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사라의 파트너가 되어 함께 무대에 오른다니, 팬으로선 꿈도 못 꿀 일이지. 그 배역, 기쁘게 받아들일게!
[player]그런데 작중에서 탕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역할이 상당한 것 같은데, 내가 이런 배역을 맡아도 될까?
[사라]당신이 탕 역할을 맡는 게 대결의 결과나 Soul에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하시는 거라면 안심해도 돼. 이 대결에서 중요한 건 결국 나와 올레비의 연기니까요.
[사라]대사를 외우는 게 힘들면 립싱크로 해도 되는데, 액션 만큼은 신경써서 해줘야 해.
[player]아직 시간이 한 달이나 남아 있으니까, 그런 건 문제없어. 그런데 대체 왜 날 상대역으로 선택한 거야? 일반적인 연기가 필요한 거라면, 다른 사람이 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아?
혹시 나한테, 나도 몰랐던 연기 재능이 있는 건 아니겠지?
[사라]대결이 중요한 건 맞지만, 관객들에게 오로지 나와 올레비 씨의 대결만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거든. 대결 자체로도 재미있을 수 있지만, 다른 등장인물이 없으면 보는 맛이 떨어지잖아.
[사라]그러니까 당신이 상대역이 되어 줬으면 좋겠어. 당신은 가끔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여 주곤 하거든. 예를 들면 저번 '이방인'때처럼 말이야……
[player]내가 '의외성'을 보여 줬으면 하는 거야?
[사라]맞아, 당신이 이번엔 어떤 재미를 가져다 줄지도 기대가 되고, 그리고……
[player]그리고?
[사라]……아, 아니야, 아무튼 '의외성'이 중요해. 그럼, 배역은 수락하는 걸로 알아도 되는 걸까?
[player]나는……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고 있던 중, 시야의 왼쪽에서 갑자기 검은 물체가 불쑥 튀어나왔다. 미쨩이 어느새 내 어깨 위로 올라와선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날 향해 냥냥거리고 있었다.
[사라]미쨩도 좋은 생각 같다고 하는거야?
미쨩
[미쨩]냐옹!
[player]고양이까지 날 응원하는데, 여기서 더 거절하는 건 도리가 아니지. 사라, 그럼 앞으로 한 달 동안 잘 부탁해.
[사라]후훗. 같이 힘내자구.
그렇게 사라와 난 함께 공연을 하기로 결정했다.
대결은 고작 한 달 뒤. 남은 시간이 많진 않았기에, Soul극단은 공연 횟수까지 줄여가며 대결을 위한 충분한 연습 시간을 주었다.
[시릴라]……동작 틀렸어요.
[player]늦게 했구나, 이 부분은 일어나서 문을 미는…… 아, 이것도 아닌데, 이건 다음 소절 때 하는 동작이구나.
[사라]잠깐만 쉬자, 이따 이 두 소절만 따로 빼서 맞춰 보기로 하고.
[player]아냐, 그래도 순서에 맞춰서 다시 해 보자. 내가 확실하게 다시 대본을 숙지해 놓을게.
카르만의 대본은 그리 길진 않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빠르기 때문에 템포를 조금만 놓쳐도 따라가기 어려웠다.
며칠간 매일 같이 온몸이 땀에 젖어 집에 돌아왔고, 샤워가 끝나면 곧바로 곯아떨어졌다.
[사라]방금 약혼녀에게 말하는 부분, 피로감이 섞인 톤으로 연기한 거 아주 좋았어. 탕의 감정이 잘 느껴진다.
[player]하하…… 정말 피곤해서 그랬던 건데, 이게 좋았다면 정식 공연 때도 똑같이 할게.
몸은 굉장히 힘들지만 반대로 마음은 들떠있는 상태이다. 특히 사라와 함께 동작을 맞춰야 할 때면, 거의 탈진할 정도로 연습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한 달의 연습 기간 동안 난 매일매일 연기 실력이 성장하는 것을 느껴졌고, 내게 있어선 정말 훌륭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사라]시릴라, 음악을 다시 틀어달라고 할 수 있나요?
[시릴라]알았어.
[player]사라, 연습하기 시작한 지 두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좀 쉬어야 되는 거 아냐?
[사라]지금 느낌이 굉장히 좋아서, 조금만 더 연습하고 쉴게요.
이게 바로 프로인가? 사라는 연습량이 나의 몇 배나 되는데도, 여전히 깔끔한 동작을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여유로움마저 느껴지는 게 정말 경이로운 수준이다.
[사라]핫!
……아니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좀처럼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며칠 뒤
그리고 눈 깜짝할 새에 시간이 흘러, 공연까지 2주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시점.
[player]건배!
[사라]건배!
오늘은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연습을 마친 후, 나는 사라와 함께 식당에서 그동안의 연습에 대한 성취를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라]당신~ 기억력이 아주 좋은걸? 고작 3일 만에 대사를 다 외우다니, 원래는 진짜로 무대 뒤에 대사 도우미를 세워서 립싱크로 진행할 생각도 했었는데, 내가 당신을 너무 얕봤나봐.
[player]대본이 짧은 덕분에 가능했던 거지. 머리로 대사를 잘 외웠던 것처럼 몸으로도 동작을 잘 외울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사라]오늘 잘 하지 않았어?
[player]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자고 일어나면 또 까먹고 허둥지둥할지도 몰라.
[사라]어머, 스스로에게 이렇게까지 엄격하기야?. 동작의 디테일은 너무 연연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라]오페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캐릭터에 맞는 연기니까, 자신의 배역에 녹아들기만 한다면, 관중들도 당신의 연기의 매력을 알아차릴 수 있을 거야.
[player]배역에 녹아든다라…… 확실히 그게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 같아.
[player]대본에서 카르만에 대한 탕의 광적인 사랑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걸 내가 연기로 표현하는 건 또 다른 얘기더라고. 난 아직 이 캐릭터의 심정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그래서 격정적인 연기가 필요한 부분에선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힘들게 느껴지는 부분의 예를 들어 보자면…… 극 후반부에 탕이 자신의 연인을 죽이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비록 연극이긴 하지만, 인물의 감정을 깊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선 그 장면을 표현하는 내 연기가 어딘가 모자라게 느껴졌다.
[player]그보다 사라야말로 대단한 것 같아,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 주잖아. 보면 볼수록 Soul의 스태프들이 이 대결을 왜 그렇게 자신 있어 했는지 알 것 같은걸. 네 연기를 보고 있으면, 정말 네가 “카르만” 그 자체가 된 것 같거든.
[사라]……정말 그렇게 보여?
사라의 얼굴에서, 그날 잠시 스쳐 보였던 쓴웃음이 다시 떠올랐다.
[player]사라? 내가…… 혹시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했나?
[사라]아니,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어. 실제로 관객 분들의 평가도 대부분 그러하니까.
[사라]하지만 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같다.”라는 말이 뭘 말하는지 모르겠어. 구체적으로 무엇이 “같다” 라는 것인지.
사라가 이 정도로 초조함을 내비친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망연자실한 듯한 감정까지 느껴질 정도로……
[사라]카르만이라는 캐릭터랑 내가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나와 카르만은 다른 인물이잖아. 그래서 “같다” 라는 게 무엇일지 계속 생각해 봤는데, 혹시 “같다”는 건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뜻인걸까?
[사라]사람들의 기대가 나는 정말 무겁게 느껴져…… 난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들이 원하는 “카르만”을 최대한 연기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내가 보여주고 있는 건 내가 '착각'하고 있는 카르만의 모습이 아닐까?
[사라]요즘 들어 이런 생각만 하면 마음속 한 곳으로부터 긴장감이 밀려 들어오는 것 같아.
[player]……미안해 사라, 본의 아니게 부담을 안겨 준 것 같네.
이제서야 그날 올레비가 “카르만”은 무조건 사라여야만 한다는 말을 했을 때, 사라가 미묘한 표정을 보였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를 위한 찬사들이, 되려 그녀에게 부담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
[player]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널 향한 그런 기대들이 좀 무례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도 드네. 사라는 사라일 뿐, 네가 누군가처럼 되어야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나 역시 무대에서 보고 싶은 건 카르만이 아닌 사라 그 자체야.
[player]난 지금 그대로의 사라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해.
[사라]어머. 그렇게 말하다니 당신에게 미안해지는걸.
[player]응?
[사라]그날 내게 “탕”역할을 왜 당신한테 맡겼는지 물어봤잖아. 물론 당신에게 의외성을 바랐던 것도 있었지만, 그것 말고도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어…… 실은, 당신이 날 좋아하는 감정이 탕이 카르만에게 갖는 감정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사라]당신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실례를 범한 것 같네. 당신은 당신일 뿐, 카르만의 탕이 아니지. 당신은 나의 '당신'이야.
[player]……하하, 그럼 우리 서로 비긴 거네, 솔직히 기쁘다는 생각도 들어.
[사라]왜 기쁜 거지?
[player]서로 같은 고민을 했고, 그 결과로 서로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으니까. 이건 기쁜 일 아닐까?
[사라]그렇게 생각하니 기쁜 일이 맞네. 그럼, 건배!
[player]건배!
사라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느낌이다. 그녀와의 거리가 한층 좁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뒤, 난 사라를 극단으로 데려다 주었다.
[player]사라, 만약 이번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정말로 Musae극단에 들어갈 생각이 있는 거야?
[사라]어머, 우리 대결이 장난인 것처럼 보였나? 만약 내가 지게 된다면 당연히 그녀와의 약속을 지킬 거야. 하지만 내가 다른 극단으로 가 버리면, 당신이 외로워지겠지?
[player]Soul극단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난 사라 네 팬이야. 네가 어느 극단에 가든 나한테 있어서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 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난 너의 팬으로서 네가 큰 극단에 가는 걸 찬성하는 편이 맞겠지.
[사라]그렇다면, 내가 지지 않았으면 하는 이유는 뭐야?
[player]응? 내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나?
[사라]그런 건 아니지만, 당신이라면 왠지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서.
[player]하핫, 들켜 버렸네. 맞아, 난 네 팬이니까 당연히 네가 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니, 그런 것보단 네가 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하는 편이 맞으려나.
[사라]와아……그렇다면 이번엔 정말로 질 수 없겠네. 나에 대한 당신의 기대를 저버릴 순 없으니까.
[player]이번엔 내가 사과하는 일은 없을 거야. 최선을 다해 널 도울 테니까.
[player]그런데 내가 끝까지 내 배역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면 어떡하지? 만일 그렇게 되면, 관객들이 최대한 너희 대결에만 주목하길 바라야겠어.
[사라]후훗, 그렇게 무리해서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할 필욘 없어.
[player]하지만 너도 배역에 녹아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잖아?
[사라]그렇긴 하지만, 당신도 말했잖아, 무대에서 보고 싶은 건 캐릭터가 아닌 나라는 사람 자체라고. 당신 말처럼 내가 관중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어.
관중들한테 보여 줄 수 있는 건 나 자신 뿐이다……
[사라]……지금 당신 눈에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
[player]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사라]천천히 대답해 줘도 되니까, 공연날 전까지 함께 생각해 보자.
[사라]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온다면, 어쩌면 대결 당일에 공연을 어떻게 끌고 가야 할지도 갈피가 잡힐지 몰라.
[사라]여기까지만 데려다 줘도 돼. 당신도 좋은 밤 되길! 숙제도 잊지 마시고. 후훗……
[player]알았어 사라, 너도 좋은 밤 보내.
집으로 돌아가니, 이미 11시가 넘었음에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대충 잘 준비를 마친 나는 침대에 누워 카르만의 극본을 다시 천천히 읽어 보았다.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감정을 깊이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player]탕, 나는 네 삶을 읽고 있다…… 나는 널 이해해 보려 한다.
하지만,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우린 별개의 존재이기에……
지금 당신 눈에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
[player]……사라, 네 눈에 비쳐지고 있는 건, “나”일까?
아니면, “탕”일까?
공연 당일
[player]사, 사람이 엄청 많네……
다가온 결전의 날, 공연 시작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었음에도 공연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티켓 담당자]역시 올레비 씨의 영향력은 대단하네요. 티켓이 순식간에 매진됐어요.
요즘 Soul의 티켓 판매 실적으로 미루어볼 때, 이번 매진에는 올레비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게 분명했다. 어쩌면 오늘 관람객의 절반 가량이 그녀를 보러 왔을지도 모른다.
[player]사라 말이 맞아, 홈그라운드에서 진행하는 대결이긴 해도 올레비는 절대 방심할 수 없는 상대야.
[사라]어머 당신, 긴장돼?
[player]당연하지, 상대편 팬들의 마음까지 얻어오려면 보통 열심히 하는 걸로는 안되지!
[사라]후훗, 투지가 가득하네~!
[시릴라]사라, 화장할 시간이야.
[사라]네, 당신도 슬슬 준비해야 할 시간이에요.
[player]응, 이제 갈아입으러 가려고. 맞다 사라.
[player]만약에…… 작중에서 카르만이 연인에게 죽임 당하지 않고 무사히 떠나게 된다면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될 것 같아?
[사라]카르만이 죽지 않고 무사히 떠난다라……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라 나도 잘 모르겠어.
[사라]그렇게 돼도 재밌을 것 같은데, 한번 제대로 생각해 볼게.
[player]그래…… 화이팅해 사라.
[사라]당신도 마찬가지. 그럼 무대에서 봐.
[player]그래, 무대에서 봐.
공연 시작
[사회자]오래 기다리셨습니다! Soul극단에서 열리는 특별 공연 '카르만', 지금 시작합니다!
제 1막 서곡
행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새벽 시간의 광장, “나”와 동료들은 마을 초소 밖을 지키며 잡담을 나누고 있다.
“나”의 이름은 탕, 이곳에서 막 일하기 시작한 경비다. 지금 난 의자에 걸터앉아 소총 고리를 만들고 있었다.
[장관]탕, 이 건물에서 담배 마는 아가씨들 알지? 미인들이 많다는 소문이 있는데 혹시 아나?
[player]전 잘 모르겠습니다 장관님, 죄송하지만 전 그분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장관]나도 잘 알지 친구, 자넨 이미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 말일세, 하하!
한참 잡담하던 중, 멀리서부터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온다. 동료들이 휘파람을 불어 대는 걸 보니, 담배공장 여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러 나온 모양이다.
[player]그녀들이 정말 아름다운지 장관님께서 직접 확인해 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병사들](합창)카르만은 어디 있지? 어찌하여 카르만이 보이지 않을까?
병사들의 열렬한 부름에, “카르만”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무대 위로 올라선다.
그녀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걷기 시작했고, 이내 젊은이들이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며 그녀를 에워싼다.
[병사들](합창)카르만, 도대체 언제 우리와 마음을 나눌 것인가, 도대체 언제 우리에게 사랑을 건네줄 것인가!
[사라]사랑은 마치 자유로운 새, 그 누구도 길들일 수 없죠. 사랑은 마치 방랑자, 법으로도 구속할 수 없죠.
[사라]그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그대는 내 사랑을 막을 수 없어. 당신은 내 사랑을 조심해야 할 거야!
오만한 노랫소리가 꽃 한 송이와 함께 나의 머리를 때렸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아카시아꽃을 주워 멍하니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사라]저기, 뭘 하고 계신 건가요?
[player]나 말이야? 총대를 연결할 소총 고리를 만드는 중이야.
[사라]고리……후훗, 당신이 만들어야 할 고리는 우리 영혼을 연결할 고리라구요!
“카르만”은 활짝 웃으며 담배 공장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에 맞춰 “사랑은 방랑자”라는 노래를 부르며 달려가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 또한 그녀의 뒤를 쫓는다.
어느새 광장엔 나와 장관,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
[player]저런 요망함이라니! 참으로 부끄러움이란 걸 모르는 여자군! 사람을 해칠 마녀란 족속들이 있다면, 저 여자는 분명 그들중 한 명일 거야一!
[장관]하하!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다니. 하지만 자네와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 자네에겐 마음에 둔 사람이 있잖아.
그렇다. “나”에겐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제 1막 3장
[약혼녀]탕, 당신 어머님께서 저에게 당신을 매일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과 함께 이 키스를 맡기셨어요. 당신도 꼭 어머님께 회답해 주세요.
[player]어머니의 입맞춤이라…… 어머니에게 전해 주세요. 아들이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그리고 부디 이 입맞춤도 함께 부탁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순수하고 선한 사람.
제 1막 종장
[사라]저를 감옥에 넣을 건가요?
[player]유감이군, 난 당신을 감옥에 넣을 수밖에 없어.
[사라]……탕, 제가 당신께 던져드렸던 꽃을 버리셨네요, 그래도 당신은 저로부터 도망칠 수 없어요! 당신은 이미 절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절 위해서라면 분명 뭐든지 할 수 있겠죠!
……나는 그 꽃을 버리지 못했다. 마녀에게 홀려버린 나는 더 이상 순수하고 착한 약혼자를 사랑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다.
[사라]사랑은 마치 방랑자, 법으로도 구속할 수 없죠!
“나”는 “카르만”의 매혹적인 목소리에 홀려, 그대로 그녀와 함께 도망치고 말았다.
제 2막 서곡
[병사들](합창) 만세, 만세, 투우사! 만세, 만세, 레오!
힘찬 북소리와 함께 투우사 "레오" 역을 맡은 올레비가 검은 말을 타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 모습은 마치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군과도 같았다.
올레비의 팬
[올레비의 팬]꺄~~! 올레비 언니!
관중석의 여성 팬들로부터 공연장이 떠나갈 정도의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올레비]나도 그대들에게 잔을 돌리겠소. 제군들, 당신들 같은 군인들은 우리 투우사들과 닮은 점이 참 많지! 모두의 결투에 영광이 있으리!
“레오”가 빨간 천을 가슴 앞에 활짝 펼치고 전방을 주시한다. 곧이어 그가 멋지게 뒤로 빙글 돌고는 이어서 노래한다.
[올레비]관객으로 가득 찬 투우장, 모든 걸 날려버릴 정도의 환성 소리……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우레와 같은 갈채와 광란의 열기!
그런 “레오”에게 “카르만”이 유유히 다가갔고,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한 투우사가 웃기 시작했다. 그가 손에 든 새빨간 천을 펄럭이며 그녀가 걸어 온 사랑의 도전을 맞이한다.
[올레비]사랑이 그대를 기다리는군, 투우사여!
[player]역시 올레비 씨는 엄청나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만약 내가 카르만이었어도 탕보다는 위풍당당한 모습의 투우사를 선택할 것 같았다. 올레비의 엄청난 연기를 보니 나는 이번 대결의 결과를 더더욱 종잡을 수 없게 되었다.
[player]일전에 짧은 분량으로 관중들의 호응을 얻어 결투에서 이길 것이라 하던 그녀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어.
[사라]후훗, 올레비 씨라면 그 정도 자신감은 가질만하죠. 그래도 우리도 그녀에 비해 전혀 부족하지 않으니까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사라]오늘 당신 연기도 좋은걸? 연습할 때보다 훨씬 잘했어. 덕분에 전반부는 순조롭게 끝냈으니, 후반부도 이 기세로 가보자구.
[player]그래? 그랬다면 다행이야, 고생한 보람이 있어.
[사라]당신, 아무래도 연기에 소질이 있는 거 같아. 춤도 곧잘 추고, 이번 공연이 끝나면 정식으로 Soul에 입단해 보는 게 어때?
[player]널 도와서 대결에 승리하게 된다면 정말 나한테 소질이 있는 걸지도 모르지, 확실히 한번 고려해 볼 만 하네.
Soul에 입단한다라…… 분명 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한 농담일 테지만 사라 같은 프로에게 인정을 받으니 내심 기분이 좋다.
[사라]진지하게 제안한 거니까 제대로 생각해 봐야해.
[player]저, 정말?
[사라]나는 이제 곧 나갈 차례네, 여기서 좀 쉬고 있어. 아참, 입단 제안도 잘 생각해 보구.
[player]으, 응 알겠어……
진심…… 이라고?
제 4막 피날레
어느덧 공연도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고, 가장 중요한 장면이 등장할 차례가 되었다.
머지않아 탕은 카르만이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투우 경기가 있는 날, 그는 마치 실성한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마지막 사랑을 붙잡기 위해 자신의 연인을 찾아 투우 경기장을 찾아왔다.
이 장면이 이번 작품의 클라이막스인 만큼, 이 부분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에 따라 대결의 승패가 갈릴 수 있겠군……
투우장 밖, “나”는 시체 같은 걸음걸이로 “카르만”의 앞에 나타나 그녀의 팔을 꽉 붙잡았다.
[사라]나를 놓아줘.
[player]모두의 환호를 받고 있는 사람이, 네가 날 버리고 찾은 새로운 연인이야?
[player]카르만, 날 떠나지 마…… 정말로 그를 따라갈 생각이야? 그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거냐고!
[사라]나는 그를 사랑해, 설령 내가 죽더라도 이 말은 해야겠어, 나는 그를 정말로 사랑해!
투우장 안에서 검은 황소가 피를 내뿜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한다. “승리다! 투우사가 승리했다!”, 관객들이 환호하는 목소리 하나하나가 마치 “나”를 향한 비웃음처럼 들려온다……
[player]네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영혼마저도 구원받지 못하겠군! 널 그에게 보낸다면 난 웃음거리가 되겠지! 그래, 피를 보는 한이 있어도 넌 도망칠 수 없어! 카르만, 당신은 나와 영원히 함께야!
[사라]시……싫어!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카르만”이 “나”를 뿌리쳤고, 그녀가 내게로부터 멀리 떨어지면서 내게 선물로 받은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서 내던졌다.
[사라]나한테 줬던 반지, 다시 가져가! 나를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날 자유롭게 놓아줘!
[player]……
좋아, 드디어 선택의 순간이다.
“나”는 “카르만”에게 품 안에 감춰 놓은 날카로운 비수를 들춰 보였음에도 그녀는 두려운 기색을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시종일관 당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라의 당돌한 모습은 이 상황이 연극이기 때문이라거나, 내 손에 들려 있는 칼이 소품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 소녀는 카르만 그 자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홀리고, 죽음을 불사하며 자유를 갈망하는 '이방인' 소녀 카르만.
[player](소곤)대단해…… 사라, 정말 대단해……
나는 이제야 탕의 심정을 완전히 깨달았다. 사라가 해줬던 말처럼, 탕은 카르만의 “모든 것”에 매료된 것이다. 나 또한 사라의 춤에 완벽히 매료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탕과 나는 통하는 것이 있었다.
정말로 나를 진정한 사랑에 빠뜨린 그녀를 찌를 수 있을까?
회상
[사라]……지금 당신 눈에는 내가 어떤 모습으로 보여?
[사라](소곤)……당신,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player]……
내가 다음 행동을 하기에 앞서, 반드시 두 가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정확히 누구인가?
그리고…… “탕”, 그는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Character:
categoryStory: