폭발했는지, 리우는 벌떡 일어나 주먹으로 내 어깨를 때렸다. 하지만 푹신푹신해서 하나도 아프지 않은 주먹이었다.
[쿠죠 리우]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다 낫고 나서 한 방 제대로 먹여 줄 거예요!
[player] 그래, 그래, 알겠어.
[-] 며칠 후, 기쁘게도 리우는 감기에서 완전히 회복되어 원래의 생기 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 나는 리우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함께 마작을 두는 것 외에도 리우의 개인 시간에 더 많은 재미있는 일들을 함께하고, 희노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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